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붕마카세부터 걸그룹까지… 붕어빵에 진심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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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붕’인지 ‘슈붕’인지, 머리부턴지 꼬리부턴지… 붕어빵이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뉴스1

붕어빵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여름 선풍적인 인기를 끈 탕후루도 겨울철 ‘전통 강호’ 앞에선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 11월이 되고 날이 추워지자 붕어빵 노점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곳곳에 근처 붕어빵 판매점 위치를 물어보는 게시글이 쇄도했다.

지난 7월 실시한 GS25 설문조사에선 붕어빵이 군고구마와 호떡 등을 제치고 동절기 대표 간식으로 꼽혔다. 10월 배달의민족 ‘붕어빵’ 검색량은 전달 대비 354.9%나 상승하기도 했다.

단순히 ‘겨울철 최고 별미’라는 수식은 부족해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붕어빵 먹는 순서를 두고 머리부턴지 꼬리부턴지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숲세권·스세권에 이어 ‘붕세권’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붕어빵이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여기 누구보다 붕어빵에 진심인 이들이 있다. 붕어빵을 활용한 코스요리부터 붕어빵 지도까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붕어빵계’에 새로운 활력이 된 이들을 머니S가 만나봤다.

들어봤나 ‘붕마카세’… 붕어는 핑계고 나랑 놀사람?


게스트하우스 파티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최정윤씨는 자신의 붕어빵 장사 경험을 살려 새로운 형태의 파티를 기획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사진은 붕마카세에 참석한 손님들 앞에서 직접 붕어빵을 굽는 최씨의 모습. /사진=최정윤씨 제공

우마카세(한우+오마카세), 커마카세(커피+오마카세)에 이어 ‘붕마카세'(붕어빵+오마카세)가 등장해 화제다. ‘얼마나 붕어빵에 진심이면 코스요리까지 만들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붕마카세를 기획한 최정윤씨(23)는 “사실 개인적으로 붕어빵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고 말해 당혹감을 줬다.

평소 게스트하우스 파티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최씨는 붕어빵 장사 경험을 살려 새로운 형태의 만남 문화를 기획하고자 했다. 붕어빵을 매개로 한 ‘만남의 장’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붕마카세는 ‘식사’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핵심이다. 실제로 최씨는 “붕마카세 참여를 위해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열린 마음이 필수”라고 말한다.

붕마카세는 매일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밤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0시30분까지 등 총 두 타임으로 구성해 타임당 최대 6명씩 예약을 받는다. 같은 타임에 모인 6명은 일종의 파티 메이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붕마카세에선 ‘뿌링콘치즈 붕/사진제공=어빵’, ‘타코야끼 붕어빵’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색 붕어빵을 맛 볼 수 있다. 사진은 기자가 방문한 붕마카세의 첫번째 메뉴였던 ‘감자 치즈 트러플 붕어빵’과 세번째 메뉴였던 ‘뿌링콘치즈 붕어빵’ 모습. /사진=최재혁 기자

엄연히 ‘붕마카세’인 만큼 기본에도 충실하다. ‘뿌링콘치즈 붕어빵’, ‘다코야키 붕어빵’, ‘감자 치즈 트러플 붕어빵’ 등 연구 끝에 탄생한 여러 이색 붕어빵이 준비됐다. 최씨는 “붕어빵 구성은 매달 바뀌고 가장 야심 차게 준비한 붕어빵이 첫 번째 코스로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바로 구워서 제공되는 붕어빵인 만큼 뜨겁고 바삭한 ‘퀄리티 최상’의 붕어빵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어디든 간다”… ‘세계 최초 붕어빵 걸그룹’


이른바 ‘붕진스’라고 불리는 이들은 세계 최초 ‘붕어빵 브랜딩’에 성공했다. 사진은 붕어유랑단 대표이자 붕진스 멤버인 믹스킴, 최초코, 붕붕초이의 모습. /사진=붕어유랑단 제공

“붕어빵이 필요하면 어디든 간다.”

