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으로 먹으면 위험한데…” 숙성하면 피로까지 날린다는 ‘한국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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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에 매실. / Picmin-shutterstock.com

나무 위에 매실. / Picmin-shutterstock.com
나무 위에 매실. / Picmin-shutterstock.com

기온이 올라가고 입맛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요즘, 초록빛 매실이 한창이다. 매실은 초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중 하나로, 예로부터 몸을 다스리는 재료로 사용돼 왔다. 예전처럼 약방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쉽게 담글 수 있는 매실청은 여름철 식욕 회복과 피로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 입맛 없는 날, 탄산 대신 매실청 한 잔이면 속이 편해지고 기운이 돌아오는 느낌을 주는 이유다.

조선시대 의서 『동의보감』에도 기록된 매실은 갈증 해소와 장 기능 조절, 열을 내리는 데 효과가 있는 재료로 소개돼 있다. 옛 기록에 따르면 매실은 설사와 가슴앓이에도 도움을 줬다고 적혀 있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생약처럼 취급받았고, 현대에서는 체력 회복이나 간 기능 개선에 좋은 식재료로 재조명되고 있다.

매실은 원래 청매실이라 불리는 푸른 과실 상태에서 채취해 설탕이나 꿀에 절인 후 숙성해 매실청으로 만들어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으로 먹을 수 없는 매실은 독성 물질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매실청은 물에 타 마시는 음료로 활용되거나 음식 조리에 쓰인다. 하지만 효능만큼 섭취 방식에 주의가 필요하다.

피로 해소와 간 기능 회복에 탁월한 과일

매실 자료사진. / HATOH-shutterstock.com
매실 자료사진. / HATOH-shutterstock.com

매실이 가장 널리 알려진 이유 중 하나는 피로 회복 효과다. 하루의 끝에 쌓인 피로, 특히 무더운 날의 무기력함은 매실청 한 잔으로 덜 수 있다. 매실에 풍부한 유기산, 특히 구연산이 체내에 축적된 젖산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젖산은 근육통과 피로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이와 함께 피루브산과 피크르산은 간에서 해독 작용을 도와준다.

술자리 다음 날 찾게 되는 매실청은 실제로 간의 해독을 돕고, 피로를 줄이는 데 실효성이 있다. 숙취 해소를 위해 매실청을 물에 타 마시는 이유다. 술이 해독되지 않아 두통이나 구토 증상을 겪는 경우에도 매실은 도움이 된다.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간세포 재생을 돕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몸이 무겁고 피곤한 날, 물 한 잔에 매실청을 타 마시면 기분도 달라진다. 더위로 기력이 떨어지기 쉬운 초여름, 냉장고에 매실청 한 병쯤 마련해두는 이유다.

소화 기능 돕고 장 상태 조절까지

매실을 세척하는 모습. / Tsurukame Design-shutterstock.com
매실을 세척하는 모습. / Tsurukame Design-shutterstock.com

매실은 ‘천연 소화제’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위장에 이롭다. 입맛이 없는 날, 소화가 잘되지 않는 날에도 매실은 큰 역할을 한다. 구연산은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도와주고, 카테킨과 식이섬유는 장의 연동운동을 원활하게 해 변비와 설사를 완화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식중독 위험이 커진다. 매실에 들어 있는 항균 성분은 유해균 증식을 막아주기 때문에 여름 도시락이나 반찬에 매실 절임을 곁들이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일본에서는 도시락 가운데 매실 장아찌를 얹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장 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계절, 위장이 예민한 사람들에게도 매실은 부담 없는 선택이다. 한두 스푼의 매실청만 있어도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장내 환경을 정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칼슘과 철분 많은 과일…여성에게도 좋다

매실은 영양 성분 면에서도 뛰어나다. 사과보다 칼슘과 철분이 두 배 이상 많고, 칼륨도 2.5배 이상 포함돼 있다. 특히 여성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많아 뼈 건강이나 혈액 순환에 유익하다.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한 변비나 칼슘 부족 증상이 나타날 때도 매실이 효과적이다.

구연산과 사과산은 몸속 칼슘 흡수를 돕고,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 변비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임산부는 물론 갱년기 여성이나 체력 저하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매실은 일상 속에서 무리 없이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 재료다.

매실 섭취는 ‘숙성’과 ‘적당량’이 핵심

매실청 자료사진./ J.NATAYO-shutterstock.com
매실청 자료사진./ J.NATAYO-shutterstock.com

생매실은 직접 먹으면 위험하다. 씨와 과육에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어 생으로 먹을 경우 구토, 어지럼증, 두통 같은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드시 설탕이나 꿀에 절여 100일 이상 숙성시킨 매실청으로 가공한 뒤 마셔야 한다.

매실청도 무조건 많이 마시는 건 금물이다. 시중 제품 기준으로 매실청 100g에 50g 이상의 당분이 포함돼 있어, 과도한 섭취는 혈당을 높이고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 1~2잔, 물과 1:4 비율로 희석해 마시는 것이 좋다.

매실청을 만들 때는 매실 꼭지를 깨끗하게 제거하고, 물기를 완전히 말려 곰팡이와 쓴맛을 방지해야 한다. 숙성은 실온에서 100일 정도 진행한 뒤, 건더기는 제거하고 매실청만 냉장 보관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맛과 위생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여름 맞이 준비에 매실청 한 병

매실청을 담그기 위해 매실 꼭지를 제거하는 모습. / Tsurukame Design-shutterstock.com
매실청을 담그기 위해 매실 꼭지를 제거하는 모습. / Tsurukame Design-shutterstock.com

매실은 한철 지나면 구하기 힘든 과일이다. 초여름이 끝나기 전, 시기에 맞춰 매실청을 담가두면 무더운 여름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장마철 입맛이 없고 기력이 떨어지는 시기, 한잔의 매실청이 몸을 다스려준다.

간단한 절임 과정과 숙성만으로도 수개월 동안 활용할 수 있는 매실청은 여름철 집집마다 필수 재료로 꼽힌다. 식후 음료로, 요리에 곁들이는 단맛 재료로 쓰기 좋고, 해독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무더운 계절을 앞둔 지금, 초록빛 매실로 여름 준비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매실청 담그는 법 총정리

매실청 담그는 법. / yukimco-shutterstock.com
매실청 담그는 법. / yukimco-shutterstock.com

1. 청매실은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가 제철이다.

2. 상태 좋은 매실을 흐르는 물에 씻은 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3. 꼭지를 이쑤시개 등으로 깔끔하게 제거한다.

4. 유리병이나 항아리에 매실과 설탕을 1:1 비율로 번갈아 담는다.

5. 마지막에는 설탕으로 덮고, 뚜껑을 닫은 뒤 서늘한 실온에서 100일 이상 숙성시킨다.

6. 숙성이 끝나면 매실을 건져내고 청만 냉장 보관한다.

7. 물과 1:4 비율로 희석해 하루 1~2잔 이내로 섭취한다.

제철 매실은 초여름의 입맛을 살리고 더운 날의 기운을 돌려준다. 가정에서 손쉽게 담가두면 여름 내내 두고두고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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