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줄 알았는데… 5년 만에 한국 갯벌에 돌아온 ‘멸종위기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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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귀고둥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대추귀고둥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대추귀고둥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서해와 남해 갯벌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대추귀고둥이 전남 무안 갯벌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동안 모습을 감췄던 대추귀고둥이 6월 무렵 무안 해안에서 다시 발견되자, 갯벌 생태계 회복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8일 kbc광주방송 보도에 따르면 대추귀고둥은 무안의 진흙과 모래가 섞인 갯벌에서 5년 만에 다수 발견됐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 그중에서도 갯잔디 군락 사이에서 수백 마리가 무리를 지어 서식 중인 모습이 확인됐다. 조사팀은 대추귀고둥이 갯잔디 틈 사이마다 예닐곱 마리씩 군집한 모습을 포착했다. 입구가 귀 모양처럼 휘어 있고 색이 붉게 물든 대추귀고둥은 일반 고둥보다 크기가 작고 손가락 한 마디 정도에 불과하다.

줄어드는 갯잔디와 다시 불거진 생존 위기

대추귀고둥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 위키푸디
대추귀고둥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 위키푸디

무안 갯벌에서 대추귀고둥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건 약 5년 전이다. 이후 긴 공백이 이어지다가, 2년 전부터 소수 개체가 간헐적으로 발견되기 시작했다. 올해는 관찰된 개체 수가 200마리를 넘기며 본격적인 서식이 확인됐다. 서식지로는 갯잔디가 밀집한 구역이 유일하며, 대부분의 개체가 그 주변에만 분포한다. 대추귀고둥이 다시 관찰된 건, 무안 갯벌이 일정 수준 이상의 생태적 회복력을 되찾았다는 징후로도 해석된다.

대추귀고둥은 갯벌 상층의 얕은 풀숲에 구멍을 파거나 돌 아래에 숨어 생활한다. 일반적인 간조 시간에는 땅속으로 들어가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서식 흔적은 주변에 남는 특유의 배설물로 확인할 수 있다. 겨울철인 1월부터 3월까지는 10cm 깊이의 굴속에서 동면한다. 황색, 갈색, 흑갈색 등이 혼합된 패각 색을 띠며, 격자무늬 껍질과 3개의 강한 주름이 있는 입구를 통해 식별할 수 있다.

대추귀고둥이가 발견된 갯벌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 위키푸디
대추귀고둥이가 발견된 갯벌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 위키푸디

무안문화원 마을조사 연구원은 “대추귀고둥이 있는 갯벌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이 생물이 갯벌을 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추귀고둥은 유기물을 분해해 갯벌이 썩지 않도록 돕는 분해자 역할을 한다. 같은 이유로 이 생물이 사라진 갯벌에서는 악취가 심하게 날 수 있다.

현장에는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어 생물 서식지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농지에서 밀려오는 토사로 인해 갯잔디 군락이 줄고 있어 문제다. 무안동식물보호협회 측은 “2~300마리 이상 발견된 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히면서도, “앞쪽에서 밀려온 토사 때문에 갯잔디가 줄고 있고, 이대로면 대추귀고둥이 다시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안 갯벌에는 대추귀고둥 외에도 저어새, 노란부리백로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특히 대추귀고둥처럼 생존 조건이 까다로운 생물은 생태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일시적 개체수 증가만으로 복원을 판단하긴 어렵다. 실질적인 생태계 회복을 위해선 장기적인 서식지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토사 유입 차단과 민물 흐름 조절, 간척 제한 등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전국 몇 군데서만 살아남은 멸종위기 고둥

대추귀고둥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 위키푸디
대추귀고둥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 위키푸디

대추귀고둥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일본과 중국에도 일부 분포하지만, 국내에서는 경기·충남·전북·전남·경남 해안의 민물 유입 갯벌에서만 발견된다. 그 중 갯잔디가 잘 발달한 초지대가 주요 서식지로, 이 구역은 간척과 매립에 취약한 지역이기도 하다.

대추귀고둥이 서식하려면 염도, 수분, 모래와 진흙의 비율, 주변 식생 상태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한 항목이라도 조건이 어긋나면 번식이 어려워지며, 외부 압력에 쉽게 흔들린다. 특히 갯잔디는 얕은 뿌리로 토양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고둥의 은신처가 되기 때문에, 토사 유입은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기온이 평년보다 일찍 오르면서 갯벌 온도 변화도 빨라졌다. 서식 조건이 달라지면 대추귀고둥의 개체 수도 크게 요동칠 수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단순한 개체 수 회복을 넘어 생태계 전체의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서식지 관리와 제도적인 보호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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