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 산속 200~400m 위치
전화 안 터지고, 방에 냉장고 없어
식사는 고단백 저탄수화물 건강식
산 중턱 숙소 오가면 자연스레 운동
목공, 숲, 운동 프로그램도 유익
흡사 노천탕 느낌 나는 목욕탕과
와인동굴, 음악 카페 시설 인기
반려견 숙소와 숲속 길 새로 설치
직장인 김민재(50대·가명) 씨는 지난봄에 지인 추천으로 힐리언스 선마을을 찾았다. “전화는 이곳을 완전히 벗어나야 가능하고, 인터넷은 특정 장소 한 곳(웰컴센터)을 제외하고 먹통”인 점이 이유였다. ‘카톡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은 심정이 반영된 휴가지 선택이었다. 김 씨는 “일주일 내내 머물며 세상과 단절하고 싶었지만, 급한 업무 연락을 대비해 2박 3일 일정으로 복잡한 세상과 단절하고 지내다 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내 닿는 비교적 가까운 강원도 홍천이지만, 선마을은 깊은 산속에 있다. 선마을 설립을 이끈 촌장이자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가 헬리콥터를 타고 지나가다가 딱 찍은 오지였다. 천혜의 자연 속이라 웰니스 리조트를 조성하기 알맞아 보였다.
보통의 숙박시설은 뭘 더 넣어준다고 홍보를 하는데, 이곳은 안 되는 것이 많다고 경고한다. 통신이 차단되는 디지털 디톡스, 해발 200~400m에서 소식다동(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을 실천해야 하는 의도된 불편함,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고 나트륨 함량을 최소화한 자연이 차려준 청춘 밥상으로 특징을 요약할 수 있다. 처음에는 금주 정책을 고집했으나 지금은 와인과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 일정 지역 외에는 통신 차단, 철저히 건강식
선마을 입구에 진입하는 순간 휴대폰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먹통이 된다. 통신과 인터넷이 일부 지역 제외하고 단절된다. 입구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도 멀게만 느껴진다. 건물에 승강기도 없다. 게다가 길은 가파르다. 숙소에 기듯이 올라가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숙소에 안도 차이가 있다. 일단 냉장고가 없다. 체내에 시원한 물이 들어오면 몸과 온도가 달라서 신체 리듬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벽걸이형 에어컨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작동된다. 지나치게 낮은 온도는 몸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살 빼려면 칼로리를 줄이거나 덜 먹게 했는데, 이제는 당질 섭취를 줄이는 추세다. 식단에 오대산 산나물이나 달걀로 섬유소와 좋은 단백질을 더해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정선화 영양사가 차분히 설명했다. 정 영양사는 아침, 점심 저녁 별로 식단을 소개했다. 아침에는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장운동을 돕는 식단이다. 식이섬유와 단백질 위주로 구성했다. 점심은 향긋한 강원도 산나물로 입맛을 살린다. 오대산 근교 산나물 비빔밥 맛집 조리법을 참고했다. 곤드레, 곰취, 삼잎국화, 어수리 등 산나물을 엄선했다. 저녁은 건강한 단백질로 든든하게 내놓는다. 흔히 말하는 마블링이 많은 육류는 포화지방 많기에 배제한다. 수육과 닭고기 등 지방이 적은 단백질이 나온다. 그리고 쌈과 채소가 제공된다.
정 영양사는 “식사 후에는 선마을 주변의 트래킹 코스를 산책하거나, 경사로가 많은 숙소로 이동하다 보면 몸의 근육을 사용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혈당이 낮아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선마을에서 먼저 살찌지 않는 식습관을 먼저 경험해보고, 이를 평소에도 실천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외부와 물리적 단절이 전부가 아니다. 외적 요소뿐 아니라 내실도 갖췄다. 각종 프로그램이 세상으로부터 얻은 긴장감을 해소해 준다.
▷ 숲속 명상 프로그램과 목공 체험 인기
통신이 차단된 선마을에서 휴대전화 대신 자연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숲속 숙소답게 ‘숲 테라피’가 있다. 물이 흐르듯 세상에 이로움을 밝힌다는 뜻으로 활동명을 지었다는 율지 강사가 명상 체험을 안내했다. 꽤 무더운 날씨였지만, 울창한 숲속 명상공간에 들어서자 견딜만했다. 매트를 깔고 모기장을 설치했다. 그 안에서 율지 강사의 안내에 따라 몸을 이완시키는 동작을 반복했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어오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숲속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스트레스를 줄인다”며 “산소농도가 22%로 높아 숨만 쉬어도 세포가 깨어난다”는 율지 강사의 말이 와닿았다. 날숨을 후 내어 쉬면 들숨 때는 솔향이 가득 들어와 몸을 채워줬다.
나무를 활용한 또 다른 재미는 주차장 옆 목공소에서 목수 체험이다. 소나무 2장과 벚나무 1장을 받아서 세상 하나뿐인 트레이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게 뭐라고 체험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잡혀있는지 의아했는데, 만들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넘어 버렸다.
