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영화 감성에 풍덩… 타이난 ‘상견니’ 성지순례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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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상견니 공식 포스터
대만 고유의 따스한 햇살과 아날로그적인 골목 풍경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청춘의 한 페이지로 기억된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타임슬립 로맨스 드라마 ‘상견니(想見你)’는 대만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목적지와 낭만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 드라마 속 주인공인 리쯔웨이, 천윈루, 모쥔제가 서로를 마주하고 사랑을 키워가던 주 무대는 대만의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문화의 심장부인 타이난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빈티지한 골목길, 아련한 카세트테이프의 멜로디, 그리고 주인공들이 즐겨 먹던 소박한 로컬 음식까지. 드라마 속 명장면을 고스란히 따라 걸으며 청춘의 향수에 젖어들 수 있는 상견니 과몰입러를 위한 당일치기 성지순례 코스를 소개한다.
타이난 성지순례의 첫걸음은 주인공들의 찬란한 학창 시절을 마주하는 북부 외곽 지역에서 시작한다. 시내 중심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으므로, 아침 일찍 서둘러 기차와 택시를 연계해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세 주인공의 등굣길, 펑허중학교 (鳳和中學)

사진= 상견니 공식 인스타그램 @somedayoroneday
극 중 주인공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활기차게 등교하던 ‘펑난고등학교’의 실제 배경지다. 학창 시절 특유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교정과 붉은 벽돌 담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1998년의 그 시절로 소환한다. 비록 현재는 내부 출입이 제한돼 있어 외관 중심의 관람만 가능하지만, 세 사람이 나란히 걷던 교문 앞과 담장 아래는 여전히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상징적인 포토 스폿이다. 푸른 나무들과 어우러진 복고풍 교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Tainanshisilifenghegaoji High School
No. 1330號, Section 2, Zhongshan E Rd, Dongsheng Village, Liuying District, Tainan City, 대만 736
쥔제네 100년 전통 빙수집, 롱췐빙수(龍泉冰店)

사진= 롱췐빙수 공식 페이스북
모쥔제의 할머니가 운영하며, 세 주인공이 방과 후 모여앉아 시간을 보내던 ‘모할머니 빙수집’이다. 펑허중학교에서 차로 약 20분을 달리면 마두구의 오래된 전통시장 골목에 자리한 100년 역사의 ‘롱췐빙수’에 닿는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연출된 공간이 아니라 오랜 세월 현지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찐 로컬 맛집이다. 타일로 장식된 빈티지한 카운터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목조 가구들이 극 중 아늑하고 따뜻했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서면 리쯔웨이가 즐겨 먹던 방식 그대로 ‘연유와 팥을 얹은 대만 전통 빙수에 부드러운 달걀 푸딩을 추가’해 맛보아야 한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은 대만의 무더위를 식혀줌과 동시에 1998년의 소박한 감성을 완벽히 재현해 낸다.
롱췐빙수집
No. 52號, Zhongshan Rd, Xinxing Village, Madou District, Tainan City, 대만 721
오전 동안 외곽 지역에서 청춘의 잔상을 눈에 담았다면, 오후에는 타이난역 중심의 중서구시내로 이동한다. 이곳은 명소들이 골목골목 촘촘하게 모여 있어 타이난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며 느긋하게 걸어 다니기 좋다.
식초를 곁들인 단골 우동집, 시엔칭 국수집 (閒情茗品屋)

사진= 대만관광청
리쯔웨이와 모쥔제, 황위쉬안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 식사를 하던 단골 로컬 식당이다. 타이난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평범한 동네 식당은 점심시간이 되면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던 그 모습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이자 팬들의 필수 주문 요리는 ‘냄비우동(鍋燒意麵, 궈샤오이몐)’이다. 튀긴 면을 사용해 독특한 식감을 자랑하는 타이난식 우동으로, 감칠맛 나는 국물이 일품이다. 더 맛있게 즐기는 팁은 극 중 리쯔웨이의 대사처럼 테이블에 놓인 흑식초를 두 세 방울 톡톡 떨어뜨려 먹는 것이다. 산미가 더해지며 한층 풍부해지는 로컬의 맛은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閒情茗品屋
No. 97, Lane 57, Section 2, Jinhua Rd, Jinhua Village, South District, Tainan City, 대만 702
타임슬립의 메인 무대, 32레코드샵 ‘소반루(小半樓)’

