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로 살 것 같아’… 소문나기 전 가본 日 신상 휴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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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오키나와 여행객들은 나하 시내에 호텔을 잡는다. 나하 국제거리에서 한 아름 쇼핑을 마치고 편하게 짐을 숙소로 옮기기 제격이고, 그래서인지 나하에 호텔들이 많이 모여있다. 따라서 많은 근교 투어 상품들이 나하 시내 호텔로 픽업을 가거나 국제거리 등 명소에서 미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나 이틀 정도 나하를 벗어나 외곽으로 투어를 간다고 해도 츄라우미 수족관, 코우리대교 등 북부 지역이 핫하다. 심지어 한 현지인에 따르면 일본 사람들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 목적으로 남부를 찾는 경우가 드물었다. 과거 태평양 전쟁으로 수많은 일본 군인이 목숨을 잃은 지역이라는 역사적 이유로 남부를 여가를 즐기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남부 지역은 수많은 미군과 일본군이 숨진 격전지다. 하지만 투어가 북부에만 집중되다 보니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고, 조금씩 남부에 호텔과 여행지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강가라 계곡 앞 나무, 하마베노차야 카페, 오우섬, 국제거리 포장마차 /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나하에서 출발해 남부로 내려오며 몇 개의 여행지들을 둘러보니 일본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풍경들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기 공방과 카페가 늘어선 고요한 자갈길 골목 쓰보야 도자기 거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술집을 연상케 하는 포장마차 거리 등 이미 유명한 곳들도 있었지만, 하이라이트는 더 아래쪽에 숨어 있었다. 현실판 ‘고양이의 보은’처럼 많은 고양이들이 사는 오우섬부터 ‘이웃집 토토로’에서 토토로가 우산으로 쓴 식물인 쿠와즈이모가 가득한 강가라 계곡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 동네에서 영감을 얻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북부와 중부 명소들에 가려졌을 뿐, 오키나와 최남단엔 진주들이 가득했다. 관광지 위주의 북부와 달리 ‘사람냄새가 나는 동네’라는 느낌도 물씬 들었다.

류큐 호텔 앤 리조트 나시로 비치 /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남부에 호텔이 3개밖에 없던 지난해 7월, 1.8㎞에 걸친 천연 백사장 해변 앞에 럭셔리한 호텔이 새로 들어섰다. 오픈과 동시에 일본인들 사이에서 신상 휴양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류큐 호텔 앤 리조트 나시로 비치(Ryukyu Hotel & Resort Nashiro Beach)’다. 아직 한국인 고객을 거의 맞이하지 않은 오키나와 남부의 숨은 호텔을 파헤치러 먼저 가봤다. 공항에서 직통 셔틀버스를 타니 20분이면 도착했다. 호텔 인근에는 멋있는 건물도, 대단한 명소도 없다. 드넓은 논과 밭, 그리고 비닐하우스 뿐이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메이가 길을 잃어 헤매던 시골 동네를 그대로 옮겨둔 듯했다.

(상) 로얄 스위트 (하) 파노라마 스위트 /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오직 ‘일몰이 예쁜 곳에 짓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이 부지를 선택했다는 게 납득이 될 정도로 객실 전망은 근사했다. 443실 전 객실 오션뷰와 선셋뷰를 갖췄다. 유럽식 건축양식과 오키나와 전통문화가 공존하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객실 발코니 뷰 /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흥미로운 사실 하나. 호텔 발코니에서 보이는 해안가에 4~7월 사이면 바다거북이 알을 낳으러 오기도 한다. 바다거북이 산란하면 호텔 측에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길을 통제한다. 시기와 운이 맞으면 객실에서 바다거북을 바라볼 수도 있다.

바비큐 테라스 해리즈.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내수 시장을 노리기 때문인지 미식에 총력을 다한다는 느낌이다. 오픈 시점 기준 호텔종업원 500명 중 100명이 요리에 관여하고 있을 정도로 f&b에 특화된 호텔이다. 9종의 레스토랑과 바가 입점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을 꼽자면 ‘바비큐 테라스 해리즈(HAREY’S)’였다. 오픈 야외 레스토랑으로 저녁에만 운영하는 이곳에선 럭셔리함과 글램핑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소고기와, 새우, 오키나와 돼지 시마부타로 만든 소시지 등을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이다.

