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장이 활성화하며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여행을 떠나는 만큼, 여행객이 선택하는 여행지도 가지각색인데요. 그중에서도 이웃 나라, 일본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이국적인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인지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실제 일본정부관광국(JNTO)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방일 한국인 관광객은 총 85만 7000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방일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수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일본 여행 인기가 치솟은 것에 비해 많은 여행객이 방문하는 여행지는 비교적 몇 곳으로 정해져 있는 편입니다. 이에 남들은 잘 모르는 일본 여행을 꿈꾸는 사람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 여책저책은 색다른 일본 여정을 제안합니다.
지금은, 일본 소도시 여행
두경아 / 길벗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 여행지 중 한 곳인 일본. 매해 많은 한국인 여행객이 일본을 방문하는 만큼, 일본에서도 어느 지역을 여행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사카, 도쿄 등 대표적인 여행지를 이미 여러 번 방문해 조금 색다른 여행지를 찾는 사람이라면 주목하자. 아직 여행객은 잘 모르는 일본 소도시에 관한 정보를 전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지금은 일본 소도시 여행’이다.
‘지금은, 일본 소도시 여행’은 제목 그래도 일본을 대표하는 여행지 대신 아직 관광객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을 소개하는 책이다. 작가는 대도시보단 소도시를 선호했다. 이에 여행자의 입장에서 방문하기 좋은 소도시를 꼽았다. 작은 도시라고 무시하긴 이르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지로 등장한 에히메 온천, ‘우동현’이라고 불릴 만큼 우동에 진심인 다카마쓰는 물론 검은 모래로 찜질을 즐길 수 있는 가고시마까지 독자는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 일본 소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책에서 작가가 제안한 일본 소도시는 총 45곳이다. 소도시를 소개한다고 방문하기조차 어려운 산골짜기 마을을 알려줄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매력적인 소도시를 엄선했다. 특히 소도시의 한계 중 하나인 접근성 측면도 놓치지 않았다. 덕분에 책을 읽고 소도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여행지를 방문하는 데 큰 어려움 없이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꼭 알아야 할 소도시별 음식 이야기는 물론 관광지와 맛집, 체험하기 좋은 명소까지 소개한다. 이 외에도 현지 교통 관련 정보는 물론 추천 여행 코스까지 상세히 전하니, 독자는 소도시 여행을 준비하며 더욱 꼼꼼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북적이는 관광지 대신 낭만 가득한 소도시를 좋아한다면 진짜 일본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소도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한 달의 요코하마
고나현 / 세나북스
여기, 내키는 대로 인생을 살아온 한 사람이 있다. 게임이 좋아서 게임 회사에서 일했고 책이 좋아서 서점에서 일했고 번역하는 게 좋아서 번역가로 일했다. 글을 쓰는 게 좋아 글까지 쓰기 시작한 그에게 출판사 대표가 일본 한 달 살기를 제안했다. 이에 앞뒤 따지지 않고 선택한 곳은 요코하마다. 그는 요코하마가 자신의 인생 게임 ‘금색의 코르다’ 시리즈의 배경이라는 이유로 이미 10번 이상 여행했다. 그럼에도 요코하마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여러 번 가도 질리지 않는 여행지라는 것. 그렇게 그는 요코하마에서 한 달간 생활한 후 책을 펴냈다. 그 책이 바로 ‘한 달의 요코하마’다.
음악을 소재로 한 2D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금색의 코르다의 ‘선배 캐릭터’에게 제대로 낚여버린 나는 고등학생 때 히라가나, 가타카나 쓰기를 시작으로 부지런히 일본어를 공부했고, 그 실력을 살려 지금은 일본어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나를 낳은 것은 우리 부모님이지만 나를 오타쿠로 키운 것은 금색의 코르다였다.
_본문 4쪽
사랑하는 요코하마에서 하고 싶은 번역과 글쓰기를 하는 생활은 완벽했다. 작가는 라멘을 테마로 한 놀이공원인 신요코하마 라멘 박물관, 잉글리시 가든, 조노하나 파크, 차이나타운 등 요코하마의 유명 관광지를 구경했다. 요코하마에서 도쿄가 가깝다는 점도 한몫했다. 작가는 도쿄에 사는 친구와 집사 카페에 가서 아가씨가 되어보기도 하며 알찬 한 달을 보냈다. 책은 작가가 머문 모든 곳에 대한 정보를 설명하기에 독자가 참고해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좋다.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다가 해 질 녘이 되어 향한 곳은 도쿄 타워였다. 도쿄 타워도 안 간 지 꽤 오래되었는데 한 7년 만에 가보는 듯하다. 전에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더 높게 올라갈 수 있는 탑층 플랜이 생겨서 이번에는 그걸 이용해 보기로 했다. 가격은 3,000엔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비싸다 싶었는데 다음에 도쿄 타워에 온다면 무조건 3,000엔을 내고 이 플랜을 또 이용할 것 같다. 유리창의 재질이 다른지 바깥 풍경이 훨씬 잘 찍혔기 때문이다. 메인층은 유리창에 사람이 반사돼서 사진을 다 망쳤는데 탑층은 반사가 덜 됐다.
_본문 207쪽
여행을 마무리하며 작가는 언제쯤 요코하마에 질리게 될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작가가 내린 답은 한결같다. 그는 여전히 요코하마를 좋아한다. 요코하마엔 바다와 따스한 사람,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달 살기를 통해 요코하마의 숨은 매력도 발견했다. 새로운 일본 여정을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책을 통해 요코하마에서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인연’이라는 걸 믿는다. 내가 월화수목금토일이라는 수많은 요일 중 야마모토 씨가 매주 바를 찾는 요일을 콕 집어서 찾아간 것도 인연, 내가 가마쿠라에서 맛없는 파스타를 먹은 것도 인연, 에노시마에서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는 나를 보고 ‘헉’ 했던 커플을 만난 것도 인연. 이 인연들을 엮고 엮어 하나의 책으로 내게 된 것 역시 나와 세나북스의 인연으로 생긴 일이다. 소중한 인연들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다. 나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다. 아마 앞으로도 난 요코하마를 찾을 것이고 또다시 요코하마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겠지. 그런 나처럼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 요코하마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이 글을 마무리 짓는다.
_본문 237쪽
글=이가영 여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