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파괴 끝판왕… 외국선 ‘악마의 잡초’라 불리지만 한국선 오히려 환영받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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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Ramadhan Noval-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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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하천이나 저수지 위를 가득 메우는 식물이 있다. 바로 부레옥잠이다. 한국에선 물을 정화하는 식물로 알려져 일부러 심기까지 하지만 해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일부 국가에선 ‘악마의 잡초’라 불리며 골칫덩이 취급을 받고 있다. 같은 식물을 두고 정반대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뛰어난 수질정화 능력… 부레옥잠은 어떤 식물인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Lion'King-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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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레옥잠은 부레옥잠은 특이한 외형과 생리 구조를 가진 수생식물이다. 학명은 ‘Eichhornia crassipes’이며 물옥잠과에 속한다. 가장 큰 특징은 공기주머니처럼 부풀어 있는 잎자루다. 이 구조 덕분에 물 위에 쉽게 떠 있을 수 있고 바람이나 물살에 따라 움직이며 빠르게 퍼져나간다. 뿌리는 흙에 닿지 않아도 자라며 부유 상태로 물속 영양분을 흡수한다.

광 조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조량이 많고 햇볕이 강한 지역일수록 생장 속도는 빨라진다. 빛이 부족하거나 음지에선 번식이 급격히 둔화된다. 온도에도 민감하다. 생육 최적 온도는 20~ 30도 사이이며 10도 이하에서는 생장이 멈추고 5도 이하에선 조직이 괴사한다. 영하로 내려가면 대부분 죽는다. 다만 온실이나 열수가 나오는 배출구 등 특수 환경에서는 겨울에도 생존이 가능하다.

부레옥잠은 뿌리 대신 줄기와 잎으로 번식하는 무성생식 능력까지 갖췄다. 마디마다 뿌리가 자라며 개체를 복제하듯 늘려간다. 이런 생리적 특성은 수처리 기술에서도 활용돼 왔다. 부레옥잠은 물속에 녹아 있는 유기물과 영양염류를 빠르게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 질소, 인은 물론 납 같은 중금속도 제거한다. 때문에 폐수처리장, 저류지, 인공습지 등에서 정화용 식물로 띄워둔다. 오염된 물 위에 띄워 놓으면 뿌리를 통해 오염 물질이 흡수되면서 수질이 개선된다.

부레옥잠은 오염물질 중 특히 질소와 인 제거에 강점을 가진다. 하수에 포함된 유기물이 많은 경우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도 함께 낮출 수 있다. 식물체 자체가 부유물질도 일정 수준 흡착하기 때문에 물을 맑게 만드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이런 강점 때문에 국내에선 관상용으로도 수질 정화용으로도 환영받았다.

해외서는 ‘악마의 잡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Ridholaresha-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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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레옥잠은 해외에서 ‘악마의 잡초’로 불린다. 생태계 전체를 위협할 만큼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줄기나 잎에서도 뿌리가 나오기 때문에 하나의 개체가 물 위에서 퍼져나가면서 그 자리마다 뿌리를 내리고 다시 다른 개체로 이어진다. 줄기마다 생긴 마디에서 새 식물이 생기고 물 위를 순식간에 장악한다.

수질정화 목적으로 심은 부레옥잠이 뛰어난 번식력으로 수면 전체를 차지하면 햇빛이 물속에 닿지 않게 되고 광합성을 못 한 다른 수생 식물이 죽어버린다. 점점 물속 산소가 부족해지고 물고기나 미생물도 줄어든다.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수는 이 피해를 고스란히 겪은 대표 사례다. 따뜻하고 정체된 물은 부레옥잠이 퍼지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자라는 속도와 범위 모두 예상을 훨씬 넘었다. 한국에서는 30cm 정도 자라는 식물이 빅토리아 호수에서는 3m까지도 자랐다. 결국 호수 전체가 초록 식물로 뒤덮였고 생태계는 심각하게 변했다. 심각성을 인지한 유럽연합은 2016년부터 부레옥잠의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등 특별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은 겨울이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사정이 다르다. 추위에 약한 부레옥잠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대부분 죽는다. 때문에 한국은 부레옥잠의 수질정화 장점을 최대치로 활용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녹조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부레옥잠을 일부러 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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