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포등대 울릉도 뱃길을 개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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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등대 울릉도 뱃길을 개척하다

글&사진/산마루 240609

울릉도 뱃길을 개척한 후포등대는 울진 후포항 여객선 터미널 맞은편 산에 있습니다.

육지에서 대한민국 땅 독도를 품은 신비의 섬 울릉도 가는 최단거리 항구인 울진 후포항 여객선 터미널을 지나 좌회전하여 50m 정도 이동하면 후포등대 오르는 데크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봄과 여름의 경계선에 위치한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현충일과 6.25, 연평해전이 속해 있는 달이라 그 어느 달 보다 자유민주주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먼저 가신 님들의 헌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등대도 그러합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길을 잃고 헤매는 어선을 위해 새벽이 오고 새로운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한줄기 빛으로 길을 인도합니다.

울릉도 가는 뱃길을 개척한 후포등대도 예외는 아닙니다.

경복궁, 창덕궁 등 궁궐 건축에 쓰이는 왕의 나무 금강송과 파도가 넘실대는 호젓한 해변,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줄 뜨끈한 온천까지, 예전에는 온천욕, 산림욕,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고장이라 3욕의 고장으로 불리던 울진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숨을 책임지는 도시로 발돋움 했습니다.

후포등대가 들어선 등기산에 올라 눈앞에 펼쳐지는 후포항 앞바다를 바라보면 왜 ‘대한민국의 숨, 울진’인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울릉도 뱃길을 개척한 후포등대 찾아가는 길, 산길을 오르다 만난 어촌 풍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등기산과 바다를 이어주는 구름다리(출렁다리)를 건너 바다로 뻗어나간 등기산스카이워크를 겁도 없이 걸어갑니다.

산길 초입에서 바다색으로 칠한 지붕을 이고 있는 어촌 풍경에 넋을 놓다가 가는 길을 재촉합니다.

어촌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산길 초입이라면 산길 중턱에는 지난 2010년에 복원했다는 망사정(望楂亭) 정자가 지나는 길손을 유혹합니다.

망사정 정자에 중년의 부부가 앉아 망망대해를 즐기는 모습이 무척이나 여유롭습니다.

여유로운 부부의 일상을 바라보기엔 정자를 세운 선비의 삶이 순탄치 만은 않았습니다. 고려 말 학자이자 글 솜씨도 뛰어났던 안축(安軸) 선생은 ‘여말선초(麗末鮮初)’ 즉,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 격동의 변혁기에 홀연히 울진 후포항을 찾아 등기산 정상에 누각을 세우고 망사정이라는 편액을 달았습니다.

‘잔잔하게 이는 물결에 미끄러지는 떼배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의 망사정 누각에 앉아 지는 고려와 조정에서 밀려난 회한을 달래었을 노 선비를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저려옵니다.

등기산 공원 터줏대감 팽나무

정자를 찾은 문인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고 전하는데 조선 시대 대학자 서거정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정자에 올라 깎아지른 절벽 아래 철썩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글 한 수를 남겼는데 여기에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망사정 위는 신선의 집인데 망사정 아래는 어룡의 물결이네

은하수 한 줄기 넓은 바다에 닿아 있고 저 멀리 가을바람 따라 견우성에 이른다네”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사랑했던 망사정 정자를 지나 울릉도 뱃길을 개척한 후포등대 앞에 서 봅니다. 정식 명칭은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후포항로표지관리소’입니다.

원래 등기산은 고기 잡는 어부들에게 바닷길을 알려주기 위해 낮에는 흰 깃발을, 밤에는 봉화를 피워 올리던 산이었다고 합니다.

후포등대에서 바라본 울릉도 뱃길, 앞에 보이는 건물이 여객선 터미널이다

흰 깃발을 꼽고 봉화를 올리던 그 자리에 지금은 최신식 후포 등대가 우뚝 서서 후포 앞바다를 지나는 어선들의 길잡이가 되고 울릉도 뱃길을 비추고 있습니다.

해발 64m 등기산 정상에 우뚝 선 후포등대 제원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후포등대

최초 점등일 : 1968년 1월 24일

구조 : 백8각형 콘크리트조

높이 : 11m

등질 : 섬 백광 10초 1섬광(f/w 10s

국립등대박물관

백색 8각형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후포등대의 모습은 마치 고고한 백작의 품위를 지녔습니다.

갈매기 문양이 그려진 담장 안에서 외로이 서 있는 후포등대를 보니 나도 외로워지더라고요.

문득 정호승 시인의 등대에 관한 시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등대는 바다가 아니다

등대는 바다를 밝힐 뿐

바다가 되어야 하는 이는

당신이다

울지마라

등대는 길이 아니다

등대는 길 잃은 길을 밝힐 뿐

길이 되어야 하는 이는

오직 당신이다

정호승, 여행(창비,2013)

이름 모를 야생화가 활짝 핀 담장 안에서 오늘 밤도 파도를 헤치며 길을 찾는 어선들의 길잡이가 되어 줄 후포등대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외로운 등대를 위해 바다가 되고, 길이 되어 주기로 다짐했습니다.

등기산(등대)공원에서 만나는 세계 등대

울진 후포 등기산(등대)공원에는 울릉도 뱃길을 개척했던 후포등대 외에도 세계 각국의 유명한 등대 모형이 설치되어 있어 함께 돌아보기 좋은 곳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날렵하게 생긴 등대는 프랑스 ‘코르드앙 등대’입니다. 1961년에 세워진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등대이자 르네상스 양식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등대인 인천 팔미도 등대입니다.

1903년 6월 1일 처음 불을 밝힌 팔미도 등대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길잡이 역할을 한 등대로 유명하며 2003년 100년간의 등대 임무를 마치고 은퇴하여 지금은 인천시 지방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집트 ‘파로스 등대’는 세계 최초의 등대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입니다.

등대의 높이가 무려 건물 40층과 맞먹는 파로스 등대는 기원전 250년 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섬에 세워진 등대였습니다. 하지만 1300년 대 지진으로 붕괴되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등대여서 아쉬움을 더합니다.

후포리 등기산공원의 랜드마크인 후포등대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수령 300년이 넘는 팽나무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모습의 등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고고한 성 느낌의 영국 스코틀랜드 ‘벨록 등대’입니다.

스코틀랜드 해변에서 18km 떨어진 암초에 세워진 등대는 ‘죽음의 암초에서 다시 선원들의 길잡이로 태어난 등대’입니다.

붉은 벽돌 신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등대는 마치 교회를 연상케 하는데요 ‘등대의 도시’라 불리는 독일 브레메 하펜에서 1855년 첫 불을 밝힌 등대입니다.

이렇게 등기산(등대)공원을 찾아 후포등대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등대 모형을 살펴보았습니다.

등대는 본연의 임무를 위한 역할도 중요하지만 외형적 아름다움과 등대에 얽힌 사연들이 그 지방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가볼만한 곳, 등기산 스카이워크

바다로 쭉 뻗어져 나간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문득 이 길의 끝에 용궁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총 길이 135m, 폭 2m, 높이 20m로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바다 위 스카이워크입니다.

덧신을 신고 중간중간 강화유리 구간을 걷는 내내 심장은 오그라들고 가슴은 두근거리는데요 그 끝에서 만나는 선묘 낭자의 사랑 이야기로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봅니다.

용이 되어 의상대사를 지켜낸 선묘낭자의 사랑으로 가득한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울진 여행 시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후포근린공원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면 등기산길 40

후포등대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면 등기산길 29 포항시지방해양수산청후포항로표지관리소

등기산 스카이워크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 산141-21 등기산스카이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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