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천이나 도심 하천, 공원 근처를 자주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길쭉한 회색 새가 있다. 크고 뾰족한 부리를 가진 이 새의 이름은 왜가리다. 원래 왜가리는 대표적인 여름철새로 때가 되면 다른 다른 나라로 서식지를 옮기는 특성이 있는데 최근에는 아예 한국에 정착해 한국 텃새가 돼버렸다.
여름철새에서 텃새로 변신한 왜가리

왜가리는 ‘왝’ 하는 울음소리 덕분에 왜가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학명은 ‘Ardea cinerea’이며 백로·노랑부리백로와 함께 왜가리과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가진 조류 중 하나로 전국에서 쉽게 관찰된다.
원래 왜가리는 대표적인 여름철새다. 봄에 우리나라로 날아와 번식하고 가을이면 동남아 등 따뜻한 지역으로 떠난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한국 남부 지방 일부 지역에서 겨울을 나는 왜가리가 관찰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이런 현상이 지속돼 학계에서도 큰 화제였다. 현재는 아예 한국에 정착해 텃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주도하는 겨울철 조류 센서스에 따르면 초창기 한국에서 겨울을 나는 왜가리 수는 500~600마리 수준이었다. 현재는 약 5000마리 이상이 한국 전역에서 겨울을 나는 것으로 조사된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철새들이 굳이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된 것이다. 이처럼 철새가 특정 지역에 정착해 연중 머무는 현상을 ‘텃새화’라고 부른다.
‘텃새화’는 왜 늘어나고 있나

텃새화는 왜가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백로, 쇠백로, 해오라기, 물닭 같은 종도 원래는 여름철새였지만 지금은 겨울에도 한국에 머무는 개체가 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원래 우리나라에 없었던 열대성 조류도 점차 관찰 횟수가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새가 인도 남부·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후투티다. 이름처럼 화려한 깃털을 가진 후투티는 1990년대부터 울산 등 남부 지방에서 겨울을 나는 일부 개체가 발견됐다. 지금은 서울 외곽에서도 관찰된다. 이외에도 수많은 아열대성 조류가 점점 한국으로 오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서 미기록종으로 알려졌던 열대 지역 조류도 발견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만 서식하던 새가 약 2년 전 국내에서 최초로 관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같은 조류 생태계 변화는 기후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철새는 일정한 계절에 따라 정해진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기온, 강수량, 서식지 변화에 민감하다. 환경 변화가 조금만 일어나도 이동 경로, 시기, 번식 습성까지 크게 달라진다. 때문에 조류는 기후변화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전문가는 새가 살 수 없는 환경이면 인간도 살 수 없는 환경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새가 줄어든다는 건 환경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새가 사라지면 생태계 균형이 깨지고 사람도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없게 된다.
왜가리가 겨울에도 우리 곁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겉보기엔 반가울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급격한 환경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철새의 달라진 행동은 자연의 경고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도심 하천의 풍경 속에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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