세계 최초로 붕어빵 걸그룹이 결성됐다. 이른바 ‘붕진스’다. 정식 명칭은 ‘붕어유랑단’으로 이들은 붕어빵을 통해 여러 재밌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단팥 섀도우 팔레트’를 홍보하는가 하면 아트페어에 참가해 붕어빵을 굽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붕어빵의 브랜드화에 성공한 것이다.

붕어유랑단 대표이자 붕진스 멤버로 활동 중인 김혜지씨(35)는 “붕어유랑단은 붕어빵을 통해 소비자에게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을 선사하는 일종의 ‘크리에이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막연히 붕어빵을 판매하기보단 콘셉트를 잡고 창의적인 시선으로 접근하고 싶었다”며 “붕어빵, 여행, 로컬 브랜드를 좋아하는 3명이 만나 ‘붕어유랑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단순히 재미만 추구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김씨는 “우리의 근본은 붕어빵에 있다”며 “직접 만든 반죽과 속재료로 개발한 붕어빵 메뉴만 30개가 넘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른바 ‘겉바속쫀'(겉은 바삭 속은 쫀득)을 강조하는 이들의 붕어빵은 쫄깃한 반죽과 푸짐한 속재료가 핵심이다.

지난 1일에는 전국 15개 롯데백화점 지점에 붕어유랑단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는 ‘제1회 전국 붕어 주간’을 개최하기도 했다. 지점마다 다른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사진=붕어유랑단 제공

지난달 1일에는 전국 15개 롯데백화점 지점에 붕어유랑단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는 ‘제1회 전국 붕어 주간’을 개최했다. 이들은 “전국을 ‘붕어유랑단 붕세권’으로 물들이는 대대적인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점마다 각기 다른 붕어빵을 맛볼 수 있도록 그때그때 메뉴를 변경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기자가 직접 가본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의 붕어유랑단 팝업스토어에는 신메뉴인 ‘피자붕’을 비롯해 ‘슈커스타드붕’, ‘계란치즈붕’ 등 다양한 붕어빵 메뉴가 판매됐다. 김씨는 “팝업 일정이 마무리되면 다음달 초 성수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기자가 지난 24일 방문한 롯데백화점 명동본점 붕어유랑단 팝업스토어에는 ‘피자붕’을 비롯한 이색 메뉴가 다수 포진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사진은 진열된 붕어빵과 ‘피자붕’의 모습. /사진=최재혁 기자

“근처에 붕어빵 파는 곳 없나”… 길거리음식 내비게이션


윤다영씨는 “붕어빵 매장 위치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가슴속 3천원 제작 비화를 밝혔다. /사진=가슴속 3천원 제공

붕어빵을 먹고 싶은데 파는 곳을 몰라 찾아 헤맨 경험, 지난해 붕어빵을 팔았던 곳에 가봤더니 없어져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 앱 ‘가슴속 3천원’ 개발자 유현식씨(31)는 “붕어빵 매장을 직접 찾아다니지 않아도 위치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길거리 음식 내비게이션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가슴속 3천원은 붕어빵·떡볶이 등 길거리음식점의 위치를 알려주는 휴대전화 앱이다. 위치기반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근처에 있는 길거리음식점이 지도에 표시된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매장 위치를 앱에 직접 입력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최근 ‘사장님 앱’이 개발되면서 매장 주인이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위치기반서비스로 내 주변 길거리음식점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리뷰도 남길 수 있다. /사진=최재혁 기자

가슴속 3천원은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 인기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대해 유씨는 “처음 앱을 만들었을 땐 큰 반응이 없었는데 날씨가 추워지고 붕어빵의 계절이 오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이용자가 매장 위치를 입력하고 리뷰를 남기는 등 직접 참여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흥미를 유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붕어빵 매장은 위치가 수시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정확히 반영하는 방안을 좀 더 체계적으로 구성하려 한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이어 “불법 노점상 문제나 ‘먹튀'(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행위) 등 길거리 음식 사장님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도와드릴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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