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책저책] 안정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택한 사람의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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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새 완연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올해를 맞이하며 새롭게 출발했던 일이 있다면,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쳤을 때인데요. 그럼에도 아직 스스로 방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주목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주 여책저책은 여행하며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을 소개합니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그려낸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얻음과 동시에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한층 더 성장해 보는 건 어떨까요.

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

박지윤 / 담다

세상을 살아가며 풀기 어려운 일과 마주한 순간, 우리는 때때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는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2017년 2월, 한 소녀가 퉁퉁 부은 눈으로 김해공항 출국 게이트에 서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책의 작가인 그의 손에 쥐어진 건 달랑 한 장의 편도 티켓이다. 그가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서다.

20년 남짓한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던 수능을 시원하게 망치고 대학도 전공도 그저 성적에 맞춰 진학했다. 친구와 선배를 따라 시험도 준비하고 동아리에 들어갔고 취업 때는 그냥 전공을 따라갔다. 이후엔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만 보며 쳇바퀴 같이 굴러가는 일상을 의미 없이 흘려보냈다. 작가에게 ‘꿈’이라는 존재는 언젠가부터 너무 먼 곳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선임의 한마디가 작가를 자극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찾아오는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었다. 그간 안정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특별하거나 재능이 있는 사람이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작가는 150일 간의 여행을 떠났다. 긴 여정은 대학생 때의 꿈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가 택한 곳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다. 베트남의 북적이는 거리부터 안나푸르나를 거쳐 인도와 아프리카로 향하는 동안, 작가는 생각지도 못한 사건을 마주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녔던 편견을 버리고 성장해 나갔다. 여정 중 겪은 일화도 재밌게 읽어볼 만하다. 그가 만난 현지인은 예상치 못한 친절과 배려를 보였으며, 이는 작가에게 큰 교훈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산골 마을의 아이들은 아끼고 숨기는 것 없이 감정을 마음껏 나누어주었다.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 아이들이 건넨 사랑의 말은 표정을 잃고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어른이를 깨웠다. 겹겹이 쌓인 껍데기 속으로 희미한 빛이 비치며 어른이의 눈을 간질였다. 나를 가두고 있던 껍데기가 한 겹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나답게 시작하기, 미얀마〉 중에서

물론 작가의 여정을 주위 모든 사람이 응원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에 걱정의 목소리가 컸다. 그랬기에 그의 여행은 더욱 새롭다. 그저 한 사람이 객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서 떠난 여행을 풀어낸 만큼, 다른 어떤 여행기보다 더욱 생동감 넘친다.

이 여행의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여행으로 달라지고 싶다. 이 여행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출발점이 되면 좋겠고, 그렇게 만들 것이다. 나를 버리고, 나를 얻어오자.

-〈퉁퉁 부은 눈으로 한국을 떠나다〉 중에서

단순 여행 이야기는 물론 여행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동시에 꼭 새로운 삶을 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지금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목하자. 책에서 작가가 겪은 일과 만난 사람과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용기, 격려, 사랑 등 인생에서 꼭 필요한 가치를 얻게 될 것이다.

어디서든 일하고 어디로든 떠난다

성훤 / 키효북스

이른 나이에 부모님의 죽음을 맞이한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건강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마흔을 앞둔 그는 더 넓은 세상으로 발을 내딛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어디서든 일하고 어디로든 떠난다’는 그간 스스로 견고하게 쌓아 올린 벽을 허물며 배낭여행을 떠난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우리에겐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대신 안 좋은 결과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했다. 다음 기회가 또 있으니 말이다. 사실 아무도 완벽한 나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걸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며, 스스로 좋은 결과에 얽매어 힘들지 않았던가. 그래서 나는 이들과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했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 줬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p.43

무작정 떠난 여행인 만큼, 작가는 특정한 방향을 그리고 이동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몽골에서 한 남자와 만났다. 낙타를 타고 실크로드를 건너겠다는 남자의 한마디에 그간 정처 없이 걷기만 하던 작가의 여행은 크게 바뀐다. 단순히 여행의 방향을 찾는 것뿐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찾는 여정으로 변한 것이다.

이후 작가는 여행지를 이동하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생활한다. 이집트 다합에선 다이빙 강사로, 인도 림빅에선 사원을 보수하는 요리사로, 네팔 탱화학교에선 예술가로 살며 그동안 살았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봄에 도전한다. 물론 모든 일이 쉽고 재밌지만은 않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인생은 작가를 항상 설레게 했다.

여행이자 깨달음을 얻기 위한 여정을 떠난 작가는 독자에게 많은 것을 묻는다. 삶의 가치와 죽음, 사랑과 이해, 다양성과 그름, 시간과 돈, 일과 장소까지 질문하는 주제도 다양하다. 이야기 속에서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인생에 한계점은 없다고. 그저 방향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매일 반복하는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며 싶은 사람이라면 책을 읽으며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

목적지를 향해 모든 불편함과 낯섦을 감수하고 길 위에 서서 앞으로 나가야 했다. 맞닥뜨리는 문제들이나 고난들을 뛰어넘을 때, 갖가지 모양으로 사는 사람들을 만날 때, 나는 계속 배우고 있다고 느꼈다. 책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불편함과 고행을 업으로 삼는 여행자이자 수행자가 되는 것이 즐거웠다. 매일 깨어 있었다. 집을 떠나 길 위로, 그리고 다시 집으로. 우리는 무한히 반복되는 이 과정으로 내가 스스로 오롯이 살 기회를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책에 나오지 않는 어떤 것 p.96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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