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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000마리밖에 없는 멸종위기 동물이 수도권 한복판에” 300년 전 조선 경종 시흥 간척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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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조벌 무지개
호조벌 무지개

경기도 시흥에 가만히 펼쳐진 들판 하나가 있습니다. 수도권은 도심 풍경이 주를 이루지만, 이곳만큼은 시간의 속도를 잠시 늦춘 듯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요. 멀리서 보면 그저 논밭 같지만, 조금만 시선을 들이밀면 이것이 300년 전 조선 경종 시대에 만들어진 간척의 현장, 바로 호조벌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넓은 평야와 하천 주변이 지금도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로 남아 있어 멸종위기 1급 조류가 목격되기도 한다는 점이에요.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게 역사와 생태가 공존하는 풍경을 만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시흥의 호조벌은 그 흔치 않은 예 중 하나입니다. 

호조벌

호조벌 모내기 체험
호조벌 모내기 체험

호조벌이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중앙 관청인 호조(戶曹)에서 유래했습니다. 1721년, 호조 산하 진휼청이 시흥 하중동과 보통천 주변 갯벌을 막아 농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간척 사업을 시작했어요. 바닷물을 막아내기 위해 쌓은 둑이 호조방죽이었고, 이 방죽을 기준으로 갯벌은 점차 평야로 변했습니다.

당시 간척 기술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지역의 식량 생산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이었던 만큼 공사는 끈질기게 이어졌고 결국 지금의 호조벌이 탄생했습니다. 수백 년 전의 흔적이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은 시흥의 자연·역사 교육 공간으로서 가치가 충분해요.

드넓게 펼쳐진 평야를 마주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가 진짜 서울 근교라고?” 하며 놀라곤 합니다. 호조벌의 스케일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호조벌에서 만나는 자연의 힘

저어새
서해안에서 번식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저어새

호조벌 일대는 단순히 농지가 아니라 다양한 생태를 품은 자연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천과 연계된 수로, 갯벌의 잔흔, 평야 지대가 연결되며 숲·물·논 생태계가 동시에 형성돼 있죠. 이 때문에 저어새 같은 멸종위기 조류가 관찰되기도 하는데요. 수도권 한복판에서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호조벌이 지닌 생태적 가치는 높고, 시흥시는 이 지역을 공공자산으로 보전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어요. 특히 가을이면 황금빛 들판 위로 철새가 날아오르는 모습이 펼쳐져 마치 도시 근교에 마련된 작은 자연 박물관에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도 많은데, 그 풍경 자체가 호조벌이라는 공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연꽃 명소와 연계

여름에는 인근 연꽃 관련 여행지와 연계하기
여름에는 인근 연꽃 관련 여행지와 연계하기

호조벌과 연결된 대표 명소가 바로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입니다. 시흥시 관곡지로 139 일대는 여름이면 연꽃 천지가 되는데,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농학자였던 강희맹이 중국에서 연꽃을 들여와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우리나라 연꽃 문화의 중요한 시작점으로 평가받습니다.

관곡지를 중심으로 조성된 연꽃테마파크에서는 홍련, 백련, 수련, 물양귀비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호조벌의 광활한 평야가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정서적 공간이라고 할까요.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낸 풍경이 겹겹이 쌓여 시흥이라는 도시의 깊이를 더해주는 곳입니다. 여름철 아침에 방문하면 이슬 맺힌 연꽃과 논 사이로 퍼지는 아침 햇살이 어우러져 정말 고요한 순간을 만날 수 있어요.

황홀한 일몰
황홀한 일몰

이처럼 관곡지-연꽃테마파크-보통천-호조벌 평야지대를 잇는 코스는 산책하기에도 좋고, 자전거로 달리기에도 환상적입니다. 바람이 잘 통하는 길이라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특히 가을에는 노란빛 평야를 가르는 라이딩 코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기도 해요.

산책하고, 바람 맞고, 연꽃 보고, 평야를 건너며 조용히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곳.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런 여행이 가능하다는 건 참 감사한 일입니다.

(※본문 사진 출처:ⓒ공공누리 경기도 시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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