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경도를 잠시 들렀다가 모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긴 뒤 연이어 국동항 주차장에 주차 후 들어선 여수 회명가에서 기분 좋게 즐긴 보리굴비 정식에 관한 이야기. 여수의 모든 식당이 다 맛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보리굴비 정식을 여수에서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 멋진 추억이다.
여수 경도를 오가는 정기선은 국동항을 출발해 경도 선착장까지 360여 미터를 오간다.
지금 이곳은 여수 국동항.
구봉산 아래 포구의 생김새가 국화꽃 모양이라 하여 국포라 부르다가 국동이 되었다고 하는 설과 원래 굿을 하던 개(해변)이란 뜻으로 굿개라고 불렀다가 한자로 고치며 국포가 되었다가 현재의 국동이 되었다는 설도 전해지는 남해안 최대의 어항이자 수산물의 집산지 국동항을 떠나 여수 경도를 향한다.
360여 미터를 오간다 하여 작다 생각하면 오산.
여수 경도를 오가는 이들과 차량이 꽤 많기 때문에 제법 큰 차도선이 오가고 있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
사람이 그다지 없구나.
듣기로는 차에 그대로 타고 있어도 된다 하니 많은 경우 사람들이 차에 그대로 승차한 상태인 듯하다.
드디어 사람이 내리고 차가 내리고.
여수 경도로 들어선다.
골프를 치러 온 건 아니고 여수 경도에서의 일을 마치고 잠시 들러본 여수 경도 골프앤 리조트 그리고 세이지 우드 CC 여수경도의 풍경이다. 많은 분들이 부킹을 열심히 하는 곳이라고.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국동항으로 들러 인근의 카페로 갈 예정이다. 저녁 식사 전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국동항에서 여수 경도로, 다시 국동항으로 갔다가 여수 카페에 들러 잠시 쉰 후 다시 국동항 주차장에 들러 주차를 한 뒤 여수 회명가라고 하는 곳에서 보리굴비 정식을 먹는다.
여수 맛집이라 하는데 위치가 살짝 헛갈렸음.
분명 2층이라 보이는 이곳인데 2층 여수 회명가로 들어가려면 씨사이드인 여수 스카이풀 호텔(Sea Side in Yeosu & Skypool Hotel) 로비로 들어서야 한다. 그걸 모르고 무작정 들어갔다가 멈칫했었음.
호텔 로비를 살짝 거쳐 2층 여수 회명가로 들어서니 환한 실내 풍경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대빵 넓다.
그리고 왼쪽으로는 별도의 룸이 있어 단체로 이용도 가능할 듯.
나와 오늘 데이트를 즐기는 현지인의 소개로 오게 된 곳이라 기본적인 믿음은 있었지만 차려진 깔끔함이 참 좋다.
역시 전라남도는 기본 찬이 훌륭하다.
다만, 과식을 부르는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일까?
아주 어렸을 적엔 유부초밥을 안 먹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싫어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니 잘 먹는 것 중의 하나가 됐다. 그와 유사한 것으로 미역국, 미역줄기, 호박죽, 곶감, 당근 등이 있다. 건강에도 좋다고는 하지만 건강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세월이 흐르며 어느 순간부터 좋아지기 시작한 것들이다.
간장게장도 그렇다.
양념게장은 좋아했었지만 간장게장은 손도 대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때인가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바로 얼마 전 이곳 여수에서 간장게장을 먹고 완전히 매료되었다는 사실. 역시 여수 맛집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보기에도 쫀쫀해 보이는 보리굴비.
어디선가 등장하신 분의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에 의해 먹기 좋게 분해되고 있는 보리굴비.
보리굴비가 왜 보리굴비인지 여행을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내용인즉 굴비를 바닷바람에 자연 건조한 뒤 통보리 항아리 속에 보관해 숙성시킨 굴비를 보리굴비라고 한다.
보리굴비 해체를 하는 동안 유부초밥 하나 ~
현지인에게 하나는 밀어주고 나머지 하나를 다시 입에 쏘옥. 그리 싫던 음식 중 하나를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입맛이 변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인가 싶다.
해체를 마치고 그중 하나를 들어 입에 넣어본다. 오물오물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솟는 보리굴비의 맛에 조금 과장해 표현하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 그 정도로 맛이 좋다.
현지인께서 이르길, 이런 보리굴비는 “그냥 먹는 것보다 프리미엄 비어 여수낭만바다와 함께 마셔줘야 제대로”라고 하시니 속는 셈 치고 한 모금 꿀꺽!
그런데 이게 웬일? 그렇게 여수낭만바다로 입가심을 하고 다시 먹는 보리굴비는 맛이 새롭다.
이번에는 밥 한 술 떠 보리굴비를 얹어 먹는다.
역시 보리굴비는 밥과 함께 먹는 것이다.
그리고 녹차물에 밥을 말아 먹는 건 기본이다. 여름이라면 녹차물에 얼음 동동 띄워 시원하게 먹었을 텐데 아쉽다.
녹차물에 담근 밥알 위로 노오랗게 숙성된 보리굴비를 얹어 입안에 털 듯이 넣는다.
그리고 씹는 그 맛!
그냥 꿀꺽 삼켜버리는 건 바보다.
필히 오물조물 씹어야만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다.
여수 경도에서 은근 쌓였던 피로가 여수 회명가에서 먹는 보리굴비 정식으로 싹 가시는 듯한 기분.
역시 먹는 건 여행에서 필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