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전체 식량 자원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하물며 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는 만큼, 식재료의 지속가능성은 싱가포르 식생활의 주된 화두다.
싱가포르는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현지생산 현지소비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움직임부터 잉여생산물을 줄여 국가 차원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또 대체육을 사용한 비건 음식부터, 육고기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식당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지속가능한 식탁에 앞장서고 있다.
채식으로 실천하는 식당부터 채식이 아니더라도 친환경적인 소비로 그 방향성에 동참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당 2곳을 소개한다.
Point 01. 음식물 쓰레기 최소화 식당 커스모 (Kusmo) |
커스모는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식당이다. 싱가포르의 MZ가 문을 연 실험적인 모델로, 올해 6월이면 문을 연지 만 4년을 맞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은 모든 요식업의 공통된 목표 중 하나일 텐데,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커스모는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전 싱가포르 차원의 잉여 식료품을 줄이는 것을 목표한다. 각 시즌의 특산품이나, 재고가 많이 남는 음식을 사용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1월 말에는 싱가포르 최대 명절인 ‘차이니즈 뉴이어’가 있다. 이 기간에는 복을 부른다고 믿어지는 파인애플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대량의 파인애플을 수입한다. 이 과정에서는 자연히 재고와가 발생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잉여분을 소비하는 식이다.
또 소매로 판매하기에는 과도하게 숙성 되었거나 모양이 ‘이상적’이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식자재를 사용한다. 예시로 호박의 경우 굵고 올곧은 모양새의 상품을 특품으로 평가하는데, 그렇지 않고 휘거나 모난 상품은 일반 레스토랑의 눈 밖에 나게 된다. 커스모는 이렇게 외면받은 식재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면서 낭비를 줄인인다.
커스모는 왜 이런 새로운 시도를 기획하게 되었을까. 리사(Lisa Tang)와 추(Kuah Chew Shian) 공동 창업주는 요리계의 하버드 대학교, ‘더 컬리너리 인스티튜트 오브 아메리카(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수학한 동기다. 요리 스쿨 수료 후 미국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식당이었다. 농장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농장의 레스토랑에서 소비해 신선한 재료 수급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 배출 ‘0’에 도전하는 방식이다.
이에서 영감을 받은 그들은 그 아이디어를 싱가포르에 도입했다. 과거에는 유럽 등지에서 들여오던 재료를 지역에서 나고 자란 로컬 식료품으로 대체하면서 지역상생과 탄소발자국 감축에 기여한 것이다. 특히 대규모 체인에서 물량을 수급하는 것이 아닌 지역의 소규모 생산자들과 연계하며 지역 생산 지역 소비에 앞장서 지역 상생에 앞장선다.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식탁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2가지 종류의 에피타이저와 메인, 포스트 메인요리 그리고 디저트 2종 총 6 코스로 진행한다. 그날그날의 신선하고 수급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는 까닭에 정해진 메뉴 없이 맡김 차림 방식이다. 식당에 들어선 후 자리에 마련된 메뉴판으로 그 날의 메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잉여 생산물이라는 사실에 신선도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모양이 특출나지 않을뿐 제철을 맞아 맛과 신선도가 훌륭한 재료들이다. 식료품 최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3개월에 한 번씩 큰 메뉴 구성이 있으며, 일주일 간격으로 조금 조금씩 재료를 수급하기 때문에 신선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커스모는 하루 오후 6시30분과 8시 30분 총 2회로 예약을 한정한다. 한 회당 마련된 좌석은 총 16석으로 별도의 예약에 따라 프라이빗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가격은 1인당 105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10만 원)부터.
Point 02. 대체육 식당 러브 핸들 (Love Handle) |
차이나타운 안샹로드(Ann Siang Rd)에 위치한 러브핸들은 22년 2월 문을 연 비건 식당이다. 해산물과 육고기 등 육식이 아닌 플랜트 베이스드(Plant-based), 오직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한 메뉴를 선보인다. 버섯으로 만든 오징어부터 콩을 다져 만든 버거 패티, 코코넛오일로 맛을 낸 체다 치즈까지. 동물성 재료를 1g도 사용하지 않고 고기의 맛을 구현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러브 핸들. 메뉴판에서는 여타 육식 레스토랑을 방불케하는 메뉴 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오징어튀김과 치즈 버거, 비프 웰링턴까지, 대표적인 육식 메뉴들을 구성했다. 싱가포르 전통 음식도 판매한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꼬치요리 사테와 싱가포르 국민 음식 치킨라이스, 그리고 인도네시아 전통 요리 렌당을 넣은 렌당 버거 등 지역 특색을 입은 미식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장점은 개인 차원에서 비건 식단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러브 핸들 1층에서는 비건 식재료를 판매한다. 미트로프부터 소시지, 오징어, 그리고 사테 등 러브핸들의 ‘임파서블(Impossible)’한 재료들을 준비했다. 이밖에도 식물성 에그 마요와 버터, 리코타치즈 등 요리의 맛을 더해줄 유제품과 조미료도 갖췄다.
싱가포르 = 박소예 여행+ 기자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임수연 여행+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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