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서울여행.
서울 사는 사람이 서울을 잘 모른다. 짬만 나면 외지로만 돌아다녀 혼자 서울여행 나서기가 낯설다.
그래도 종종 관심 있는 분야를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그 습관도 시들해진 상태.
꼴라보하우스 문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도림로139가길 8 꼴라보하우스 문래
오랜만의 혼자 서울여행 길에 나선 곳은 익숙하지 않은, 처음으로 발을 들이는 곳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이다.
이름이 ‘꼴라보하우스 문래’라고 한다. 처음 발을 딛는 곳이긴 하지만 서울 지하철 2호선 문래역에서 내려 찾아가는 길이 단순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진 않는다.
가는 길에 만난 카페의 외형이 눈길을 끈다.
네이버 지도검색을 통해 걷도 있는 지금 잠시 멈칫!
이 길 맞아?
뭔 이런 골목길로…
끊어진 듯 보이던 골목길이 탁 트이며 드러난 곳에 ‘삼례문화창고’라는 문구가 시선을 잡는다.
혼자 서울여행이니 이런 곳에 와볼 수 있는 거라 생각된다. 만일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움직였다면 그들이 좋아할지 괜한 눈치를 보게 될 듯. 아무래도 호불호가 명확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전북 완준 핍업스토어 삼례문화창고.
내가 배운 영문자 읽는 방법으로 그렇게 읽힌다.
11월 30일 시작해 12월 4일 끝나는 아주 짧은 기간 진행되는 전북 완주 팝업 스토어가 되겠다.
외형은 이제 막 시설을 하는 겐지, 공사를 하는 겐지 아리송했건만 안으로 들어서니 깔끔하기만 하다.
그리고 친절한 직원의 미소와 안내.
딱히 뭘 준 것도 아닌데 그냥 감사하다.
이곳은 로컬 상품을 판매하는 곳.
전북 완주에서 생산되어 가공한 로컬 상품이 합리적인 가격과 국내 생산품이라는 강점으로 다가온다.
가볍고 건강한 자연에 퐁당 젤라또, 3無 젤라또, 오늘의 요구르트 블루베리, 전통 얼음동동 수정과, 전통 얼음동동식혜, 우리농산물 김부각, 국산콩 두부과자, 우리밀 발아통밀 건빵, 우리 단호박 두부과자, 매운 고추맛 김부각, 우리밀 크래커타임, 우리밀 김치라면, 우리밀 감자라면, 수제 편강 등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잠시 상품에 팔았던 정신을 수습하고 다른 영역으로 들어서니 말 그대로 창고처럼 보이는 곳에 무언가 가득히 진열되어 있다. 약간은 어수선한 듯하지만 제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보니 나름의 정갈함이 느껴진다.
예술창고, 도서창고, 그림책창고, 여행창고, 영화창고.
다섯 가지의 테마로 구성이 된 이곳 전북 완주 팝업스토어는 말 그대로 삼례 문화 창고를 소개하고 있다.
그냥 전시만 하면 밋밋했을까?
체험프로그램도 진행이 되고 있다.
직접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눈치로 보건데 커피 드립 이후 남는 찌꺼기를 모아 무언가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체험프로그램이라 생각된다.
영화창고와 여행창고.
‘삼례’라는 지역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쿠니 역시 전북 완주는 잘 알면서도 삼례라는 지역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다지 없지만 정웅인 주연 배효민 감독의 2016년 가족영화였던 ‘슈팅 걸스’로 인해 들어본 지역이다.
슈팅 걸스는 여자 축구 이야기를 주제로 했으며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삼례여자중학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009년 후보선수 없는 12명뿐인 삼례여중의 축구부 소녀들이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감동을 만들어냈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며 세간의 관심을 끌어당길 때 얼떨결에 끌려들어가 삼례여중 이야기를 알게 됐다.
삼례여자중학교는 안타깝게도 2020년 삼례중학교와 통합되어 폐교가 됐다.
