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옛집이 호텔로 난리” 작정하고 만든 오스트리아 빈 호텔 추천 로즈우드 비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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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앞 풍경 / 사진=권효정 기자

럭셔리 호텔 각축장, 오스트리아 빈. 10년간 정적을 깨고 2022년 8월, 로즈우드 비엔나(Rosewood Vienna)가 등장했다. 로즈우드 비엔나는 빈에서 가장 최근에 문을 연 5성급 호텔이다. 2015년 파크 하얏트 이후 침묵하던 빈의 호텔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옛 도심 한복판, 로즈우드 비엔나는 순식간에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로즈우드 비엔나 / 사진=권효정 기자

총 100개의 객실은 63개 객실, 32개 스위트룸, 그리고 5개 시그니처 하우스로 구성됐고 7층 건물 중 4개 층에 걸쳐 펼쳐진다. 1979년 미국 석유 재벌의 딸 캐롤라인 로즈 헌트가 설립한 로즈우드는 2011년 홍콩 뉴 월드 호스피탈리티에 인수 이후 유럽 럭셔리 호텔 시장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로즈우드 비엔나는 불과 1년 만에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지난해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 리더스 초이스 어워드부터 트래블앤레저에도 이름을 올리며 ‘최고의 신규 호텔’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로즈우드는 아만, 포시즌스와 함께 럭셔리 호텔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다. 한국에서는 걸그룹 블랙핑크가 홍콩 공연 때 로즈우드에 묵은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더욱이 로즈우드가 2027년 서울 진출을 예고하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Point 01.

모차르트가 머물던 곳, 럭셔리 호텔로

호텔 로비 / 사진=권효정 기자

로즈우드 비엔나의 가장 큰 매력은 역사적 가치다. 이곳은 놀랍게도 모차르트가 펜을 놀리던 아파트였다. 18세기 후반, 황제 요제프 2세의 주문으로 독일어 오페라를 작곡해야 했던 모차르트는 이곳에서 밤새 작업에 몰두했다. 결과물이 바로 걸작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당시 이탈리아어 오페라가 주류였던 빈에서, 모차르트 시도는 혁명과도 같았다. “후궁으로부터의 탈출”은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명작으로 남아있다.

Point 02.

빈의 정수를 경험하는 여정의 시작

매력적인 객실 키, 일반 키의 절반 크기다 / 사진=권효정 기자

로즈우드 비엔나는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한 럭셔리 호텔이다. ‘공간’을 배경에서 여행의 주연으로 끌어올린 것. 이런 입소문을 타고 로즈우드는 최근 트렌드에 민감한 여행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모국어는 독일어다. 독일어에는 ‘슈필라움(Spielraum)’이라는 단어가 있다. ‘놀이(Spiel)’와 ‘공간(Raum)’의 합성어로, ‘자유로운 개인의 안식처’를 의미한다. 로즈우드 비엔나는 이 개념의 현대적 구현체다. 빈의 문화를 품으면서도 투숙객에게 유니크한 경험을 선사한다.

1박에 최소 70만 원. 가끔 값비싼 고독이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서 벗어나 때로는 나만의 성이 필요한 법이다.

Point 03.

예술과 편안함의 공존

비가 많이 왔던 빈의 풍경 / 사진=권효정 기자

로즈우드 비엔나는 빈의 1구역, 일명 ‘이너 슈타트(Innere Stadt)’에 위치한다. 역사 중심지이자 가장 오래된 구역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통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너 슈타트에는 슈테판 대성당, 호프부르크 왕궁, 국립 오페라 극장 등 빈의 주요 랜드마크가 밀집해 있다.

에르메스 매장이 바로 옆에 위치한다 / 사진=권효정 기자

로즈우드 비엔나는 비엔나 국제공항(VIE)에서 20분, 헤렌가세 지하철역(Herrengasse metro station)에서 도보 5분 거리라 접근성이 뛰어나다.

모차르트의 아파트였던 이곳은 19세기 에르스테 그룹 은행 본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1835년 오스트리아 건축가 알로이스 피클(Alois Pichl)이 설계한 건물에 비엔나 건축회사 A2K와 BEHF가 리노베이션을, 런던 알렉산더 워터워스(Alexander Waterworth) 스튜디오가 인테리어를 맡았다.

