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핫스폿] ‘지중해의 마지막 비밀’로 불리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천혜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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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핫스폿] ‘지중해의 마지막 비밀’로 불리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천혜의 낙원
화산이 빚은 7개의 섬…시칠리아 에올리에 제도
와인·미식·디지털 디톡스까지…진짜 지중해 조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여행이 되는 곳이 있다. 그냥 반짝이는 햇살에 찰랑이는 바다 위 윤슬, 그 장면 하나가 여행의 모든 것이 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탈리아 남쪽 끝, 시칠리아 북동쪽 바다에 흩어져 있는 에올리에 제도가 그런 곳이다. 수많은 여행자가 로마와 베네치아, 아말피 해안을 향할 때, 이곳을 찾는 이들은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품고 있는 섬을 떠올린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 사진 = 언스플래쉬
이탈리아 최대 섬인 시칠리아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세계다. 대한민국 면적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거대한 섬에는 100개가 넘는 부속 섬이 딸려 있다. 그중에서도 에올리에 제도(Isole Eolie)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지중해의 숨은 보석’으로 불린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에올리에 제도는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7개의 주요 섬으로 이뤄졌다. 천혜의 자연경관은 물론 화산과 지질학적 가치, 독특한 문화와 미식까지 모두 품고 있다. 유명 관광지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진짜 지중해를 경험하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목적지다.
활화산이 만든 경이로운 대자연

이탈리아 스트롬볼리섬 / 사진 = 언스플래쉬
에올리에 제도의 관문인 불카노 섬은 이름부터 특별하다. 그리스 신화 속 불의 신에서 유래한 이 섬은 지금도 활발한 화산 활동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섬 곳곳에서는 화산 증기와 유황 지대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자연이 수천 년에 걸쳐 빚어낸 천연 온천과 머드 스파는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휴식을 선사한다. 마치 지구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직접 듣는 듯한 경험이다. 더 강렬한 자연을 만나고 싶다면 스트롬볼리 섬으로 향해보자. 이곳에는 수세기 동안 규칙적으로 분화해온 활화산 ‘이두(Iddu)’가 자리한다.

이탈리아 불카노섬 / 사진 = 언스플래쉬
해 질 무렵 전문 가이드와 함께 산길을 오르면 스트롬볼리 화산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검은 화산암 위로 붉은 용암이 흘러내리는 ‘샤라 델 푸오코(Sciara del Fuoco)’ 현상은 마치 지구 탄생의 순간을 목격하는 듯한 압도적인 장관을 선사한다.
스마트폰도 잠시 쉬어가는 섬

이탈리아 알리쿠디섬 / 사진 = 언스플래쉬
에올리에 제도의 진짜 매력은 화려한 풍경만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느림’이 가장 큰 사치다. 알리쿠디 섬과 필리쿠디 섬은 자동차도, 번화가도, 아스팔트 도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섬이다. 대신 푸른 바다와 돌계단, 하얀 집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휴대전화 신호마저 불안정한 이곳에서는 디지털 세상과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된다.
시계를 보지 않고 태양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느끼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스마트폰 알림 대신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자동차 경적 대신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최근에는 신혼여행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당나귀를 타고 섬을 오르내리며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는 경험은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이 된다.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화산섬

이탈리아 리파리섬 / 사진 = 언스플래쉬
에올리에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리파리 섬은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유적 위에 세워진 리파리 성과 노르만 양식 대성당은 시칠리아가 걸어온 긴 역사를 보여준다.
여행의 즐거움은 항구에서도 이어진다. 마리나 코르타 항구 카페에 앉아 시칠리아 전통 디저트인 그라니타와 브리오슈를 맛보며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이탈리아 사람들이 말하는 ‘돌체 파르 니엔테(Dolce far niente·아무것도 하지 않는 달콤함)’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탈리아 살리나 / 사진 = 언스플래쉬
미식 여행을 꿈꾼다면 살리나 섬이 정답이다. 에올리에 제도 최고의 미식 섬으로 꼽히는 살리나는 화산 토양에서 재배한 말바시아 와인으로 유명하다. 싱그러운 과일 향과 풍부한 아로마, 미네랄 풍미를 지닌 말바시아 와인은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특히 슬로푸드 인증을 받은 폴라라산 케이퍼는 살리나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케이퍼를 곁들인 해산물 파스타와 현지 와인 한 잔이면 그것만으로도 완벽한 저녁이 완성된다. 살리나 서쪽 해안의 작은 마을 폴라라는 영화 ‘일 포스티노’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거대한 화산 절벽이 바다를 감싸 안은 풍경은 마치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킨다.
섬과 섬 넘나드는 아일랜드 호핑

이탈리아 메시나 / 사진 = 언스플래쉬
에올리에 제도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아일랜드 호핑’이다. 시칠리아 본섬의 밀라초, 팔레르모, 메시나 항구에서 페리나 쾌속선을 타면 에올리에 제도로 이동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출발지는 밀라초 항구로, 성수기에는 하루 15~20회 정도 운항한다.
섬 사이 이동도 편리하다. 쾌속선을 촘촘하게 연결해 가까운 섬은 10분, 먼 섬도 40분 안팎이면 도착한다. 아침에는 화산섬을 탐험하고, 점심에는 미식 섬에서 와인을 즐기고, 저녁에는 조용한 어촌 마을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일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진짜 지중해를 만나는 여행

이탈리아 시칠리아 / 사진 = 언스플래쉬
오늘날 많은 여행지가 SNS 속 사진 명소로 소비된다. 에올리에 제도는 인증 사진보다 바람 냄새가 오래 기억에 남고, 유명 레스토랑보다 작은 항구의 석양이 더 강렬한 추억이 된다. 여느 여행지와는 조금 다르다.
화산이 만든 거친 자연과 수천 년의 역사,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한 시간이 공존하는 곳. 남들이 다 가는 휴양지 대신 진짜 지중해를 만나고 싶다면 시칠리아가 품은 에올리에 제도가 새로운 답이 될 수 있다.
장주영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