오키나와에서는 술을 먹고 마지막 해장 메뉴로 스테이크를 먹는다고 한다. 해장국을 먹는 우리 음식 문화와 괴리가 느껴진다. 호텔 시그니처 칵테일 ‘류큐 모히토’, ‘나시로 선셋’을 즐긴 뒤 스테이크로 마무리해 현지식 저녁 식사를 체험해볼 수 있다.

(상) 뷔페 다이닝 나시로 조식 메뉴 (하) 클럽라운지 테라스석, 조식 빵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조식은 여러 선택지가 있다.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뷔페 다이닝 나시로(Nashiro)에선 오키나와 재료로 만든 생선 요리, 소바, 과일 음료 등 현지의 맛을 담은 150여 가지의 메뉴를 선보인다.

밥보단 빵이 좋은 ‘빵순이’라면 클럽 라운지로 향하자. 조식으로 25가지 이상의 빵이 나온다. 낮 12시까지 여유롭게 하나씩 도장 깨기 해보자. 프리미어 클럽 룸과 스위트룸 투숙객들이 이용 가능한 이곳, 클럽 라운지에선 오전 8시 조식부터 저녁 9시까지 시간별로 브런치, 티타임, 칵테일 타임 등을 즐길 수 있다. 맥주, 샴페인, 칵테일, 와인, 핑거푸드를 무제한 이용 가능하니 한 번만 이용해도 본전이다. “라운지를 무시했다. 최저가만 보고 가장 낮은 등급의 룸 온리 상품만 예약해오던 게 후회스럽다”는 평가도 들려왔다.

오키나와 최대 규모 수영장. VIP 전용 풀도 갖췄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오키나와현 최대 규모(1만㎡) 수영장도 이 호텔에 있다. 유수풀, 올 시즌 온수풀, 실내풀, 키즈풀 등 총 6가지 수영장을 갖췄다. 로비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대형 수영장은 스위트룸 투숙객 대상 VIP 전용 풀로, 바로 옆 풀바와 함께 이용 가능하다. 수영장 앞 해변도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최적이다. 밀물이 충분히 찬 시간대에는 스탠딩 패들보트 등 액티비티 용품을 대여해 해변에서 즐길 수 있다.

호텔 시그니처 칵테일인 ‘류큐 모히토’와 ‘나시로 선셋’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간혹 낯선 일본 메뉴와 술에 대한 설명 전달이 매끄럽지 않아 이해가 어려웠던 점은 아쉽다. 지금은 일본인 방문자가 많지만, 해외 방문객이 늘기 시작하면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시설에 영어 가능 직원 배치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한국어 응대 가능한 직원은 몇 명 정도다. 근방에 마트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도 단점이다. 호텔에 도착하기 전 필요한 물품을 미리 구매해가는 걸 권한다.

VIP전용 풀바.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분명 일본행 비행기부터 나하 공항에서까지, 그리고 나하 국제거리 등 오키나와 명소에서 수많은 한국인들을 만났다. 그럼에도 류큐 호텔 앤 리조트 나시로 비치에 머무는 동안 단 한 명의 한국인 관광객도 만나지 못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어를 제외한 어떤 언어도 잘 들려오지 않았다. 코로나19 와중에 오픈해 아직 해외 여행객 대상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듯하다. 자국 내 여행객만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인데, 한편으론 번잡하지 않아서 편하기도 하다. 호텔 관계자는 “외국인 이용객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하와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하와이 한 번 갈 돈으로 오키나와 3번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큐 호텔 앤 리조트 나시로 비치가 ‘신상 호텔’로서 일본인들만 즐기는 휴양지가 아닌, 해외 여행객 맞이에도 성공하면서 오키나와에 ‘남부 여행 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키나와(일본)= 강예신 여행+ 기자

영상 편집= 정승아, 임수연 여행+ 인턴 PD

취재 협조= 류큐 호텔 & 리조트 나시로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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