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과 시간이다. 학생 때는 돈이 문제였다. 직장이 생기고 돈을 벌기 시작하니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직장인에게는 여름휴가 하루 차이로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달라진다. 물리적인 이동 시간을 줄일 수는 없다. 다만 항공 시간은 선택할 수 있다. 밤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면 출발 당일은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침 일찍 목적지에 도착해 일정을 곧바로 시작하면 시간을 벌게 된다. ‘바쁘다 바빠’ K 직장인 사이에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꿀팁 항공사로 소문난 곳이 있다. 바로 튀르키예 대표 국책 항공사 터키항공이다.
# 밤 출발 아침 도착 ‘시간 마법사’ 터키항공
터키항공은 2016년에 국영항공사에서 대표 국책 항공사로 변경했다. 2023년 터키항공은 창립 90주년을 맞았다. 터키항공은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33년까지 총 항공기 800대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2024년 5월 기준 454대 항공기 보유하고 있다.
이스탄불은 예나 지금이나 교통의 중심지로 꼽힌다. 현재 터키항공을 이용하면 이스탄불에서 50개 도시를 3~5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이스탄불~인천 노선은 주 11회 운항 중이다. 오후 11시 20분 인천에서 출발해 다음 날 오전 4시 55분에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노선은 매일 운항한다. 월·수·금·토요일에는 오전 10시 25분 인천에서 출발해 같은 날 오후 4시 5분 이스탄불에 내린다. 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오는 항공편은 오전, 오후 출발 각각 한 편씩 있다. 오전 1시 50분 출발, 같은 날 오후 5시 40분에 인천에 도착하고 오후 5시에 이스탄불에서 떠난 비행기는 다음 날 오전 8시 45분 한국에 도착한다.
지난 5월 직접 터키항공을 타고 체코 프라하를 다녀왔다. 이스탄불~프라하 구간은 매일 3번 운항 중이다. 오전 6시 45분, 낮 12시 25분, 오후 4시 45분 중에 고를 수 있다. 환승 시간이 가장 짧은 오전 6시 45분 이스탄불 출발 항공편을 선택했다. 공항이 워낙 넓어 비즈니스 라운지를 전부 다 볼 새도 없이 환승 게이트로 향해야 했다. 프라하 도착은 오전 8시 25분. 곧장 프라하 일정을 시작할 수 있어 시간을 아끼는 기분이 들었다.
# 원할 때 밥 차려주고 이부자리 정리까지,
‘엄마 집’보다 편한 터키항공 비즈니스
이스탄불~인천 항공편은 보잉 777기종을 사용하고 있다. 비즈니스 좌석은 모두 49석으로 2-3-2로 좌석 배열이 되어 있다. 비즈니스 칸은 가운데 갤리 공간과 화장실을 두고 두 공간으로 나뉜다.
터키항공 비즈니스석은 집보다 더 편했다. 때가 되면 승무원이 이부자리를 깔아 주고 밥은 원하는 때에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 비행기에 탑승해 자리에 앉으면 셰프가 와서 메뉴판을 나눠준다. 튀르키예는 미식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터키항공 역시 이러한 정체성을 고스란히 가져간다.
승무원이 무엇을 먹을지 물어본 다음 밥을 언제 먹을지를 추가로 묻는다. 밤 비행기이다 보니까 식사하지 않고 잠을 자는 손님들도 많기 때문에 승객이 원할 때 밥을 먹을 수 있는 ‘다인 온 디맨드’ 서비스를 도입했다. 좌석 팔걸이 안쪽에 콘센트와 유에스비 포트가 둘 다 있어 편리했다. 비즈니스 승객은 기내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식사를 주기 전 승무원이 좌석 하나하나 돌아가면서 이부자리를 깔아줬다. 베갯잇과 시트 그리고 부드러운 이불을 가지고 와서 잠자리를 정리해 준다. 이륙 후 1시간이 지나자 식사를 가져다줬다. 음료는 터키 맥주 에페스를 주문했다. 튀르키예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터키항공에서는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다.
에피타이저로 고른 것은 컬리플라워 수프. 부드러운 수프에 신선한 컬리플라워가 오독오독 씹혔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무염버터 그리고 소금, 후추, 향신료가 기본으로 세팅된다. 메인 요리는 구운 새우와 쌀 요리를 시켰다. 저녁 비행기라 사진만 찍고 금방 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수프부터 너무 맛있어서 식사를 전부 해치웠다.
고추와 허브를 잘게 자른 가루 향신료를 샤프란 밥에 뿌려 소스와 싹싹 비벼 먹었다. 디저트는 두 개를 시켰다. 과일 샐러드와 터키식 디저트. 혹시나 카이막이 나올까 해서 물어봤더니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는 카이막이 없고 이스탄불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서는 먹을 수 있다고. 견과류가 들어간 터키식 디저트 달아서 전부 먹을 수는 없었다.
이스탄불~프라하 항공편 비즈니스 좌석은 우등고속버스 좌석 같았다. 국제선이기에 또 밥을 줬다. 메뉴판을 받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카이막, 역시 있다. 이스탄불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서는 웬만하면 카이막을 맛볼 수 있다. 메인은 에그 베네딕트. 달걀을 가르자 노른자가 죽 하고 흘러내렸다. 비행기에서도 에그 베네딕트를 맛볼 수 있구나. 아주 맛있게 먹었다.
# 튀르키예 신공항에 선보인 역대급 비즈니스 라운지
2019년 4월 이스탄불 신공항이 문을 열었다. 2028년을 목표로 총 4단계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현재는 1단계까지 완성했다. 전부 완공되면 인천공항 1터미널의 3.5배에 달하고, 연간 1억 5000만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
공항에서 이스탄불 도심으로 이동 시간은 이전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보다 30분 정도가 늘어났지만 더 쾌적한 환경에서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터키항공 이용객이라면 더 그렇다. 터키항공 신공항에는 터키항공 비즈니스 전용 체크인 라운지가 있다. 5번 출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정면에 비즈니스 전용 체크인 데스크가 있다. 또 환승할 때도 패스트 트랙 창구를 이용해 출입국 절차가 훨씬 간단하다.
터키항공 라운지는 비즈니스 라운지와 마일스앤스마일스 라운지로 구분한다. 비즈니스 라운지의 경우 따로 돈을 낸다고 이용할 수 없고 무조건 비즈니스 승객만 이용이 가능하다. 비즈니스 라운지는 여행객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것을 갖췄다. 화장실 옆 공간에는 옷을 정비할 수 있도록 다리미를 가져다 놓았다. 스크린 골프와 VR 체험 등 어른을 위한 시설은 물론 지루한 어린이를 위한 비행기 모양 미끄럼틀과 신발 벗고 뛰어놀 수 있는 폭신한 매트를 깐 놀이 공간도 만들었다.
어둡게 조명을 낮춘 아라비아풍 응접실은 티룸이다. 면세점을 내려다볼 수 있는 발코니, 주요 12채널을 볼 수 있는 미디어 공간 등 다양. 물론 샤워실도 있다. 다만, 대기 시간이 기니까 라운지에 들러 가장 먼저 샤워실을 예약하는 게 좋다. 라운지 안에는 작은 전시관도 있는데 현재 챔피언스리그 관련 전시를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는 축구 게임도 할 수 있다.
튀르키예(이스탄불)=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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