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동산 보고, 안경원숭이와 인증샷… 필리핀 열대천국 보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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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세스 초콜릿 닮은 동산에 오르고
귀여운 안경원숭이와 기념사진 찰칵
로복강 선상 식사하며 음악 감상
해변 낀 리조트서 스노클링 즐긴 후
마사지 받으며 호텔 바캉스 만끽
세부서 페리 타고 가면 ‘1+1’ 여행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섬 보유국인 필리핀에는 7000개가 넘는 섬이 있다. 그중 필리핀에서 10번째 규모 섬 보홀은 여행 가기 좋은 명소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멸하다시피 했다. 중국인 일본인은 아직 필리핀 입국 절차가 복잡하다. 간간이 한국인 여행객들만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보라카이나 세부에 비교하면 아직은 청정구역에 가깝다. 이때다 싶어서, 보홀로 향했다.

▷ 초콜릿 힐

하늘에서 본 초콜릿 힐.

하늘에서 버드뷰로 보면 타원형이다. 나무가 없다.

보홀은 동굴을 뜻하는 현지어 ‘보호’에서 파생돼 보홀이라고 불리게 됐다. 해저 동굴도 많아 보홀에만 4000개 이상이다. 초콜릿 힐 역시 원래는 바닷속에 있었다. 그 증거로 초콜릿 동산의 땅을 파면 조개와 상어의 조각이 남아 있다. 흙 성분의 62% 정도가 석회질이다. 해저 봉우리들이 땅 위로 솟구치는 융기 작용으로 우리 눈앞에 존재를 드러냈다. 봉우리는 자그마치 1268개가량이다.

여름에는 푸른 동산이던 초콜릿 힐은 겨울로 가면 갈색이 된다. 그 모습이 유명 초콜릿 제품 키세스와 닮았다. 이곳 말로는 ‘분독’, 풀이하면 언덕들이란 뜻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시원한 경관이 펼쳐진다.

끝없이 펼쳐진 언덕을 조망하려면 214개 계단을 오른다. 키세스 초콜릿 덕분에 이름을 얻은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계단 개수다. 올라가는데 빠르게는 5분, 천천히 올라도 10분이면 충분하지만, 내려오기란 쉽지 않다. 텔레토비 친구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푸른 동산이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여름이라서 초콜릿 빛 갈색은 보이지 않았으나 상관없었다. 언덕들 사이를 ATV 오토바이를 타고 구석구석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 옛날 상어가 먹잇감을 찾아 숨어 있다가 튀어나왔을 길이다.

▷ 타르시어 안경원숭이 보호구역

보홀의 마스코트 안경원숭이.

보홀을 넘어 필리핀을 상징하는 동물인 안경원숭이는 키가 12~15센티미터에 불과하다. 덩치는 남성 주먹만 하다. 새처럼 곤충을 주식으로 먹으며, 부엉이처럼 고개를 180도 돌리며 영역을 지킨다. 겉보기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3000평 정도 자기 땅을 고수한다. 야행성이라 밤에 활동하는데, 3~5m 거리를 나뭇가지 사이로 점프하며 경계한다. 외부자가 침범하면 큰소리를 지른다. 집착이 강한 안경원숭이는 자기 영역을 떠나면 혼절한다. 함부로 잡아서 거주지를 옮기면 자살하기도 한다. 스스로 숨을 참아 질식사하거나 머리를 박아 뇌진탕을 유발하는 방식이다. 스트레스만 주지 않으면 14년에서 25년 정도 산다.

안경원숭이는 필리핀 내 4개 지역에 거주한다. 필리핀 화폐 200페소의 주인공일 정도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 보홀은 안경원숭이 보호에 앞장섰다. 선도적인 처음으로 안경원숭이 보호구역을 지정했다. 전 세계에 잘못 알려진 안경원숭이 정보는 정정 요청했다. 이를테면 원숭이 과가 아니라 안경원숭이 과인데, 잘못 적시한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작지만 매서운 안경원숭이는 사랑도 화끈하며 전투적이다. 10~11월 짝짓기 계절이 되면 암컷이 수컷 영역을 침범해서 구애한다. 2~3일 동안 끈질기게 시위한다. 항복을 선언한 수컷이 암컷에게 슬며시 접근해 5초 만에 경기를 끝낸다. 암컷은 쿨하게 홀연히 떠나서 6개월 후 출산하고 1년가량 육아를 마친 후에 새끼를 독립시킨다.

윙크를 하는 듯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안경원숭이.

