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이 신는 장화’처럼 생긴 나물… 시골사람도 잘 모르는 숨겨진 한국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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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량나물 / 국립생물자원관

활량나물 / 국립생물자원관
활량나물 / 국립생물자원관

여름 햇살이 산과 들을 비추면 노란 꽃이 주렁주렁 달린 식물이 눈에 띈다. 활량나물이다.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활량나물은 한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높이 80~150cm까지 자란다.

덩굴손으로 주변을 감으며 자라는 모습이 독특하다. 어린순은 식용으로 사랑받는다. 꽃이 핀 줄기는 약용으로 쓰인다. 신발을 주렁주렁 매단 듯한 꽃차례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나물인 활량나물에 대해 알아봤다.

산과 들의 단단한 생명력

활량나물 꽃. 요정의 신발처럼 생겼다. / 국립생물자원관
활량나물 꽃. 요정의 신발처럼 생겼다. / 국립생물자원관

활량나물은 콩과 연리초속에 속한다. 여러해살이풀로 뿌리가 깊다. 한국 전역에 분포한다. 특히 산지와 들판의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 지역에도 서식한다. 줄기는 매끄럽다. 세로줄이 있다.

높이는 1m 내외로 자란다. 잎은 어긋난다. 깃꼴겹잎으로 6~8장의 작은잎으로 구성된다. 작은잎은 타원형이다. 길이 3~8cm, 폭 2.5~4.5cm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미세한 톱니가 있다. 잎 뒷면은 흰빛을 띤다.

덩굴손은 줄기 아래쪽에서는 가시 모양이다. 위쪽에서는 길고 2~3갈래로 갈라진다. 이 덩굴손은 활량나물을 선연리초나 산새콩과 구별 짓는다. 뿌리에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산다. 이 박테리아는 공기 중 질소를 고정해 단백질 합성 원료를 만든다. 그래서 활량나물은 질소비료 공장으로도 불린다.

꽃은 6~8월에 핀다.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긴 꽃대에 총상꽃차례를 이룬다. 처음에는 노란색이다. 점차 갈색으로 변한다. 꽃자루는 5~6mm 길이다. 열매는 협과다. 납작한 선형으로 길이 6~10cm다. 10월에 익는다.

제철은 늦봄에서 초여름이다. 이때 어린순이 가장 부드럽다. 식용으로 적합하다. 꽃말은 ‘요정의 장화’다. 꽃차례가 숲속 요정이 벗어놓은 장화를 닮았다는 상상에서 비롯됐다.

식탁 위의 담백한 맛

활량나물 / 국립생물자원관
활량나물 / 국립생물자원관

활량나물은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시골에 살아도 모르기 십상인 나물이다. 하지만 예부터 맛잇는 나물로 통했다. 늦봄철 어린순을 주로 먹는다. 새순은 부드럽다. 달달한 맛이 특징이다.

데쳐서 먹는 경우가 많다. 돌돌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 반찬으로 낸다. 다른 나물과 함께 무침으로 즐기기도 한다. 나물 특유의 풋내가 적다. 담백한 풍미가 돈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퍼진다. 삶아서 말려 저장하기도 한다. 말린 활량나물은 겨울철 나물 반찬으로 유용하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찬물에 헹군다. 양념에 버무려 낸다. 과하게 데치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진다. 적당히 데치는 게 중요하다.

맛은 달콤하면서도 깔끔하다. 콩과 식물 특유의 고소함이 살짝 느껴진다. 어린순은 질감이 부드럽다.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성숙한 줄기는 질겨진다.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제철에 채취한 새순이 가장 맛있다. 지역에 따라 달구벼슬, 활장대, 콩대라고도 불린다. 이 이름들은 어린순의 모양이 닭 볏이나 콩 줄기를 닮았다는 데서 왔다. 한국의 산나물 요리에서 활량나물은 빠질 수 없는 재료다. 간단한 조리법으로도 풍미를 낸다.

몸을 살리는 약효

활량나물 순.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 '깊은산속산나물' 유튜브
활량나물 순.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 ‘깊은산속산나물’ 유튜브

활량나물은 식용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쓰인다. 꽃이 핀 줄기를 약재로 사용한다. 한의학에서 대산여라고 불린다. 진통 효과가 있다. 강장 작용, 지혈 효과도 있다. 특히 부인과 질환에 효능이 있다.

생리통 완화에 도움을 준다. 월경 불순을 조절한다. 자궁 내막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뿌리와 줄기를 말려 약재로 쓴다. 달여서 차로 마신다. 외용으로도 사용된다. 상처 지혈에 효과적이다. 약리 작용은 뿌리혹박테리아와도 연관 있다. 질소 고정으로 단백질이 풍부하다. 이 단백질은 체력 증진에 기여한다.

활량나물은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다. 단백질 함량이 높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식이섬유도 많다. 소화를 돕고 장 건강을 개선한다. 항산화 성분도 함유해 노화 방지에 기여한다. 한국 전통 의학에서 활량나물은 허약 체질을 보강하는 데 쓰였다. 체력이 약한 이들에게 권장됐다.   

활량나물 순. / ‘깊은산속산나물’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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