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하다 하루가 순삭~ 런던의 백화점 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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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방문하는 백화점은 일상과 차별화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국내보다 저렴하게 쇼핑을 즐길 수도 있고, 고풍스러운 건물을 거닐며 아이쇼핑을 하는 재미도 있다. 특히 런던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백화점들이 많아 백화점 투어를 즐기기 제격이다. 화려하고 이국적인 외관은 물론이고 내부의 다채로운 디스플레이를 구경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갈 정도다. 런던을 여행할 때 방문할 만한 백화점들을 선별해서 소개한다. 백화점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지 설명한다. 백화점마다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다르니 미리 알고 방문한다면 더욱 알찬 쇼핑이 가능할 것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4개의 백화점을 소개한다.

Harrods

해로즈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백화점 중 하나로 1849년 찰스 헨리 해로드(Charles Henry Harrod)가 설립했다. 차를 판매하는 식료품점에서 출발해 의약품과 향수, 의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거대한 백화점이 탄생했다. 바로크풍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특징인 백화점으로 1883년에 화재로 인해 건물이 전소되었으나 건축가 찰스 윌리엄 스티븐스(Charles William Stephens)의 도움을 받아 복원되며 지금의 모습을 얻었다. 이 건물은 1898년 영국 최초로 에스컬레이터를 도입하는 등 역사적 가치가 풍부한 곳이다.

해로즈는 세계적인 부호와 유명 인사들의 사랑을 받는 고급 백화점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오래전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등이 백화점을 즐겨 찾았다고 전해지며 지금도 셀럽들의 파티가 자주 개최된다. 샤넬의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브랜드 오프닝 행사가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영국 왕실이 즐겨 찾아 ‘왕실 백화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백화점 중 하나로 6층짜리 건물을 찬찬히 살펴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할 정도다.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길을 잃어버리기 쉬우니 주의가 필요하다. 고급 브랜드들이 다수 입점해있어 명품 쇼핑을 즐기기에 좋고 해로즈 자체 브랜드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차 소매업으로 출발한 역사 때문인지 자체 홍차 브랜드가 질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해로즈 로고를 새긴 인형과 가방 등 기념품들도 인기가 많으니 방문해 보자.

아름다운 외관은 밤에 볼 때 더욱 멋있다. 어두운 밤 조명으로 빛나는 건물은 한 폭의 그림 같은 인상을 준다. 야경을 보러 해로즈를 찾는 사람들도 많으니 런던을 여행한다면 반드시 방문해 보자. 런던 나이트브리지(Knightsbridge) 역과 가까이 있어 찾아가기 어렵지 않다.

Selfridges

셀프리지스

해로즈와 쌍벽을 이루는 영국의 대표 백화점 체인으로 런던 본점 외에 버밍엄과 맨체스터에 지점이 있다. 1908년 해리 고든 셀프리지(Harry Gordon Selfridge)가 설립했으며 런던 본점은 해로즈에 이어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매장이다. 미국의 유명 건축가 다니엘 번햄(Daniel Burnham)이 설계했으며 당시 유행하던 미국식 건축 양식을 활용해 세련된 느낌을 준다.

설립자 해리 셀프리지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쇼핑과 백화점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을 뒤바꾼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쇼핑을 귀찮은 잡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쇼핑이 여가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했고, 백화점을 여가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여성들이 쇼핑을 통해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으며 그의 노력 덕분에 셀프리지스는 사회 문화적 랜드마크로 부상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상품 진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향수 카운터를 매장 중앙에 배치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그의 전략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백화점에서 활용되고 있다.

런던 본점이 자리한 옥스퍼드 스트리트(Oxford Street)는 런던 쇼핑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로 쇼핑센터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중 셀프리지스의 규모가 가장 크고 화려하다. 특히 외부 쇼윈도 디스플레이가 유명한데 정기적으로 전시가 달라진다. 매년 10월에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며 이때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Liberty

리버티

런던 웨스트엔드 그레이트 말보로 스트리트(Great Marlborough Street)에 있는 고급 백화점으로 1875년 아서 래젠비 리버티(Arthur Lasenby Liberty)가 설립했다. 처음에는 동양의 장식품과 직물 등을 판매했고 패션, 가구 등으로 판매 품목이 늘어나며 백화점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지금도 수공예와 원단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자체 제작한 원단으로 나이키, 에르메스, 마놀로 볼라닉 등 여러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판매한 적도 있다.

하얀 벽과 목재가 뒤섞인 아름다운 건물은 튜더 양식(Tudor Style)에 기초한 것이다. 튜더 양식은 영국의 튜더 왕조의 이름에서 기인했으며 헨리 7세와 헨리 8세가 다스리던 16세기 전기에 유행하던 영국의 건축 양식으로 수직적인 직선미를 특징으로 한다. 리버티의 건물은 배 두 척을 해체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마치 고택을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건물은 영화 ‘크루엘라’에 나오기도 했다.

리버티는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백화점이다. 신예 디자이너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곳으로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컬렉션을 구경할 수 있다.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방문을 추천한다. 또한 이곳의 원단은 영국 왕실에 납품될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다. 직접 원단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가격은 비싼 편이다. 리버티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가방과 액세서리도 유명하다. 백화점의 규모는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크지 않아 둘러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옥스퍼드 서커스(Oxford Circus) 역에서 도보로 4분 거리에 있다.

Fortnum & Mason

포트넘 앤 메이슨

1707년 윌리엄 포트넘(William Fortnum)과 휴 메이슨(Hugh Mason)이 설립한 백화점이다. 자체 제작한 홍차가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으며 홍차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백화점이 본업이다. 윌리엄 포트넘이 세운 식료품점이 모태가 되어 성장한 브랜드로 지금도 식품과 음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윌리엄의 손자 찰스 포트넘(Charles Fortnum)이 영국 왕실에 물자를 납품하며 매장의 규모가 커졌고, 1900년대 홍차 판매를 시작하며 귀족들과 왕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왕실에 물자를 납품하던 전통이 이어지며 지금까지도 왕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알려졌다. 양질의 각종 식료품들이 매주 한 번씩 왕실로 납품된다고 전해진다.

이곳의 대표 상품은 홍차와 햄퍼(Hampber)다. 햄퍼는 피크닉용 식품 바구니를 칭하는 말로, 바구니 안에 쿠키, 잼과 와인 등 다양한 음식을 넣어 판매한다. 음식 말고 홍차 세트를 넣거나 티웨어를 넣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크기와 용도별로 다양한 햄퍼가 있기 때문에 기념품으로 구매하기 제격이다.

포트넘 앤 메이슨은 런던 피카딜리에 있으며 총 6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식료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백화점인 만큼 식료품 코너가 가장 크고 화려하다. 지하에선 치즈와 와인, 고기 등을 판매하고 1층에는 차와 티 푸드를 판매한다. 2층에선 티웨어를 판매하고 햄퍼 예약을 받는다. 이곳의 홍차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1층이 가장 붐빈다. 기념품을 사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피카딜리 매장에는 민트색으로 된 고풍스러운 시계가 달려 있다. 매 정각마다 시계 안에서 인형들이 나오며 인형은 설립자 포트넘과 메이슨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매장의 상징과도 같아 시계를 구경하는 여행객들도 많다. 이 시계는 포트넘 앤 메이슨의 브랜드 로고에도 새겨져 있다. 로고에 새긴 시계는 항상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이는 영국인들의 티타임인 애프터눈 티 시간을 의미한다.

글= 이가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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