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높아지면 입맛부터 달라진다. 찬 음식으로 시원하게 달래거나, 반대로 얼큰하고 뜨거운 국물로 속을 풀고 싶어진다. 이런 갈증을 채워주는 곳이 대구에는 여럿 있다. 대구는 평범한 음식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데 익숙한 도시다. 가게마다 오랜 시간 지켜온 방식이 남아 있고, 그 안에는 맛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대구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다는 세 곳. 오래된 방식으로 승부하고,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단 먹었을 때 고개가 끄덕여지는 맛이 있다. 여름철 더위에 지쳤을 때, 딱 맞는 한 끼를 찾고 있다면 이곳들을 한번쯤 떠올릴 수 있다.
1. 신원복어, 대구 복어불고기의 대표 주자

복어는 대구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재료다. 다른 지역에서 회 하면 광어나 연어가 먼저 떠오른다면, 이 도시에선 복어가 빠지지 않는다. 서구 달서천로에 있는 ‘신원복어’는 복어요리를 제대로 해낸다는 말이 아깝지 않다. 3대째 운영 중인 이곳은 복어불고기를 통해 그 깊이를 보여준다.
복어불고기는 탱글한 살을 4시간 동안 우린 육수와 함께 자작하게 조려낸다. 눈으로 보기엔 진한 양념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조미료맛 없이 깔끔하게 흘러간다. 콩나물과 미나리가 어우러져 씹는 맛도, 향도 그대로 살아 있다.
남은 양념에 밥을 넣고 볶아내면 빈틈 없이 꽉 찬 한 끼가 완성된다. 바닥까지 싹 긁어내고 싶을 정도로 감칠맛이 남는다.
복어껍질무침은 얇고 투명한 껍질을 포처럼 떠내어 새콤하게 무쳐낸 메뉴다. 쫀득하고 야들야들한 느낌이 번갈아가며 입안을 차지한다.
복어지리도 추천할 만하다. 국물은 맑지만 단조롭지 않다. 콩나물과 복어살을 건져 양념장에 비벼 먹는 방식이 독특하다. 식초를 더해 먹는 방법은 단골 사이에서 잘 알려진 조합이다.
처음 온 사람이라도 젓가락이 쉴 틈 없이 오간다. 한입, 또 한입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밥그릇이 비어 있다.
2. 뉴욕통닭, 60마리만 튀기는 대구 치킨집

대구 중구 종로 한복판, 퇴근 시간 무렵이면 기름 냄새에 이끌린 사람들이 줄을 선다. ‘뉴욕통닭’은 하루에 60마리만 튀긴다. 정해진 수량 이상은 주문을 받지 않기에 예약이 아니면 헛걸음할 수 있다.
후라이드치킨은 겉면이 균일하게 바삭하다. 튀김옷이 얇아 기름기보다 고기의 육즙이 먼저 느껴진다.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소리와 함께 속살이 부드럽게 풀린다.
양념치킨은 45년 가까운 세월이 담겼다. 사장 외에는 모른다는 비법 양념은 단맛과 매운맛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자극적이지 않아 끝까지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맛보는 반반 메뉴도 인기다. 후라이드의 담백함과 양념의 진한 풍미를 번갈아 느낄 수 있다.
요즘처럼 치킨 종류가 많고 맛이 세분화된 시대에도 이 집은 뚜렷한 이유로 손님을 끌어모은다. 잔기교 없이도 맛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곳이다.
3. 할매묵집, 대구 산자락 아래 59년의 시간

달서구 수밭길의 ‘할매묵집’은 식당이라는 말보다 ‘집’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식탁이 없다.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음식이 그 자리로 날아온다. 대구의 산세를 등지고 자리 잡은 이곳은 59년째 운영 중이다. 현재는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메밀묵은 100% 메밀로 직접 만든다. 뒷맛이 깔끔하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멸치육수와 무채를 곁들인 ‘메밀묵채’는 무더운 여름, 별다른 반찬 없이도 훌륭한 식사가 된다.
정구지찌짐은 부추전이다. 밀가루는 거의 쓰지 않고 부추를 듬뿍 넣어 부쳐낸다. 기름에 지졌지만 느끼하지 않고, 초장에 찍어 먹으면 새콤함이 입맛을 끌어낸다.
풍경도 식사의 일부다. 마당 한켠에 앉아 한 숟갈 떠먹는 느낌은 도시에서 쉽게 찾기 어렵다. 요란한 간판이나 홍보 하나 없지만, 꾸준히 손님이 찾는 이유가 있다.
조미료보다 국물 맛, 반죽 비율 같은 기본기를 살린 방식이다. 메뉴 구성도 변하지 않아 오래된 단골들이 지금도 찾는다.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 입맛을 되찾고 싶을 때 대구의 오래된 맛집들을 떠올려볼 만하다. 복어불고기부터 하루 60마리 치킨, 메밀묵까지. 긴 세월을 견뎌온 음식은 그만큼 단단하다.
※ 이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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