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고 또 돌리는 ‘꼬리콥터’의 천국…이색 반려동물 카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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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양육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꼬리콥터’라는 말이 있다. 꼬리콥터는 ‘꼬리’와 ‘헬리콥터’가 합쳐진 신조어다.

개가 신나서 흥분했을 때 꼬리가 마치 헬리콥터처럼 돌아간다는 뜻에서 탄생했다. 개는 인간과 달리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좋은 건 폴짝 뛰며 좋다’고 하고 ‘싫은 건 이를 드러내며 싫다’고 할 정도로 표현에 솔직하다.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반려동물 시설 사이에 특별한 경쟁력을 가진 반려동물 카페가 경기도 수원에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사람보다는 반려동물이 주인공이어야 하기에 ‘꼬리콥터’ 운행이 확실한 보더콜리 차차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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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맛있개신나개’

‘맛있개신나개’는 차차 꼬리콥터가 가장 세차게 돌아갔던 곳이다. 반려동물 동반 카페이자 반려동물 수제 간식 가게인 이곳은 사람이 먹는 메뉴 보다 개가 먹는 메뉴가 더 많다.

모든 간식을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미 수원 반려동물 양육인들 사이에서 간식 맛집으로 손꼽힌다. 수제 간식이라 제조 시간이 많이 들어 소량만 만드는데 저녁 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간식이 전부 다 팔릴 정도다.

매장 입구에는 반려동물이 뛰어놀 수 있도록 인조 잔디를 깔아놓은 야외석이 있다. 매장 안은 두 구역으로 나뉜다. 먼저 간식 냉장고와 이어져 있는 밖에서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더 믿음이 가는 개방형 주방이 있다. 나머지 공간은 손님들이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다.

매장 곳곳에 다채로운 반려동물용 옷, 목욕용품, 장난감 등을 놓고 판매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매장 한편에는 생일을 맞은 개를 축하하기 위해 꾸며 놓은 ‘생일 기념사진 촬영 구역’도 있다.

반려동물 양육인으로서 놀랐던 점은 수제 간식에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으면 쉽게 상하지 않냐’는 물음에 김유선 사장은 “당연히 빨리 상한다”며 말을 이었다.

김 사장은 “수제 간식 가게를 차린 이유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반려동물 간식이 싫어서”라며 “이곳을 열기 전에 우리 집 강아지 세 마리에게 대용량 간식을 사서 먹였다. 몇 달 뒤 바닥에서 간식을 발견했는데 그 시간이 지나도록 썩지 않은 걸 알고 아주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간식을 비슷하게 흉내 내서 집에서 만들었는데 다음 날 보니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방부제를 넣지 않은 간식은 빨리 썩을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집 간식은 냉장 보관을 해도 3일 안에 먹여야 한다. 신선함을 위해 몸이 힘들더라도 조금씩 자주 만드는 이유”라고 배경을 소개했다.

모든 제품이 인기 있지만 많은 손님이 찾는 대표 간식은 연근꼬꼬칩, 소간칩쿠키, 버터링 쿠키 등이다. 연근꼬꼬칩은 대부분의 강아지가 사랑하는 닭가슴살에 당근, 브로콜리, 연근을 더해서 만든다.

소간칩쿠키는 눈 건강에 좋은 현미와 귀리 그리고 소의 간을 갈아 넣은 쿠키로 눈물 자국 개선 효과가 있고 상대적으로 열량이 낮아 살을 빼고 있는 개에게도 좋다.

마지막으로 버터링 쿠키는 칭찬용 간식으로 주기 적절하다. 이 쿠키는 달콤한 단호박과 고구마로 만들어 꺼내기만 하면 개가 침을 뚝뚝 흘릴 정도라는 후문이다.

여름철에 가장 인기 있는 간식은 단호박과 리코타치즈를 주재료로 쓴 ‘치즈케이크 푸딩’이다. 푸딩을 냉장고에 넣어서 차갑게 보관한 뒤 더위를 많이 타는 개들에게 아이스크림 대용으로 주기 좋다.

불현듯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반려동물 몸에 좋은 간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개가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개는 특히 음식에 관해서는 호불호가 확실하니 말이다.