빛이 가득한 아트리움 / 사진=권효정 기자

나선형 계단 / 사진=권효정 기자

웅장하면서도 간결한 입구는 직원의 환대로 더욱 빛난다. 빛이 가득한 아트리움(내부 정원)을 지나면 나선형 계단이 나온다. 한 층 올라가면 거실 같은 로비가 펼쳐진다. 공간을 화려하게 수놓는 샹들리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은 벽면 작품들, 곡선형 벨벳 소파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로비 / 사진=권효정 기자

6층 레스토랑 / 사진=권효정 기자

호텔 내 6층 ‘누에 호헤이트’에서는 비엔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루프톱 바와 ‘비밀 정원’이라 불리는 야외 가든 룸은 도심 속 오아시스다. ‘살롱 오렐리’는 비엔나의 전통적인 커피하우스 문화를 재현했다.

피트니스 센터 / 사진=권효정 기자

다소 복잡할 수 있지만 길고 구불구불한 복도 덕에 타 투숙객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부대시설로는 피트니스 센터, 스파공간 아사야(Asaya)가 있다.

Point 04.

오스트리아 직물 예술의 정수가 깃든 객실

로즈우드 비엔나 / 사진=권효정 기자

로즈우드 비엔나 / 사진=권효정 기자

로즈우드 비엔나 / 사진=권효정 기자

로즈우드 비엔나 객실에는 오스트리아 직물 예술의 정수가 깃들어 있다. 1849년 설립된 ‘백하우젠(Backhausen)’의 비엔나 유겐트 양식(Wiener Jugendstil) 패턴 직물이 객실 곳곳을 장식한다. 커튼, 의자, 티슈 상자, 침대 옆 메모장까지 세심하게 배치된 이 직물들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오스트리아를 휩쓴 아르누보 현지식 해석을 보여준다.

비엔나 유겐트 양식은 당시 독일 예술 잡지 유겐트(Jugend)에서 이름을 따왔다. 젊은 예술가들의 혁신 정신을 담은 이 스타일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유려한 곡선과 화려한 꽃무늬가 특징이다. 백하우젠은 이러한 독특하고 아름다운 패턴의 직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로즈우드 비엔나 / 사진=권효정 기자

특히 건축가 오토 바그너가 설계한 비엔나 우편저축은행(Österreichische Postsparkasse) 내부 장식에 백하우젠의 직물이 사용된 것은 유명한 사례다.

에델바이스에서 영감을 받은 수제 황동 벽 조명과 침대 / 사진=권효정 기자

오스트리아 국화인 에델바이스에서 영감을 받은 수제 황동 벽 조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알프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꽃의 형태를 섬세하게 재현한 조명은 풍부한 디테일로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로즈우드 비엔나 / 사진=권효정 기자

대담한 색채, 고급 소재, 금속 장식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아르 데코 스타일의 가구가 돋보인다. 에델바이스 모티브의 황동 벽 조명, 백하우젠의 직물이 어우러져 비엔나 예술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여기에 현대 미술 작품과 최신 편의 시설이 더해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로즈우드 비엔나 / 사진=권효정 기자

호두나무와 가죽, 현지 조달 회색 대리석으로 빚어낸 미니바가 고급스러운 첫인상을 남긴다. 비엔나 최고 장인들 손끝에서 탄생한 맞춤형 조명이 욕실 화장대를 밝힌다. 창가에 자리한 벨벳 소파는 편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청동빛 커튼이 감싼 거대한 창은 아트리움과 거리의 활기를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낸다. 호화로움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다. 발을 디딘 순간, 1920년대 빈의 황금기에 있는 듯하다.

욕실 / 사진=권효정 기자

넓은 욕실은 그 자체로 럭셔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흑백 대리석 타일이 그려내는 모노톤 바닥은 존재감을 뽐내고 깊이 있는 욕조는 사색에 잠기기 좋은 은신처가 된다. 별도로 마련된 넉넉한 크기의 샤워 시설도 눈길을 끈다. 욕실의 매력은 프랑스 브랜드 ‘메종 콜리에르(Maison Caulières)’ 감귤향 어메니티에서 빛을 발한다.

투숙객은 모차르트가 영감을 얻었던 바로 그 창문에서 광장을 조망할 수 있다. 객실 곳곳 숨겨진 예술 작품은 마치 모차르트 선율처럼 감성을 자극한다.

모차르트의 영혼이 깃든 공간이 21세기 럭셔리와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투숙객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를 건너며, 모차르트의 창의성이 흐르는 공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천재 음악가가 펜을 들었던 공간에서의 하룻밤은 특별한 영감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당신도 인생의 걸작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차르트가 펜을 들었던 그 방에서의 하룻밤이 새로운 영감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빈(오스트리아)=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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