사진= 상견니 공식 인스타그램 @somedayoroneday
천윈루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이자, 우바이의 ‘라스트 댄스(Last Dance)’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기적 같은 만남이 시작된 32레코드숍의 실제 건물이다. 식사를 마치고 타이난의 아기자기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낡고 바랜 청록색 외벽이 인상적인 2층 구조의 오래된 건축물을 마주하게 된다. 드라마의 핵심 아이덴티티이자 만남의 광장이었던 이곳은 현재 도자기 공예 갤러리로 운영 중이다. 비록 내부의 레코드판과 카세트테이프 장식들은 철거됐지만, 세월을 고스란히 품은 창틀과 독특한 외관, 그리고 벽면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32唱片行’ 간판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서로를 찾던 주인공들의 실루엣이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걸어 나올 것만 같은 여운을 남긴다.
32唱片行
700 대만 Tainan City, West Central District, Yonghua Village, Lane 199, Section 1, Minquan Rd, No. 7
설탕 가루 묻은 추억의 맛, 리쯔웨이 꽈배기 골목
주소: 타이난 중서구 국화가 (國華街) 근처 골목
고등학생 리쯔웨이가 길을 잃은 어린 꼬마 황위쉬안을 오토바이에 태워 데려다주며 사주던 대만식 찹쌀 꽈배기 스폿이다. 32레코드숍에서 멀지 않은 국화가 먹거리 골목 인근에는 팬들 사이에서 일명 ‘리쯔웨이 꽈배기집’으로 통하는 노점이 자리한다. 정확한 명칭은 대만 전통 간식인 ‘백당고(白糖粿, 바이탕궈)’를 판매하는 곳이다. 찹쌀 반죽을 길쭉하게 늘여 기름에 노릇하게 튀겨낸 후, 하얀 설탕 가루와 땅콩 가루를 듬뿍 묻혀내어 준다.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속은 인절미처럼 말랑하고 쫀득한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갓 튀겨져 나와 따끈따끈한 백당고를 손에 쥐고 골목을 거닐다 보면, 리쯔웨이가 어린 황위쉬안을 바라보던 장면이 떠오른다.
Section 3, Guohua Street
Section 3, Guohua St, West Central District, Tainan City, 대만 700
청춘들의 일상 속 음료, BOG Tea Shop(波哥茶飲)

사진= 상견니 공식 인스타그램 @somedayoroneday
주인공들이 일상적으로 들러 시원한 밀크티를 사 마시던 타이난의 토박이 음료 브랜드다. 타이난에서 시작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로컬 티 브랜드 BOG Tea Shop은 대만의 여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타이난만의 아날로그하고 감성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크기가 다른 두 가지 종류의 타피오카 펄이 믹스된 ‘종합 버블티’나 깔끔한 차 음료를 주문해 잠시 다리를 쉬어갈 수 있다. 드라마 속 대만 학생들이 하교 후 음료 한 잔을 들고 수다를 떨던 소소한 일상 속에 완전히 스며드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완벽한 휴식처다.
BOG Tea Shop
No. 58號, Shengli Rd, Zhongxi Village, East District, Tainan City, 대만 701
타이난 ‘상견니’ 성지순례 코스를 따라가보면 몇 번이고 돌려보았던 드라마 속 명대사와 애틋한 감정선을 현실 세계로 끄집어내는 경험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라스트 댄스’를 재생하고, 상견니의 흔적으로 가득 찬 타이난의 다정한 골목길로 떠나보자.
강예신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