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추의 매운맛을 떠올리며 이 나물을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고추나물. 이름만 비슷할 뿐 고추와 전혀 관련 없다. 물레나물과에 속하는 이 여러해살이풀은 한국의 산과 들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식재료다.
고추란 이름이 들어간 강렬한 이미지와는 달리 부드러운 잎과 노란 꽃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열매 모양이 고추를 닮았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지만, 그 맛과 쓰임은 전혀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한국의 자연이 선사하는 소박한 나물 고추나물을 만나보자.
산과 들의 초록 이웃

고추나물은 높이 20~60cm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둥글고 곧게 서며, 윗부분에서 가지를 친다. 잎은 마주나며 잎자루 없이 줄기를 감싸고, 타원형 또는 긴 달걀 모양으로 길이 2~6cm, 폭 7~30mm 정도다.
잎 표면에는 작은 검은 점이 흩어져 있어 독특한 개성을 띤다. 7~8월이면 가지 끝에 노란 꽃이 취산꽃차례를 이뤄 핀다. 꽃은 지름 1.5~2cm로, 5개의 타원형 꽃잎과 많은 수술이 3무리로 나뉘어 특징적이다. 열매는 10월에 익는 삭과다. 길이 5~11mm의 달걀 모양이며, 1mm 크기의 작은 종자가 들어 있다.
한국 전역, 특히 제주도와 남부지방의 산야나 들판의 약간 습한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일본, 사할린섬에도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인천 월미도 같은 중부 지역에서도 자생한다.
비슷한 종으로 다북고추나물이 있는데, 키가 더 작고 잎이 줄 모양 타원형이며 밑부분에서 뭉쳐나는 점이 다르다. 고추나물은 양지나 반그늘, 습기가 적당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겨울에도 월동이 가능할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제철과 요리의 매력
고추나물의 제철은 봄, 특히 4~5월쯤 어린잎이 부드러울 때다. 이 시기에 채취한 잎이 나물로 먹기에 가장 좋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어린잎을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이후 간장, 참기름, 다진 마늘, 고춧가루, 깨소금 등으로 양념해 무치면 된다. 때로는 멸치나 고추장으로 감칠맛을 더하기도 한다. 데치는 시간을 최소화하면 아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말린 잎은 구충제로 쓰거나 차로 우려내기도 한다.
맛은 부드럽고 은은한 쌉쌀함이 특징이다. 특유의 가벼운 쓴맛이 입맛을 돋운다. 무침 외에도 된장국이나 볶음 요리에 넣어 먹을 수 있다. 고추나물을 고추장과 함께 볶아 밑반찬으로 내면 밥 한 공기가 금세 사라질 만큼 중독성 있는 맛을 낸다.
건강을 품은 나물

고추나물은 식용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한방에서는 6~8월에 풀 전체를 캐서 말린 것을 소연요라고 부르며 토혈, 코피, 월경불순, 외상출혈, 타박상, 종기 치료에 사용한다.
민간에서는 잎을 말려 구충제로 쓰거나, 수종 치료를 위해 고추나물 잎 15g과 후박나무 열매 10g을 달여 먹는다. 주요 성분으로는 타닌, 카로틴, 니코틴산, 루틴, 정유 등이 꼽힌다.
타닌은 지혈과 수렴 작용을 돕고, 카로틴은 비타민A로 전환돼 눈 건강과 면역력 증진에 기여한다. 루틴은 혈관을 강화하고, 정유는 소염 효과를 낸다.
습진, 생리불순, 신경통, 류머티즘 같은 증상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는 비슷한 종인 서양고추나물이 우울증 완화에 쓰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고추나물의 효능은 주로 지혈과 염증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잎에 풍부한 비타민B2는 세포 재생을 돕고, 엽산은 빈혈 예방과 태아 발육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C도 다량 함유돼 피부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유익하다.
고추나물은 독성이 없어 체질에 상관없이 섭취 가능하다. 산책 중 산야에서 고추나물을 발견한다면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요리해보는 것도 자연과 가까워지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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