전북 완주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이미 아시겠지만 독특한 행정구역의 생김과 더불어 가볼 만한 곳이 의외로 많은 예쁘고 아늑한 동네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캠핑을 즐기는 쿠니. 하지만 아직 완주에서의 캠핑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주변 타 지역에서 캠핑을 하고 완주는 여행지로 다녀보기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진을 더 유심히 보게 됐는데 각 사진마다 예쁘게 등장하는 장소와 장면들이 심장에 가벼운 충격을 준다.
생각해 보니 혼자 서울여행을 하며 잘 노는 거 같다 쿠니.
삼례문화창고,
많은 것을 넓은 공간에 나열한 그런 전시가 아니다.
넓지 않은 공간에 다섯 개의 테마에 맞춰 핵심적인 내용만 짚어낸 전시이기에 하나하난 살펴봐도 지루함이 없는 독특한 형태의 팝업 스토어라 하겠다.
“어서오삼례. 완주의 개성이 넘치는 권역별 여행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행정구역을 보면 참으로 독특하다.
내가 알기에 지자체의 예산이 그리 넉넉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팝업 스토어를 개최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기도 하고 도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역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노력이라는 ‘진심’만큼은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 시도라 하겠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이 좋은 전시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리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과 전시 일정이 꼴랑 5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니 미리미리 알리지 않았다가 아니라 모두 아는데 쿠니가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언제고 완주에서 캠핑을 하며 완주 한 장 여행이라는 이 넓대디한 리플릿을 들고 완주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혼자 서울여행을 하며 마음은 벌써 완주여행을.
세상은 모두 장기 중심으로 돌아간다.
쿠니 역시 나만의 사고관으로 매주 주관적인 판단을 통해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당연히 나만의 사고방식이 그릇된 것일 수도 있고 모자란 것일 수도 있으며 부족한 것일 가능성도 농후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 계시려다 모르겠지만 – 쿠니의 정보와 지식과 논리에 현혹되지 마시고 본인의 주관성에 빗대어 차이점만 인지하고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진열되어 있는 책들 중 눈에 들어오는 책 한 권.
고리끼…
막심 고리끼.
러시아 사람.
문학가이자 사회주의 혁명가.
20대 때 꽤 관심을 가졌던 작가이고 그의 책을 탐독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젠 흔적조차 없는 기억이 되었다.
다만, 내가 지닌 사회 정치에 대한 반발이나 진보적 성향은 당시에 읽었던 많은 책들로터 기인한 것이 아닐까라는 뜬금포를 터뜨려 본다.
당시 읽었던 책들과 함께 미친듯이 사모았던 것들이 LP 백판이다. LP 백판 구입은 주머니 가벼운 학생시절 언제라도 듣고 싶었던 음악을 취할 수 있는 가장 부르주아적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 진열되어 있는 LP는 모두 정품. 턴테이블에 올려진 LP를 통해 아나로그 음악을 들어볼 기회다.
혼자 서울여행을 하면서도 잡다한 생각을 끓이지 않고 있다. 잡스런 생각이 많은 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던데…
도서 창고 영역의 확장.
도서대 뒤로 하늘을 나는 듯 날렵하게 걸려 있는 여러 책들.
슬로우 워킹을 하며 책 제목만 또박또박 읽는다.
잠깐 체험프로그램으로 비치되어 있는 그림을 선택해 자신만의 색감과 예술성(?)으로 색칠하기.
하나의 책갈피가 탄생하게 된다.
별것 아니라면 진빠 별것 아닐 것이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무한한 고귀함을 갖게 될 결과물이라 하겠다.
한 바퀴 돌아보는 사이에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커피 크리스마스 마그넷 또는 키링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2022년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량은 전년도에 비해 42.4% 증가해 20만톤이나 수입을 했다고 한다.
그 20만톤의 커피 수입과 맞물려 커피 드립 이후 남는 커피박(부산물)을 활용한 체험이니 1석2조인 듯.
혼자 서울여행을 즐기던 중에 너무 놀랍게도 지인을 만났다. 세상이 그리 넓기만 한 건 아닌 것 같다.
혼자 서울여행의 끝은 두 명이 서울여행이 된 상황.
당연히 커피 한 잔쯤은!
커피 맛이 기대 이상이다.
언제 또 문래라는 곳을 가게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처럼 우연히라도 오게 된다면 이곳 커피 가게를 다시 들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