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도성의 서쪽 정문인 서대문 옆을 든든히 지키던 새문안 마을.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 격동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새문안 마을은 아직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돈의문 박물관마을로 재탄생했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거리를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보편적인 재개발 방식이 아닌, 지역의 특성을 보존하는 도시 재생 방식을 채택했다. 그 덕에 마을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어른에게는 향수를, 아이에게는 과거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돈의문 박물관마을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았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시간을 따라 거닐 수 있었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서울 역사책,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소개한다.
마을 전체가 역사 놀이터
돈의문 박물관마을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들어서자 과거와 현대가 섞인 오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고층 빌딩 숲 사이에 옛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드라마 세트장과도 같았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마을 전체가 박물관이다. 서울의 역사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 및 체험, 공연과 교육 등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
돈의문 박물관마을 도슨트의 도움을 받아 마을을 둘러보았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래 순서를 따라 관람해보자. 돈의문 일대의 역사를 이해하고 마을의 다양한 전시와 체험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01 돈의문의 역사를 만나다 돈의문 역사관 |
돈의문 역사관에서 탐방을 시작했다. 새문안 마을이 돈의문 박물관마을로 탈바꿈하기 전까지, 마을의 토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의문 역사관은 공간 자체가 역사다. 마을 재개발 이전까지 실제 영업했던 이탈리아 레스토랑 ‘아지오’와 한정식 가게 ‘한정’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여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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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이름을 지닌 |
돈의문, 즉 서대문은 안타깝게도 오늘날에 실물을 찾아볼 수 없다. 일제강점기 때 강제로 허물어져 오늘날에는 그 위치만 추정할 뿐이다. 도슨트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 앞에 있는 강북삼성병원 사거리에 돈의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대문은 돈의문 말고도 다른 이름 하나가 더 있다. ‘새로운 문’을 의미하는 새문이다. 도슨트는 “일제강점기 때 허물어진 서대문은 한양 도성과 함께 축조된 것이 아닌, 새로 지어진 문”이라고 설명했다. 원래의 돈의문은 1396년, 사직터널 인근에 축조되었지만 풍수지리를 고려하여 두 번 허물었다. 일제강점기 때 사라진 마지막 서대문은 세종 때 세워진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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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사의 맥을 잇는 |
그렇게 새문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만날 수 있었던 게 바로 ‘새문 안에 있는 마을’ 새문안 마을이었다. 새문안 마을은 조선시대 교통과 외교의 중심지에서, 1960년대 서울의 대표적인 과외방 밀집지가 되었고, 2000년대 초까지는 지역 서민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던 식당 골목으로 세월을 지냈다. 비록 돈의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새문안 마을은 돈의문 박물관 마을로 재탄생하여 일대의 역사의 맥을 잇고 있다.
02 그때 그 시절로 시간여행 |
새문안 마을은 서울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재개발 이전, 일대에 70여 채의 건물이 남아있었고, 그중 40여 채를 보수하여 다양한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도슨트와 함께 새문안 마을을 탐방하며 서울의 과거로 빠져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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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의 집약체 |
처음 발길이 닿은 곳은 삼대가옥이라 불리는 주택이었다. 이곳은 많은 변화를 거친 서울의 역사를 함축해놓은 공간이었다. 삼대가옥에서는 한옥의 ‘ㅁ’자 구조와 일본식 목구조, 그리고 서양식 테라스를 모두 찾아볼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겪고 서양식 신문물을 급격하게 받아들였던 우리나라의 역사적 과정이 모두 깃들어 있는 것이다.
도슨트는 삼대가옥 모퉁이에 난 작은 쪽문을 가리켰다. 과외방 금지령이 내려졌을 당시 사용했던 비밀 쪽문이었다. 도슨트는 “1960년대 경제개발과 맞물려 교육열이 치솟았고, 새문안 마을을 중심으로 과외방이 성행했다.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가 과외 금지 조치를 내리자 학생들은 이 비밀 통로를 통해 몰래 과외방에 오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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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문화의 중심지 |
삼대가옥 옆에 있는 구락부도 둘러봤다. 구락부는 근대 사교장으로, 현대의 클럽과 비슷한 공간이다. 유흥뿐 아니라 당대 외교와 비즈니스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구락부의 어원을 묻자 도슨트는 “클럽의 일본식 발음 ‘쿠라부’가 점차 와전되어 구락부라고 자리 잡게 되었다”고 말했다.