목공체험장은 만든 지 3개월 됐는데 선마을 목수들도 이렇게 인기를 끌 줄 몰랐다고 했다. 박우철 체어메이커는 “직장인 워크 숍으로 찾는 분들이 많다. 처음에는 별 의욕이 없다가 나중에는 정말 진심으로 몰두한다”며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했다. 도마와 트레이가 입문용이다. 의자와 시계 등 고단도 작품도 제작할 수 있다.
▷ “어서 와 댕댕아~” 반려견 동반 여행 가능
새롭게 등장한 선마을 목공방 외에도 가든 뮤직홀&카페, 자연세유 스파, 원예치유장, 페인팅존, 선향동굴 와인바, 힐리펫 카페, 힐리펫 그라운드(놀이터), 힐리펫룸 등이 있다.
요즘 수요가 늘어난 반려견 동반 여행객을 위한 시설이 가장 많이 늘었다. 숙박동 마당에 펜스를 설치해 반려견과 함께 안전하게 지낼 공간을 마련했다. 반려견 용품과 간식을 갖춘 공간,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숲길도 조성했다.
힐리펫 카페는 몽골식 전통 가옥인 게르를 응용한 애견동반 카페다. 강아지 등 반려동물이 실내에서 뛰어 놀 수 있도록 허들 등 미니 어질리티가 설치돼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간식과 장난감, 리드줄 등을 구입할 수 있다.
힐리펫 그라운드는 자연과 하나 되어 흙냄새로 교감을 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야외 놀이터이다. 반려동물 시점으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와 하네스도 대여할 수 있다.
힐리펫룸은 투숙객과 반려견이 함께 머무는 숙소로, 이번 새 단장으로 숙소 앞에 반려동물이 뛰어놀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을 만들었다. 반려견 동반 여행객은 이곳에서 묵으면 된다.
2만 6천 평 규모의 종자산 안에 있는 선마을은 울창한 숲속 5개의 트래킹 코스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일부 트래킹 코스를 반려인과 반려견과 함께 여유롭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산책로를 재정비했다.
개와 소통을 강화하고 싶다면 반려견과 심신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반려견 요가인 ‘도가'(DOG+YOGA)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된다. 반려견의 혈액순환, 관절 질환 예방, 소화력 향상 등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마사지와 요가 동작을 배우게 된다.
▷ 원예치유장, 와인동굴도 새로 등장
목욕탕과 찜질방 시설도 새롭게 단장했다. 자연세유 스파는 남탕의 경우 노천탕 느낌이 난다. 탄산천이라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스파에서 조금 떨어진 황토찜질방은 남녀공용이다.
아이를 동반한 여행객이 주목할 시설은 페인팅 존과 원예치유장이다. 페인팅존은 다양한 색칠 도구가 준비된 창작 공간이다. 또 키즈놀이방에서는 보드게임과 블록으로 놀이를 할 수 있다. 원예치유장은 다양한 꽃, 식물과 묘목, 허브 등 재배하는 곳으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던 흙과 식물을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다.
음악과 주류를 즐길 공간도 있다. 가든뮤직홀&카페는 종자산 전경을 감상하며 차와 음악, 책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다. 힐링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숲속 동굴에 와인바를 마련했다. 선향동굴 와인바는 대자연을 바라보며 와인을 음미할 수 있는 이색 공간이다. 큰 창밖으로 보이는 종자산 야경이 운치 있다. 선향동굴 와인바는 무인으로 운영되며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등 이탈리아산 고급 와인과 치츠, 육포 등의 간단한 스낵을 즐기며 할 수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웰니스 관광지다. 2019년 12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행한 ‘18-19 추천 웰니스 관광지 이용자 만족도 조사 보고서’에서 만족도 5.0점 만점에 4.5점으로 숙박업소로는 최상급 평가를 받았다. 재방문 의사 역시 4.5점으로 높았다. 2007년 문을 연 이후 매년 5만여 명이 투숙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 수익성 측면에서는 적신호가 켜지기도 했다. 작년에 15억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다시 방문객이 늘어 적자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올해 매출 목표를 묻자 최홍식 힐리언스 선마을 센터장은 “좋은 가치를 퍼뜨리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방문하는 이들에게 치유와 휴식를 선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대웅제약, 매일유업, 풀무원, 사조 동아원이 이시형 박사와 함께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설립 때부터 수익보다는 국민 건강 증진에 방점을 찍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외부의 자극을 최소화하며, 자연과의 소통을 늘리는 여행은 공자님 말씀처럼 구구절절하게 옳다. 다만, 우리의 몸은 현대적 시설과 편의에 익숙해져서 인위적 강제하지 아니면 이를 실천하기 어려워졌다. 가끔은 억지로라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훈련소 입소하듯이 웰니스 시설을 들르는 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홍천(강원)=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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