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 위에 솟아난 생물이지만, 생김새만 보면 먹을 수 있는 식물인지조차 의심스럽다. 길쭉한 줄기 전체가 통통하게 부풀어 있고, 마디는 툭툭 끊긴 듯 뚜렷하게 나뉘어 있다. 단면은 속이 비어 있어 물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삭한 탄력이 느껴진다. 표면은 미세하게 윤이 나고,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진다. 여름엔 연두빛을 띠지만, 가을로 갈수록 붉게 물들어 가는 색 변화까지 겹쳐 ‘외계 생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식물의 이름은 ‘함초’.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에서만 자라는 염생식물이다.
갯벌에서 자라는 ‘짠 식물’, 함초의 정체

함초는 ‘퉁퉁마디’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줄기 마디가 퉁퉁하게 부풀어 있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름에 들어 있는 ‘함(鹹)’자는 ‘짠맛’을 뜻한다. 실제로 함초는 뿌리로 바닷물 속 염분을 흡수해 스스로 짠맛을 만들어낸다. 해안 갯벌이나 염전 가장자리에 무리지어 자라며, 일반 작물이 자라기 어려운 소금기 많은 땅에서도 스스로 번식한다.
주로 줄기만 먹을 수 있고, 생으로도 조리해도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는 편이다. 짠맛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 별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맛이 살아난다. 특히 가볍게 데쳐서 무침이나 장아찌로 만들면, 해조류와는 다른 독특한 풍미가 느껴진다.
초여름부터 시작되는 수확기
함초의 수확 시기는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다. 6월 초순부터 연두빛 줄기가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하며, 수확 적기는 6~8월 사이다. 여름 초입의 어린 함초는 색이 연하고 식감이 부드러우며, 뒤로 갈수록 줄기가 단단해지고 색도 붉게 변한다.
함초는 계절에 따라 색과 식감이 달라진다. 초여름에 수확한 어린 함초는 연두빛이 돌고 부드러워 무침에 잘 어울린다. 가을로 갈수록 색이 붉게 변하고 조직이 단단해져 절임이나 건조용으로 많이 활용된다.
다양한 갯벌 식물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존재
함초처럼 바닷가에서 자라는 식물은 생각보다 많다. 퉁퉁이풀, 나문재, 칠면초 등도 모두 염생식물에 속한다. 이들 대부분은 염분에 견디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 짠맛을 띠며, 갯벌이나 염전 가장자리에서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하지만 그중에서 함초는 생김새와 요리 활용도 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다. 다른 염생식물에 비해 줄기가 두껍고 탄력이 있으며, 짠맛도 강해 조미료나 밑반찬으로 활용하기 좋다. 실제로 함초는 식재료뿐 아니라 즙, 소금, 분말 등 가공식품으로도 널리 유통된다.
바다 미네랄 가득한 영양 식물

함초는 그 독특한 맛뿐 아니라 풍부한 영양 성분으로도 주목받는다.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함초 100g에는 칼륨 1246mg, 식이섬유 1.68g, 단백질 1.33g, 철분 1.82mg, 아연 3.64mg, 비타민 C 4.2mg 등이 포함돼 있다. 짠맛이 나는 식물이지만 나트륨 함량은 38.5mg으로 낮은 편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나트륨은 낮은 점이 특징이며, 장 건강이나 변비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재료로 소개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함초를 달여 차로 마시거나, 즙을 내어 간장 대용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돼 왔다.
고르는 법부터 보관까지
신선한 함초를 고를 땐 줄기 표면이 윤기 있고 통통한 것을 고른다. 마디가 촘촘하고 색이 균일할수록 좋다. 뿌리 부분은 식용하지 않으므로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군 뒤 끓는 물에 10초간 가볍게 데쳐 찬물에 헹군다. 물기를 꼭 짜서 보관하면 맛과 향이 오래 유지된다.
냉장 보관은 2~3일 내 소비가 권장되며, 남은 양은 소분해 냉동하면 약 한 달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데칠 때 시간을 넘기면 식감이 무르고 색이 탁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완성되는 무침 반찬

함초는 조리 시 별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맛이 살아난다. 고춧가루 없이 들기름과 간장만으로 무쳐도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밑반찬이 완성된다. 다진 마늘을 조금 더하면 향이 살아나고, 냉장 숙성하면 감칠맛이 배어든다.
특유의 짠맛 덕분에 양념을 최소화할 수 있어 간단하지만 색다른 밥반찬으로 활용하기 좋다. 한입 크기로 소담하게 담으면 평범한 집밥 상차림에 신선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집에서 쉽게 만드는 함초 들기름무침 레시피
재료 (2인분 기준)
– 데친 함초 100g
– 들기름 1큰술
– 간장 0.5~1큰술
– 다진 마늘 0.3큰술
– 통깨 약간
만드는 법
1. 함초를 깨끗이 손질한 후 끓는 물에 10초간 데쳐 찬물에 헹군다.
2. 물기를 꼭 짠 뒤 볼에 담는다.
3. 들기름, 간장, 다진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4. 마지막에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 고춧가루 없이 무치면 함초 본연의 짠맛과 바다 향이 살아난다. 간은 입맛에 따라 조절하고, 차게 숙성하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 바위에 붙은 작은 전복… 봄이 지나가기 전 먹어봐야 할 ‘한국 해산물’
- 고깃집부터 중국집까지… 현지인들이 찾는 계룡 맛집 BEST 4
- “덥다고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참외와 궁합 안 맞는 음식 3가지
- 이장우 장조림 비빔밥 ‘이것’ 꼭 넣어 드세요… 비법 재료 공개합니다
- 어릴 적 먹어본 보라색 꽃… 알고 보니 만능 식재로 쓰이는 ‘한국 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