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여행하는 ‘워케이션’ 직장인 몰리는 제주 동쪽 마을, 직접 찾아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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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리 바다 / 사진=제주관광공사

제주 동쪽 최고의 바다를 꼽자면 고민 없이 ‘세화’를 이야기한다. 10년 전 우연히 만난 세화 바다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물이 빠지고 나타나는 긴 모래사장과 모래톱, 국내에서 가장 다채로운 푸른색을 보여주는 바다 때문에 한동안 ‘세화 앓이’를 하기도 했다. 이웃한 월정리보다 한적하고 동부권 대표 관광지 성산보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세화리는 지금 가장 핫한 여행 트렌드를 쥐고 있는 동네다.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 작은 바닷가 마을로 찾아와 조언을 듣고 돌아간다. 마을 주민이 합심해 ‘워케이션’과 ‘웰니스’를 키워드로 마을 관광의 붐을 일으키고 있는 세화리를 소개한다.

# 제주 마을 여행 브랜드 ‘카름스테이’

제주도에서 마을 관광이 대두된 건 2016년도였다. 제주관광공사는 ‘마을로 떠나는 이색 힐링체험’이라는 슬로건으로 주민과 함께 하는 ‘에코파티’ 행사를 열었다. 에코파티로 마을 관광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제주관광공사는 2019년에는 제주 농촌에서 즐기는 ‘로캉스(로컬 바캉스)’도 론칭했다. 에코파티와 로캉스가 체험 위주의 브랜드였다면 카름스테이에서는 ‘체류’가 중심이다.


세화리 카름스테이는 워케이션에 최적화됐다. 세화마을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워케이션 센터 / 사진=제주관광공사

각각 다른 사업으로 산발적으로 진행하던 마을 여행이 통합된 건 2021년 11월이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유명 관광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읍면 지역 관광지를 알리기 위해 마을 여행 통합 브랜드 카름스테이를 론칭했다. 카름스테이가 강조하는 가치는 ‘머뭄’ ‘쉼’ ‘다정함’이다. 지역 주민과 함께 마을에서 머무는 제주 여행을 만들기 위해 카름스테이 브랜드를 만들었다. 관광객이 작은 마을에 들러서 예쁜 카페에서 사진만 찍고 가는 게 아니라 먹고 자고 체험까지 하게끔 만드는 것이 카름스테이의 목표다.


카름스테이 / 사진=카름스테이 홈페이지 캡처

2022년 8월 4개 마을을 1차로 오픈하고, 10월에 6개 마을을 추가로 공개했다. 카름스테이는 제주 섬을 크게 네 등분으로 나눠 각각 동카름, 서카름, 알가름, 웃가름이라고 이름 붙였다. ‘카름’은 제주말로 작은 마을(동네)를 뜻한다. 동카름은 구좌읍, 성산읍, 표선면을 포함한 동부권이다. 현재 구좌읍 세화리와 표선면 가시리에 카름스테이가 운영 중이다. 서카름은 서부권 한림읍, 한경면, 대정읍, 안덕면을 포함한다. 현재 한경면 신창리와 저지리 두 마을에 카름스테이가 있다. 알가름은 중문과 서귀포시, 남원읍 등을 포함한 제주 남쪽이다. 아랫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서귀포 하효마을·호근동, 남원읍 의귀리·한남리·신흥리 등이 있다. 끝으로 웃가름은 윗마을을 의미하고 제주시와 애월읍, 조천읍을 포함한다. 애월읍 수산리 한 군데에 카름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세화리는 제주 워케이션 성지다.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조합을 운영해 마을 여행에 힘쓰고 있다. 세화리에서 방앗간과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고매옥 할머니. 마을에서 카름스테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양군모 PD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카름스테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민섭 제주관광공사 지역관광그룹 매니저는 “작년에 브랜드를 구축하고 올해는 콘텐츠에 집중했다면 내년엔 고도화 작업을 통해 예약·판매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름스테이 홈페이지 안에서 숙박과 체험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금은 외부 업체 ‘프립’과 협업해 프로그램 예약을 받고 있다. 프립 어플을 통해 예약된 체험 프로그램 중 의귀리의 승마체험이 가장 인기다. 모자라는 숙박 시설은 스타트업 ‘다자요’와 함께 농어촌 빈집을 숙박업소로 만드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공사에서 빈집 정보를 주면 여행사나 민간에게 투자를 받아 체류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 워케이션 성지 세화리


2층은 카페, 3층은 워케이션 공간, 4층은 숙박업소로 활용 중인 세화리사무소. 세화리사무소에 들르면 마을에서 운영하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세화리 카름스테이는 특히 워케이션으로 특화했다. 마을 주민들이 세화마을 협동조합을 꾸려 카름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데 마을 협동조합으로는 국내 최대규모라고 한다. 477명으로 시작한 협동조합은 현재 494명으로 늘어났다. 세화마을 협동조합에서 온갖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양군모 PD “세화리에는 워케이션 온 사람들이 많다. 취업이나 이직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심지어는 이직자 전용 게스트하우스도 세화리에 있다”고 말했다.


세화리사무소 2층 카페에선 구좌 명물 당근으로 만든 쥬스 등 다양한 음료와 빵을 판매한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세화마을 협동조합은 2019년 10월 등기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마을 주민이 직접 해설을 하는 투어(구좌주민여행사), 숙박, 로컬푸드 판매를 중점적으로 진행 중이다. 내후년에는 해양레저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2020년 어촌뉴딜 300사업에 선정에 선정되면서 예산 92억원을 따냈다. 현재 세화리연합청년회와 함께 해양레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세화항과 해변 길을 정비하고 토지를 매입해 샤워시설과 요가 센터를 만들고 수상자전거와 패들보드도 마련할 예정이다.


세화리사무소 워케이션 센터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세화리에서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는 남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면 우선 세화리사무소 ‘질그랭이 센터’를 찾아가야 한다. ‘지긋이 바다를 보다’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본래 마을 예식장 등으로 사용됐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2020년 1월 워케이션 센터와 카페, 숙박공간으로 꾸몄다. 4층 숙박 시설 ‘세화밖거리’는 성수기 예약률이 97%, 비수기에도 예약률이 70%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마을 조합에서 하도리에 위치한 오투힐리조트와 연계해 출퇴근 셔틀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함덕이나 성산에서 숙박하면서 세화리 워케이션 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워케이션 손님 70%는 차가 없이 오기 때문에 쏘카와 협업해 대여소도 마련했다.


질그랭이 센터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세화리에 워케이션을 하러 오는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대다. 현재 세화 협동조합과 협약을 맺어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기업은 7~8개 정도다.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부터 롯데카드, 티몬 등 다양한 분야 회사에서 세화리로 워케이션을 오고 있다.

세화리 마을 주민과 함께 하는 투어 프로그램 / 사진=제주관광공사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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