내부로 들어가자 구락부의 화려한 무대와 조명, 의상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대 국내로 유입된 서양 신문물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마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슨트는 “구락부 1층은 신여성들이 많이 갔던 카페를 모티브로, 2층은 비즈니스가 이뤄졌던 근대 바를 모티브로 꾸며졌다”고 설명했다. “공간과 소품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으니 자유롭게 인증사진을 남기기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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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사람들의 삶 |
1960~1980년대 평범한 서울 시민들의 삶의 모습을 보기 위해 생활사 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옛날 부엌부터 거실, 학생 방 등 평범한 시민들의 삶이 재현되어 있었다. 부뚜막과 자개장, 어린이 좌식 책상 등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은 전시물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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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어린이 방앗간 |
흥미로운 전시를 즐긴 후, 7080세대의 문화생활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콤퓨타 게임장’으로 이동했다. 건물 1층 콤퓨타 게임장에는 20세기 인기를 끌었던 레트로 게임기가, 2층 만화방에는 당대의 만화책이 마련돼 있었다.
1층 콤퓨타 게임장은 추억의 레트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최고 인기를 누렸던 버블 보블, 테트리스, 갤러그 등의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20세기 최고 인기 만화책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달려라 하니’, ‘공포의 외인구단’ 등 부모 세대가 열광했던 만화책들이 가득했다. 웹툰으로만 만화를 접한 아이들에게 자신이 어렸을 적 즐겨 읽었던 만화를 설명해주는 가족 관람객이 많았다.
03 도슨트 PICK |
서울 시민들이 실제로 거닐고, 놀았던 일명 놀이 골목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체험관들이 밀집해있다. 도슨트가 추천한 ‘꼭 들러봐야 할 다섯 가지 체험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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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영화, 무성영화를 무료로 |
안동회관이라는 옛 한정식집을 개조해 만든 20세기 극장이다. 흑백영화와 무성영화가 매일 상영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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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에게 신청곡을 |
7080 복고 감성이 가득한 추억의 다방이다. 옛 다방 소품을 구경하고 엘피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추억에 빠져들며 휴식을 취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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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미용실 |
박물관마을로 재개발되기 전까지 실제 운영했던 이용원이다. 현재는 전시관 형태로 운영되어 실제 사용했던 의자, 가위 등의 소품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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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특별한 추억 만들기 |
개화기, 복고풍 교복 등 다양한 컨셉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사진관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운영되어 부담 없이 체험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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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거닐며 아름다운 사진 남기기 |
1930년대에 조성된 도시 한옥촌이다. 소박한 한옥이 쭉 늘어서 있다.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보존하는 마을 재생 방식을 통해 과거의 골목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다. 각 한옥마다 한국 전통 음식이나 공예품을 만드는 체험이 진행되니 예약하여 즐기기를 추천한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기는
세대 통합의 장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세대 간 소통의 창이 되어 준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탐방하며,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한 가족, 성인 자녀와 방문한 중년의 부부 등 가족 방문객들이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가족뿐 아니라 연인, 친구들과 방문한 사람들도 많았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에서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서울의 옛날을 함께 즐기고 있었다.
탐방을 마치며 도슨트는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서울 여행자, 서울 시민 등 모두를 위한 열린 휴식 공간”임을 강조했다. 그는 “돈의문 박물관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언제든 들러 특별한 추억을 쌓기를 추천한다”며 말을 맺었다.
서울 도심에서 가능한 특별한 경험을 찾는다면 돈의문 박물관마을로 향해보자.
돈의문을 포함한 서울의 역사를 배울 수 있음은 물론, 추억을 자극하는 다양한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살아있는 역사책, 서울 돈의문 박물관마을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색다른 추억을 쌓아보자.
글=조유민 여행+ 인턴기자
감수=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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