눈을 뜬 안경원숭이의 모습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요아돠 그렘린 기즈모의 모티브가 되었다. 아침 일찍 방문해야 눈 뜬 안경원숭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제공 = 필리핀 관광부>

안경원숭이는 이곳 말로는 마막(mamag)이다. 큰 눈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야행성인 안경원숭이의 큰 눈을 직접 보기란 어렵다. 보호시설에 있는 안경원숭이들은 낮이라 나무에 매달려 꾸벅꾸벅 졸거나 자고 있다. 예전에는 나뭇가지를 흔들어서 깨우거나 소리를 내서 눈을 뜨게 했다. 현재는 엄격히 금지한다. 관리 시설에 있는 녀석들은 보호 치료 중이다. 개선되면 방생한다.

▷ 로복강 크루즈

로복강. <제공 = 필리핀 관광부>

건너편 배 여행객과 반갑게 인사한다.

로복강은 필리핀의 아마존이라 불린다. 선상에서 울창한 열대우림을 감상하며 감미로운 통기타 음악을 감상하면서 배까지 채우는 투어가 있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다가 돌아오는데,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나 물결이 별반 차이가 없다. 그만큼 잔잔하다. 뷔페를 먹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식단은 필리핀 전통음식이 주를 차지한다. 아이스티는 무한리필이며, 맥주는 추가 비용을 내고 맛볼 수 있다.

선상 뷔페.

이름 모를 보컬과 짝을 이룬 기타 연주자의 조화는 방송국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도 예선을 거뜬히 통과할 수준이다. 주로 올드 팝을 부르는데, 갑자기 문득 아는 단어가 들린다. “사랑해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 1971년 노래 은희의 ‘사랑해’다. 이내 다시 잘 모르겠는 언어로 바뀐다. 절정 부분만 한국어로 부른 번안곡이다. 핑크로 깔 맞춤한 필리핀 가족 여행객 중 딸이 마이크를 잡아서 팝송을 연달아 부른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무대에 오른 관광객이 열창을 하자, 관객이 된 여행객이 박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이미 반환점인 폭포를 돈 배가 건너편에서 접근하면 서로 손을 흔들어준다. 강물은 잔잔한데, 하늘 위로 사람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좀 더 짜릿한 체험을 위해 로복강 어드벤처 파크를 방문해 짚라인을 탄 이들이다. 로복강 크루즈는 편도를 1.4km, 왕복으로 3km 가까이 된다. 한 시간 반가량 걸린다.

▷ 호캉스 & 해양 체험

벨뷰 리조트와 해변.

보홀 여행에서 호캉스(호텔 + 바캉스)를 빼면 섭섭하다. 보홀 유일한 5성급 숙박시설인 벨뷰 리조트에서 묵었다. 리조트의 앞에 해변을 소유하고 있어 한적하게 다른 무리와 섞이지 않은 채로 해수욕과 해양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리조트 앞 풀은 점차 깊어서 3m까지 된다. 해변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풀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카약, 패들링 보드, 선셋 크루즈, 스피드 보드 등 신청해서 이용할 수 있다. 그 유명한 알로나 비치나 발리카삭 섬을 따로 방문하지 않아도 해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리조트 시설 풀장에서 한 관광객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벨뷰 리조트는 지금은 정상 운영을 향해 가고 있으나, 올 5월까지만 해도 코로나 시국에 격리 시설로 기능했다. 1층 식당은 개조 중이다. 마리아 식당은 2층은 따로 예약제로 운영한다. 시설 내 마사지 숍이 있어 여독을 풀기 좋다. 투숙하는 방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다.

올여름 관광객을 다시 받고서는 투숙객 80%가 필리핀인이다. 해외에서 거주하는 필리핀 사람들이 오랜만에 귀국해 보홀에서 가족모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벨뷰 리조트에 새로 부임한 지 2달 된 이탈리아 출신 안토니라다가 CMO는 “중국, 일본은 아직 포스트 코로나 정책이 요원하여 아직 해외여행객은 거의 없다”며 “한국밖에 믿을 구석이 없다”고 강조했다.

▷ 보홀까지 이동편

세부에서 보홀로 페리를 타면 1시간 30분이 걸린다.

최근 보홀 공항이 새 단장을 했다. 인천에서 마닐라 혹은 세부를 거쳐 필리핀 국내 항공편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제주항공은 인천공항에서 보홀로 가는 직항 노선을 열었다. 9월 9일부터 세부퍼시픽 항공에서 인천 ~ 세부 노선을 주 3일(월, 목, 금) 운항한다. 필리핀 9번째 섬 세부에서 10번째 섬 보홀로 여객선을 타고 방문하는 길은 ‘1+1’ 상품처럼 쏠쏠하다. 여객선이 시간대별로 있으며 1시간 30분 거리다. 대체로 파고가 높지 않다. 울릉도 가는 뱃길에서 마주하는 멀미를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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