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선사하는 포도향…갈기산 와이너리에서 국산 와인의 매력에 빠지다 [찾아가는 양조장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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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각지에 위치한 다양한 양조장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지속해 왔다. 양조장이 지닌 지역 연계성과 역사성, 술 품질 인증 보유 등 다양한 항목을 고려해 매년 ‘찾아가는 양조장’을 선정한다. 올해는 4개소의 양조장이 이름을 올렸다.


갈기산 전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그중 하나인 갈기산 와이너리는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다. 영동군은 40개의 와이너리가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지형 특질 상 일조량이 높아 와인의 주재료인 포도를 재배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국산 포도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고 싶은 자들에게 갈기산 와이너리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할 것이다.

1)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100년 가업이 목표인 갈기산 와이너리

100년 와인 명가로 성장하고자 한다

갈기산 와이너리의 한지연 대표의 포부가 엿보이는 한마디였다. 시아버지인 남성로 회장에서 이어진 와이너리 사업은 한지연 대표를 거쳐 아들인 남기현 팀장이 이어받을 예정이다. 가족 전체가 뛰어들어 운영 중인 갈기산 와이너리는 술 품질 인증은 물론이고,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며 국산 와인으로서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갈기산 와이너리의 각종 보유 경력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한 대표는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이유를 아들인 남 팀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후보에 오르고 최종 심사에서 탈락하기를 반복, 올해 선정된 결정적인 이유가 궁금했던 한 대표는 심사관을 찾아가기에 이르렀다. 최종 심사에서 갈기산 와이너리가 선정된 이유는 ‘지속 가능성’때문이었다. 심사관은 “20대의 젊은 청년이 전통주 사업에 뛰어들어 ‘100년 가업’을 주창하며 자긍심을 보였다는 점에 큰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남 팀장은 공과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영동군에 위치한 유원대학교 와인 사이언스학과에 편입해 와인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와이너리 내부에 위치한 와인 셀러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갈기산 와이너리는 영동역에서 차로 20분 남짓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시골 향취를 느끼며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산자락으로 들어서면, 삼각형의 지붕이 돋보이는 와이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와이너리 주변으로는 포도 농원이 늘어서 있다. 9900㎡(3000평)에 달하는 거대한 포도 농원은 초대 회장인 남 회장의 작품이다.


우리 술 품평회 과실주 부문 대상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평생을 농업에 힘을 쏟던 남 회장은 해외 양조장 투어를 통해 포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와인에 대해 무지하던 당시에는 포도 원물을 술에 넣어 향이 우러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마시는 담금주가 일반적이었다. 포도 자체로 술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 회장은 귀국 뒤 바로 와이너리 설립 공사에 착수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지금의 갈기산 와이너리. 원료를 직접 재배하는 농민이었기에, 와인 품질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갈기산 와이너리에서 사용하는 모든 포도는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비료마저 일절 쓰지 않아 비건 인증도 받아냈다. 원료를 가장 중요시하는 기업 이념으로 똘똘 뭉친 갈기산 와이너리는 2024년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개최한 ‘우리 술 품평회’에서 과실주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2) ‘포도주와 와인의 사이’ 국산 와인의 위상 드높인 포엠 와인

갈기산 와이너리는 4종류의 ‘포엠 와인’을 선보인다. 포엠은 갈기산 와이너리의 또 다른 명칭으로 갈기산 와이너리는 ‘포엠 와이너리’라고도 불린다. 포엠은 네 개의 ‘M’이라는 뜻으로, 갈기라는 뜻을 가진 영어 ‘메인(Mane)’, 영동 와인 공동 브랜드인 ‘메이빌(Mayvill)’, 와이너리가 위치한 마을 이름 ‘모리(Mori)’, 마을을 따라 흐르는 금강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모치(Mochi)’에서 따왔다.


포엠 와인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4종류의 포엠 와인은 레드 스위트, 레드 드라이, 화이트, 로제로 나뉜다. 각각의 술이 가진 매력이 뚜렷해 하나씩 시음해 보는 재미가 있다. 레드 와인은 MBA라고 불리는 포도에 산머루를 블렌딩 해 만든 포도주로, 6개월간의 오크 숙성을 거쳐 시중에 판매한다. 한 입 머금자마자 퍼지는 오크의 향취와 포도가 가지고 있는 아로마가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국내 포도의 경우 향이 강하지 않아 해외 와인처럼 탄닌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다. 포엠 와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를 거듭했고, 산머루를 블렌딩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산머루가 가진 떫은맛이 더해져 와인의 깊이감와 탄닌감이 채워진다. 레드 와인은 육류와 잘 어울린다. 한 대표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수육 삶아서 같이 곁들이면 최고”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패키지로 선보이는 포엠 와인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해산물과 함께 곁들이기 좋은 화이트 와인도 특색 있다. 포엠의 화이트 와인은 산미가 높고 날카로운 느낌이 강한 것이 특징인 ‘청수’라는 포도 품종을 사용했다. 여기에 열대 과실 향이 두드러지는 품종을 겸비해 달큰하면서도 산미 있는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포엠 와인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로제 와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킹 델라웨어’라는 포도 품종을 사용해 다른 와인에서 느껴본 적 없던 독특한 향취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 쉽게 손댈 수 없는 품종이라고 말하는 한 대표의 얼굴에 자부심이 드러난다.

양조장 전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갈기산 와이너리에서는 와인 시음과 더불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포도를 생산하는 여름에는 방문객과 함께 포도를 따보고, 와인을 주조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여름에는 와인에 다양한 생과일을 넣어 만든 샹그리아를 마셔볼 수 있고, 겨울에는 와인에 팔각과 계피 등 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뜨끈하게 끓인 뱅쇼를 즐길 수 있다.



전통을 중시하는 2세대 한 대표와는 달리, 3세대 남 팀장은 MZ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을 술을 출시할 계획이다. 젊은 감각을 이용한 깔끔하고 특색 있는 마스코트가 병 한가운데를 꾸민다. 남 팀장은 “말갈기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갈기산의 의미를 담아 말의 형상을 띈 마스코트를 개발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도수가 높은 술이 인기를 얻고 있는 현재 추세를 반영해 만든 증류주는 영동 인근을 배회하는 젊은 층을 사로잡기 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갈기산 와이너리의 증류주는 내년 하반기에 만나볼 수 있다.

와인을 주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대표는 ‘원료’라는 짧은 대답을 내놨다.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한 대표는 “안 사가는 사람은 있어도 맛이 없다는 사람은 없다”며 갈기산 포엠 와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와이너리 테라스에서 바라본 갈기산 전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직접 재배하고 가공까지 거친 술은 전통주로 구분해 인터넷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포엠 와인은 전국 각지 어디든 배송이 가능하다. 다가오는 연말에 다양한 음식과 함께 곁들일 술을 찾고 있다면 갈기산의 정취를 가득 담은 포엠 와인이 어떨까

영동 / 박한나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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