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 비오는 날 여행 회상,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제26회 이천 국제조각심포지엄이 있었던 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보통 전시나 축제 등을 탐방하게 되는 때면 가능한 한 그 첫날 방문하려 노력하는데 이는 먼저 다녀와 소개하고자 하는 얼리어답터스러움을 떠나 너무 복잡하지 않은 때 다녀오려는 심사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서울근교 비오는 날 여행이 되었네요.

벌써 한 달 전 이야기입니다.

폴더 정리를 하다 발견한 제26회 이전 국제조각심포지엄 사진들을 장기 보존 디스크로 옮기기 전 회상해 봅니다.

서희테마파크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무촌로18번길 130

아침부터 하늘이 끄물끄물하더니 제26회 이천 국제조각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의 서희테마파크에 도착할 즈음부터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랜만의 문화 예술 작품 감상의 시간이니 포기할 마음은 없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강국형 작가의 작품.

작품을 바라볼 때 멀리서부터 서서히 거리를 좁히며 바라보면 가장 독특하게 보일 때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작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고 어떤 방법으로 제작했을까를 고민해 본다.

나 스스로 예술가적 기질이 있다거나 평론가적 관찰력을 발휘하려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호기심이고 궁금증일 뿐.

그렇게 작품 하나하나를 멀리서부터 점점 거리를 좁혀가며 다가가보면 그 안에서 다양한 형태를 보게 된다.

누구나 작품 감상하는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쿠니의 경우는 그렇다는 것이다.

이날의 작품 감상은 나 혼자만의 여행.

서울근교 비오는 날 여행.

오랜만의 여유로운 걷기 여행이라 표현하면 맞을 듯.

조각과 회화의 조합이라고 해야 할까?

매우 익숙한 듯하면서도 이색적인 느낌의 작품이었다.

과거에 비하면 연극, 영화, 전시, 뮤지컬 등의 문화 예술 탐방을 거의 못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날의 서울근교 비오는 날 여행은 특별했다.

등 떠밀려 간 것도 아니고

특별히 계획을 세웠거나 작정을 한 것도 아니다.

갑자기 제안된 내용을 보고

그처럼 갑자기 결정된 전시 관람이라 하면 매우 적절한 표현이랄 수 있는 서울근교 비오는 날 여행.

여기에서 제26회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33부스전을 관람하겠다 마음먹은 건 시작 며칠 전이니 나름의 계획이 들어 있었다 하겠지만 비오는 날 여행이란 포인트는 우연한 것이었으며 그 안에 장점과 단점이 모두 포함되었다.

장점이라 함은 이 멋진 33부스전을 아무도 없는 첫날, 첫 시간, 첫 관람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그 어떤 이의 방행도 없이 온전히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매우 특별한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은 그 반대편 이야기.

제26회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33부스전을 관람하는 약 2시간 동안 관계자 외 관람인이 없었다는 점.

후문을 들어보니 비가 그친 뒤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다음 날은 엄청난 인파로 성황을 이뤘다고 하니 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간절히 기도했던 때문일까?

예술 작품에 대한 뜨거우면서도 온화한 관심과 사랑 때문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서울근교 비오는 날 여행이 쿠니에겐 그다지 불편함이 아니었지만 다른 분들에겐 매우 큰 장애물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러니 쿠니와 다르게 맑은 날 그리도 많은 분들이 다녀간 것일 게다.

제26회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33부스전은 이미 끝났다. 하지만 2025 제27회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건 이번 관람을 통해 그 작품의 우수함과 풍자성을 통하 유대감, 그리고 쿠니와 같은 무식자도 쉽게 이해되는 멋진 작품 속에서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근교 비오는 날 여행.

참으로 어색한 단어의 조합일 수 있다.

실내 어딘가로 들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연상될 수도 있지만 쿠니는 우산을 들고 우산에 꽂히듯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어가며 작품 감상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 특별함은 경험하지 않고는 모를 매력이 있다.

그래서 번거로움이 기다리고 있는 우중 캠핑을 즐기고 설중 캠핑을 기를 쓰고 하는 것일지도.

미천한 지식과 감각으로 무엇을 논하고 평한다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지만 나 혼자만의 공간에 나 혼자 즐겼던 서울근교 비오는날 여행 감상평을 내 멋대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러려니 지나가 주시길.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제멋대로 사는 것도 사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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