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유명한 한옥마을은 빼고
‘예술’과 ‘레트로’ 컨셉으로 즐긴 전주 나들이
조선왕조 숨결 품은 숙소 왕의지밀
인증샷 명소로 떠오른 레트로 감성, 전주드림랜드
이제는 전국구 여행지가 되어버린 전주에서 색다른 재미를 찾겠다고 내려갔다. 한 가지 철칙은 숨겨진 여행지를 가보자는 것. 한옥마을과 풍남문 주변 남부시장 등 워낙 유명한 곳은 발길도 안 줬다. 여행 테마는 ‘레트로’와 ‘예술’로 잡았다. 1980~90년대 유원지에서 시간이 멈춘듯한 전주드림랜드, 매일매일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가 품은 조선왕조의 혼을 재해석한 호텔 왕의지밀 등 여태까지 몰랐던 전주를 소개한다.
온갖 예술 공연이 펼쳐지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덕진구 소리로 31
코리아 유니크베뉴로 선정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전주는 물론 전북의 자랑이다. 2001년 9월 호남 최대 규모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문을 연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서울 예술의전당 다음으로 큰 시설을 자랑한다. 대공연당을 기준으로는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에 이은 세번째 규모다. 전북도에서 설립한 것을 현재 학교법인 우석학원에서 위탁 운영중이다.
건지산 자락에 위치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전주는 물론 전북 여러지역에서 찾는 주말 나들이 장소다. 매주 굵직한 음악공연이 열리고 크고 작은 음악회와 전시가 매일매일 펼쳐진다. 모악당은 대공연장으로 뮤지컬, 콘서트, 오페라 등 대형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십자형 무대로 서울에서 열리는 웬만한 공연들이 전부 가능하다. 너른 공연장에 아이스링크를 설치해 아이스쇼도 열린다. 무대가 4.20m 아래로 움직이고 천장은 무려 32m 높이다.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주무대는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18m, 16m나 되고 총 객석은 2037석이다.
연지홀에서는 주로 클래식, 연극, 국악, 무용 공연이 열린다. 관객과 가깝게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밖에 국악과 클래식 독주 공연이 열리는 명인홀, 7000석 규모의 노천극장 컨셉 야외공연장도 있다. 야외공연장으로 등록된 것 중에 전국 최대규모다.
레트로 감성 충만 전주드림랜드
덕진구 소리로 68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전주드림랜드가 있다. 전주동물원 안에 조성한 테마파크로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겨나는 장소다. 1978년 문을 연 전주동물원에 처음으로 놀이기구가 설치된 건 1980년이었다. 총규모는 18만7575㎡로 동물 6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전주드림랜드는 동물원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야 한다. 전주동물원은 입구부터 전주스럽다. 궁궐 대문 같은 입구를 지나면 소담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아이와 함께 산책하듯 동물원 내부를 둘러보기 좋다. 지금은 생태동물원 조성 공사가 한창이라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10월 말까지 하마, 라쿤, 타조, 열대조류 관람이 제한된다.
동물원 구경은 생략하고 곧장 드림랜드로 갔다. 바이킹, 청룡열차, 범퍼카, 대관람차, 회전목마 등 아기자기한 탈 것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이름처럼 파란 용 모양의 열차가 레일을 씽씽 달리고, 빛바랜 대관람차가 천천히 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옛날 사진 속에서 본 놀이공원 풍경 그대로다. 19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세트장 같다고 외면받던 드림랜드가 재조명을 받은 건 레트로 감성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한 손에 풍선을 꼭 쥔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데이트를 나온 커플도 여럿 있었다. 다들 신기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찍었다.
고즈넉한 분위기 한옥호텔 왕의지밀
완산구 춘향로 5218-7
왕의지밀은 전주신 완산구 춘향로에 위치한다. 호텔 뒷편으로 전주천이 흐르는데 일대가 생태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한옥마을에서는 약 3㎞ 떨어져 있다. 전주천을 따라 산책하듯 한옥마을을 오갈 수 있다. 한옥마을 근처 고즈넉하게 쉬어갈 곳을 찾는다면 왕의지밀이 좋겠다. 객실은 전부 64개로 한옥 형태 건물에 들어가 있다. 전객실 천변뷰를 하고 있다.
왕의지밀은 2017년 오픈한 곳으로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코리아 유니크베뉴로 지정됐다. 객실이 있는 한옥 건물 11개 동과 켄벤션과 세미나 장소가 있는 현대적인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한옥 건물마다 왕의 이름을 붙였다. 호텔 이름에 들어간 ‘지밀’이라는 단어는 왕의 침소, 왕이 잠자는 곳을 뜻한다. 호텔이 위치한 기린봉 자락은 전주 이씨의 생활 터전이었다고 한다. 이성계가 조선 건국 포부를 품은 것도 기린봉 자락에서였다.
전주천을 따라 일자로 한옥을 배치한 건 조선왕조의 상징인 용을 형상화한 것이다. 객실 등급 역시 흥미롭다. 2층으로 된 한옥에 정1품부터 정5품객실까지 총 64개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가장 좋은 객실은 정1품 객실이다. 침실과 거실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더블 킹 침대 2개를 배치했다. 총 면적은 60㎡로, 최대 4명이 투숙할 수 있다. 내부는 편백나무를 사용해 꾸몄다. 특히 나무로 짠 천장 구조와 한지를 바른 문 모양의 전등이 눈에 띈다. 대가족이라면 정2품 객실을 추천한다. 면적 56㎡로 정1품 객실보다 약간 작지만 더블 침대 2개가 놓인 침실 외로 싱글 침대 2개가 구비된 엑스트라 룸이 있어 최대 6명이 이용할 수 있다. 정3품과 정4품은 최대 3명, 정5품 객실은 2명까지 숙박 가능하다.
부대시설 역시 한국적인 색채가 가득하다. 한옥동 앞에 펼쳐진 너른 잔디마당에서는 윷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호텔 조식은 한식당 ‘삼태극’에서 먹는다. 전주비빔밥과 황태콩나물해장국이 대표 메뉴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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