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예쁜데… 의외로 미국에선 제거 대상 취급받는 ‘한국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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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늘꽃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큰바늘꽃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큰바늘꽃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계곡 물소리가 깊어지는 여름, 물가 풀숲 사이에서 눈에 띄는 분홍빛이 있다. 연분홍 꽃잎 네 장과 특이한 암술머리를 지닌 식물. 바로 ‘큰바늘꽃’이다.

큰바늘꽃은 바늘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7월부터 9월 사이에 꽃을 피운다. 줄기는 곧게 자라 50~150cm까지 크며, 줄기와 잎에는 부드러운 털이 나 있다. 잎은 마주나고,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갈라진다. 꽃은 연분홍 또는 자줏빛이다.

중앙의 암술머리는 네 갈래로 나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열매는 길고 가늘며, 안의 씨앗은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큰바늘꽃은 습지 환경을 좋아한다. 주로 하천, 계곡, 연못가에서 자란다. 한국에서는 울릉도, 경북, 강원 일부 지역에서만 드물게 발견된다. 해외에서는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미국에선 천대받지만, 한국에선 귀한 ‘큰바늘꽃’

큰바늘꽃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큰바늘꽃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큰바늘꽃은 번식력이 워낙 강해 미국 동부와 서부 습지에서는 제거 대상 식물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자생지가 극히 적고, 개체수도 급격히 줄었다. 2012년 환경부는 큰바늘꽃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했다. 사라진 이유는 뚜렷하다.

도로 건설, 하천 정비, 숙박시설 확장 등 개발 사업으로 서식지가 잘려 나갔다. 울릉도의 한 자생지는 숙박시설 공사로 완전히 사라졌고, 청송 주왕산 인근 개체군은 하천 정비로 거의 사멸했다. 삼척 일대도 도로 확장으로 인해 자생지가 위협받고 있다.

큰바늘꽃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큰바늘꽃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관상용 채취도 문제다. 예쁜 생김새 덕에 무단으로 캐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큰바늘꽃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멸종위기종이다. 함부로 채취하거나 옮기면 위법이다. 인공증식이 아닌 자연 개체는 절대 무단으로 옮길 수 없다.

큰바늘꽃이 식용 가능한지는 확인된 바 없다. 일부 바늘꽃류가 약초로 쓰였다는 기록은 있지만, 큰바늘꽃 자체에 대한 사례는 없다. 멸종위기종이라는 점에서 식재료로 쓰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울릉도 봉래폭포, 멸종위기종 위한 대체 서식지 된다

큰바늘꽃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큰바늘꽃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와 울릉군청과 함께 큰바늘꽃 200개체를 울릉도 봉래폭포 지구에 이식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울릉도는 과거 도로 공사와 시설물 건설 등으로 큰바늘꽃 자생지가 빠르게 사라진 지역이다. 이에 연구진은 지난 4월 직접 울릉도 현장을 방문해 자생지 현황을 조사했고, 지하수가 용출돼 토양 습윤 상태가 유지되는 봉래폭포 지구를 대체 서식지로 선정했다.

이번에 심어질 200개체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 인공증식 기술로 길러낸 개체다. 기관은 이식 이후 생존율과 환경 적응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울릉도 내 자생 개체군 복원뿐 아니라, 하천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회복도 함께 추진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계자는 뉴시스에 “이번 큰바늘꽃 복원을 통해 울릉도 야생 개체군이 늘어나고, 생물다양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담수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튜브 ‘식물탐사-Plant Expl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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