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여름의 기운이 바다에 스며든다. 기온이 오르면 지친 몸도 입맛도 축 처지기 쉬운데, 동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그런 기운을 말끔히 씻어주는 한 끼가 기다린다. 여느 관광지처럼 번화하진 않아도 강원도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맛집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 삼척부터 강릉, 동해까지 이어지는 길 위에서 피날레로 들러야 할 식당들을 소개한다. 해산물부터 고기, 칼국수까지 지역민들이 진짜로 찾는 곳만 모았다.
1. 문어와 참골뱅이 한 접시에 다 담은 ‘동해안’

삼척의 한 아파트 상가에 숨은 ‘동해안’은 동네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이곳은 동해에서만 잡히는 신선한 피문어를 빠르게 공수해 삶은 숙회로 내놓는다. 문어는 사장님의 손끝에서 야들야들하게 삶아지며, 쫄깃한 참골뱅이와 함께 곁들여 한 접시로 제공된다.
큼직한 문어 살은 입안 가득 차는 쾌감을 주고, 잡내 없이 살아 있는 감칠맛 덕에 자꾸 손이 간다.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별미는 바로 문어 삶은 물에 끓여낸 수제비다. 구수한 국물은 직접 담근 집장과 청양고추 덕분에 칼칼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손수 뜯은 수제비 면은 쫀득하게 씹히며 식사의 마무리를 풍성하게 해준다.
2. 갈비 앞에선 바다도 잠시 잊게 만드는 ‘강릉갈비’

강릉에 왔으면 회나 해물만 찾기 쉬운데, 이곳에서는 달라진다. ‘강릉갈비’는 현지 주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동네 고깃집이다. 이 집의 소갈비는 40년 넘게 같은 양념 배합을 유지하며 깊은 단맛과 짠맛의 균형을 보여준다.
질 좋은 소고기를 직접 손질한 뒤 비법 양념에 숙성해 구워내는 방식이라, 물림 없이 계속 젓가락이 간다. 한 상 가득 차려지는 밑반찬들도 수준급이다. 산마늘과 유채 같은 제철 채소부터 배추김치, 깍두기, 갓김치까지 직접 담근 반찬들이 조화를 이루며 막장에 찍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기와 곁들였을 때 그 조합은 강릉에서만 가능한 식탁의 완성이다.
3. 2대가 이어온 전통 토렴 국밥 ‘부산식당’

강릉 중앙시장에서 7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온 ‘부산식당’은 새벽 5시부터 불이 켜지는 국밥집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가마솥에서 전통 방식으로 토렴해 낸 소머리국밥이다. 100% 한우 소머리만 사용해 뼈잡내 없이 맑고 깊은 국물 맛이 살아 있으며, 첫 숟갈만으로도 감탄이 나온다.
곁들일 수 있는 소머리수육도 별미다. 볼살과 우설만을 사용해 만든 수육은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며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 집은 2대째 한결같은 맛을 지켜오며 국밥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오래도록 입소문을 타고 있다.
4. 바다 향 그대로 담은 어부의 밥상 ‘영동횟집’

강릉 강문해변 근처에 자리한 ‘영동횟집’은 진짜 어부가 직접 운영하는 집이다. 매일 새벽, 사장님이 배를 타고 직접 잡아온 생선만을 사용해 자연산 회의 기준을 새로 쓴다. 이곳의 미역국은 큼직한 우럭 살이 들어가 진득하고 깊은 바다 향을 전해주며, 시기에 따라 맛볼 수 있는 보리숭어 무침회도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메인 메뉴인 자연산 모둠회는 그날그날 구성도 바뀌어 매번 새로운 활어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다. 비트로 색을 낸 짬뽕물회는 보기에도 화려하며, 해산물과 파인애플의 조합으로 물리지 않는 산뜻함이 살아 있다.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 지켜오는 이 집은 바다를 접시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5. 초당두부의 정석 ‘초당토박이할머니순두부’

강릉 초당동엔 유독 순두부집이 많다. 그중 ‘초당토박이할머니순두부’는 두부 공장부터 시작해 50년 동안 한결같은 방식을 지켜온 곳이다. 정수한 강릉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해 끓인 초두부는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깊은 맛이 살아 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밥 없이도 한 그릇을 비우게 만든다.
썰었을 때 단면이 촉촉하게 살아 있는 모두부는 묵은 김치 하나만 올려도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여기에 토종 조개 째복을 아낌없이 넣고 강경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순두부전골까지 맛보면, 이곳이 왜 순두부 마니아들에게 오래 기억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조미료 없이 자연의 맛으로만 깊이를 만든 이 집은 식사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6. 68년 전통의 장칼국수 원조 ‘대우칼국수’

동해시에는 장칼국수의 원조격인 두 곳이 있다. 그중 하나인 ‘대우칼국수’는 무려 68년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다. 직접 채취한 냉이를 넣어 끓인 장칼국수는 고소한 된장 베이스의 국물에 산내음까지 더해져 깊이 있는 맛을 낸다.
감자를 으깨 넣은 풍부한 재료와 시장식 쫄깃한 면발은 씹을수록 입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밥 한 숟가락까지 말아야 완성이 되는 이 장칼국수는 말 그대로 밑바닥까지 긁게 만든다. 간판만 봐도 느껴지는 노포의 품격이 한 그릇 안에 담겨 있다.
7. 젊은 입맛도 사로잡은 MZ 핫플 ‘오뚜기칼국수’

장칼국수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오뚜기칼국수’는 동해 지역 MZ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맑고 칼칼한 국물에 얇은 면발, 그리고 김가루와 달걀 토핑까지 더해져 매끄럽게 넘어가는 조합이다. 멸치와 채소로 우린 육수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입맛을 확 끌어당긴다.
면을 다 먹은 후에도 찬밥 한 숟가락 말아먹는 순간, 국물의 진득한 깊이가 입 안을 가득 채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재료를 툭툭 넣어 완성하는 사장님의 손맛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편, 강원도의 길 위에는 오래된 식당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려하진 않아도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지고, 식탁 위에서 계절과 땅의 기운이 그대로 전해진다. 여행 중 무심코 들른 식당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순한 맛 이상을 담고 있어서다. 길을 따라 걷다가 발길 닿는 곳에서 문을 열어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맛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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