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여행하며 가장 흥미로운 순간 중 하나는 단연코 그 지역의 전통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이번 나가노 여행에서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체험’에 중심을 두고 일정을 구성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연 쿠라비토 스테이(KURABITO STAY)에서의 양조장 숙박과 체험이었습니다.
단순히 사케를 마시는 것을 넘어, 그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양조장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던 깊이 있는 시간이었어요.
쿠라비토 스테이란?
나가노현 사카키마치(坂城町)에 위치한 쿠라비토 스테이는 오래된 사케 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숙소 겸 체험 공간이에요. ‘쿠라비토(蔵人)’란 원래 양조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로, 이름 그대로 이곳에서는 실제 양조인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양조의 전 과정을 함께하며 사케에 대한 철학과 기술, 그리고 전통 문화를 배우는 프로그램이에요.
체험형 숙소로 구성되어 있어서 숙박과 식사, 체험이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패키지 형태이며, 특히 겨울철에는 사케 양조 시즌과 맞물려 훨씬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숙소와 첫 인상
도착한 쿠라비토 스테이의 첫 느낌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말이 딱 맞았어요. 겉으로는 옛 양조장의 모습을 간직한 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내부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깔끔하고 따뜻하게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일본 특유의 목재 구조와 간결한 인테리어 덕분에 묵는 내내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죠.
공용 공간에는 전통 술잔, 양조에 쓰이는 도구, 그리고 역사적 사진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어 숙박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느껴졌어요.
양조 체험의 본격 시작
체험은 오전 일찍 시작됩니다. 흰색 작업복과 고무장화를 착용하고, 실제 양조장 내부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부터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체험 과정은 크게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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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씻기 – 사케의 기본 재료인 쌀을 손수 씻고 불리는 작업. 단순해 보이지만 물 온도와 시간 조절이 중요해 사소한 부분도 세심한 주의를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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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 작업 – 쪄낸 쌀을 퍼뜨려 식히는 과정으로, 정확한 타이밍과 온도 감지가 필수예요. 현지 양조인 분의 설명과 함께 참여하면서 전통 방식의 디테일을 배울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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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 만들기 – 누룩은 사케 맛을 좌우하는 요소로, 곰팡이를 활용한 자연 발효가 핵심입니다. 위생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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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 탱크에서의 발효 확인 – 발효 중인 탱크를 열어보면 특유의 향과 따뜻한 증기가 피어오릅니다. 이 순간, 정말 ‘술이 살아 있다’는 표현이 실감났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현지 장인들과 함께하며, 각 단계마다 역사와 과학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돼 있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만들기 체험’을 넘어서 일본 사케의 정수에 가까이 다가가는 경험이었어요.
쿠라비토 스테이만의 특별함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양조 체험 때문만은 아닙니다. 숙박을 통해 전통을 느끼고, 제공되는 저녁 식사와 함께 다양한 사케를 시음할 수 있다는 점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저녁에는 지역 재료를 이용한 정갈한 일식이 준비되며, 각 요리와 어울리는 사케 페어링이 함께 제공됩니다. 이때 마시는 사케 중에는 낮에 함께 만든 술의 초기 단계인 ‘모토(酛)’도 포함돼 있어,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의 감동이 있었습니다.
또한, 사케의 향을 구분하는 미각 워크숍도 열려서, 각 사케의 차이를 직접 비교하며 나에게 맞는 술을 찾는 재미도 있었어요.
이런 분께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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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관광보다 ‘체험형 여행’을 선호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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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하지만 단순히 마시는 걸 넘어서 그 배경을 알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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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 문화를 깊이 있게 알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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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고 조용한 일본 소도시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분
여행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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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예약 필수: 체험과 숙박은 정원이 정해져 있어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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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시즌 추천: 실제 양조 시즌은 11월~3월 사이로, 이 시기에 방문하면 더 풍부한 체험이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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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약한 분도 참여 가능: 직접 마시지 않아도 체험 자체가 교육적이고 흥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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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접근성: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약 2시간 반 거리로 당일치기는 어렵지만 1박 2일 일정으로 적합합니다.
마무리하며
쿠라비토 스테이에서의 양조장 체험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일본 전통과 삶의 방식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화 체험이었습니다.
매 순간 ‘진짜’에 가까운 것을 경험하며, 술 한 잔의 배경에는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죠. 대만 여행처럼 쇼핑과 먹거리가 중심이 되는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현지의 뿌리 깊은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여행은 또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별한 일본 소도시 여행을 고민 중이라면, 나가노의 쿠라비토 스테이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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