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 날씨가 무르익으며 고산지대의 야생동물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지금 이 시기, 우리나라 깊은 산속에서 아주 특별한 동물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수천 년 전부터 우리 산에 살아온 ‘산양’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산양’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친숙하게 들리지만, 정작 그 실체를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양우유’를 통해 잘못된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산양우유’는 진짜 산양과 아무 관련 없어

시중에 유통되는 ‘산양우유’는 많은 소비자에게 몸에 좋다는 인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우유는 실제 산양에서 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산양’은 야생동물이고, 판매되는 산양우유는 염소의 젖으로 만들어진다.
특히 유럽에서 들여온 흰색 품종의 젖염소로, 몸집이 작고 온순하며 우유의 소화가 잘되는 특징 때문에 사육되고 있다. 광고나 제품 라벨에 자연과 함께 있는 산양 이미지가 자주 쓰이면서 오해가 생기기 쉬운데, 실제 야생 산양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대상이다.
2000마리 밖에 남지 않은 ‘살아있는 화석’
야생 산양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돼 있다. 몸 전체는 회갈색 털로 덮여 있고, 암수 모두 날카로운 뿔을 지니고 있다. 수염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 염소와는 구별된다.
해발 1000m 이상의 바위산을 주 서식지로 삼으며, 한국의 강원도, 경북 일대에 약 2000마리 남짓만 남아 있다. 유전적으로도 염소와 전혀 다른 종이며, 무려 200만 년 전부터 생김새를 거의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산양 가죽이 공물로 바쳐졌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위기 맞았던 산양

1950년대 이후 급속한 개발과 밀렵으로 산양은 거의 사라질 뻔했다. 산양은 특히 귀소성이 강한 특성 때문에 서식지가 무너지면 새로운 지역으로 옮기기 어렵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오랫동안 그곳에 머무르며 살아가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산양이 살 수 있는 바위산, 고지대 숲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개체 수도 줄 수밖에 없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험한 산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만큼 보호 노력도 쉽지 않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산양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양구, 인제, 울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적극적인 서식지 복원이 이뤄지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2016년부터 산양의 생태를 고려한 암벽형 서식지를 만들고, 새끼 산양의 출산까지 성공시켰다.
자연에 다시 산양을 적응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도 병행되고 있다. 민간과 군, 공공기관이 함께 먹이 공급과 구조 활동을 수행하며 서식지 안정을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기온이 급강하하고 폭설이 내리는 날이 많아 산양들이 눈 속에 갇히거나 먹이를 찾지 못해 탈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구조 활동이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에게 겨울은 가장 힘든 시기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선 구조뿐 아니라 미리 서식지를 안정화하고, 먹이원이 풍부하도록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산양을 지키는 것은 생태계 전체를 지키는 일
산양은 단순한 하나의 동물이 아니다. 산양이 살아가는 고산지대는 기후와 수자원, 식생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생태계의 중요한 거점이다. 이 지역이 무너지면, 산양뿐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곤충, 식물, 다른 포유류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
산양을 지키는 일은 곧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다. 생물 다양성이 무너지면 먹이사슬도 무너지게 되고, 이는 결국 인간 삶의 기반까지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 세계 생물종을 약 3000만 종으로 추정하면서, 이 중 매년 2만5000종에서 최대 5만 종이 멸종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원인은 인구 증가와 개발, 오염, 무분별한 채집과 포획 등이다. 생물이 사라지면 그 자원을 활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생태계가 단절되면서 자연 재난의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진짜 산양을 기억하며, 잘못된 오해는 바로잡아야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산양우유 하나만 봐도 잘못된 이미지가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알 수 있다. 실제 산양이 어떤 동물인지, 왜 보호가 필요한지 모른 채 ‘건강한 이미지’만 소비되고 있는 현실은 문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산양우유를 마시며 진짜 산양의 우유라고 믿고 있지만, 산양은 우유를 제공하는 가축이 아닌, 보호가 필요한 희귀 야생동물이다.
산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서식지를 지키려는 노력이 쌓여야만 진짜 산양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다. 마트에서 산양우유를 집어드는 순간, 깊은 산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진짜 산양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은 출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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