음식이 취향에 맞지 않으면 발도 갖다 대지 않는 차차에게 연근꼬꼬칩을 먹여 봤다. 연근꼬꼬칩을 차차 코에 대자마자 꼬리콥터 운행을 시작했다. 차차에게 꼬꼬칩 한 조각을 주니 게 눈 감추듯이 먹고는 연신 발을 들어 시키지도 않은 손뼉 맞장구 개인기를 선보였다.

김 사장은 “처음 마음 그대로 건강한 간식을 만들어 더욱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늘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02

개도 먹고 나도 먹고,

바르바 커피 광교점

앞선 맛있개신나개가 친(親) 반려동물적 공간이라면, 바르바 커피 광교점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가족들도 즐거움을 두루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마치 공원으로 산책 나온 듯한 푸른 전망을 만끽할 수 있는 카페다. 카페 안에 크고 작은 화분을 빼곡하게 늘어놓아 실내를 푸릇하게 꾸몄고, 매장 바닥 가장자리에 깔린 조약돌 장식은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카페 이름에 있는 바르바는 코스타리카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커피 강국 코스타리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카페답게 이곳은 오로지 유기농 원두만 고집한다. 때문에 반려동물 가족이 아니라도 커피 맛을 보려 카페를 찾는 이도 많다고 한다.

바르바 커피에는 고소한 커피 말고도 특색 있는 메뉴가 많다. 특히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에는 빙수를 찾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을 터. 그중 가장 잘나간다는 수박 빙수를 주문했다.

우유를 얼려 눈꽃처럼 얇게 갈고 그 위에 수박을 가득 쌓아 올린다. 모래성 허물 듯 조심스레 수박과 우유를 적절히 숟가락에 담는다. 드디어 한 입! 수박의 달달함과 고소하고 시원한 우유가 완벽히 어우러져 ‘단짠’, 아니 ‘단고’가 입에 한 가득이다. 겨울에는 대추를 직접 우려서 담백하고 깔끔한 단맛이 일품인 대추차가 인기라고 하니 새겨두자.

이제 차차도 입맛을 다실 차례다. 이곳엔 반려견들에게 한 철 인기가 아닌 사계절 내내 인기가 식지 않는 메뉴가 있다. 바로 가게에서 직접 만든 반려동물용 마들렌 ‘멍들렌’이다. 마들렌은 조개껍데기처럼 생긴 프랑스 전통 빵으로 폭신한 식감이 특징이다.

멍들렌은 유제품에서 발생하는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lactose-free) 우유, 찹쌀가루, 달걀, 고구마 등 반려동물이 먹어도 탈이 없는 식재료만을 섞어서 만든다.

배부를 때 먹어도 맛있어야 진짜 맛있는 음식이라는 말이 있다. 아침밥에 간식까지 든든하게 챙겨 먹고 온 차차에게 멍들렌을 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멍들렌을 놓기 무섭게, 차차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금세 씹어 먹었다.

바르바 커피 광교점에는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새, 물고기 등 모든 반려동물이 놀러 올 수 있다. 야외석을 포함해 매장 한쪽에 있는 좌식 공간도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사용한 방석은 매주 세탁하니 위생 측면에서도 안심이다.

다만 좌식 공간을 이용할 때 반려동물 발을 먼저 닦아야 하고 반려견이 소변으로 영역 표시하는 행위인 ‘마킹(Marking)’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당연한 반려동물 시설 이용 예절이지만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채 풀어 놓아서도 안 된다.

‘어쩌다 반려동물 동반 카페를 차리게 됐냐’는 질문에 이란 사장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우리 집 강아지 산이와 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었다”며 “강아지를 키우면서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적은 게 항상 아쉬웠다. 이런 마음이 커져 겸사겸사 아예 내가 반려동물 동반 카페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대한민국 100대 상권’ 자료에 따르면 전국 반려동물 시설은 2021년 기준 1만1500개에 달한다. 반려동물 양육인 입장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수원의 두 곳처럼 차차와 같은 반려동물들이 마음 놓고 ‘꼬리콥터’ 운행하는 곳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글=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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