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핫스폿] 1인당 GDP 9만달러의 나라에선
뭘 해야 재밌었다고 소문이날까
빨간 점(Red Dot). 아니 작은 빨간 점(Little Red Dot)이 정확한 표현이다. ‘미식 천국’ 파인 시티(Fine City)‘란 애칭이 있는 싱가포르의 또 다른 별명이다. 그럼 왜 싱가포르를 정열의 작은 붉은 점이라 불렀을까. 일단 그들이 가진 자원은 거창하지 않다. 면적은 771㎢인 부산보다도 작은 728㎢이다. 인구는 605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충청권 인구를 다 합한 555만 명보다 조금 많은 정도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마시는 대부분의 물과 먹거리는 주로 외국에서 수입한다. 천연자원 역시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 해 기준 1인당 GDP는 세계 톱 5에 올라 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아시아권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9만 달러를 가뿐히 넘겼다. 그 근저에는 인재육성을 통한 혁신이 자리한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강렬한 성장의 모습이 작지만 정열적이다란 이미지로 승화해 ‘리틀 레드 도트’로까지 이어졌으리라. 그럼 숫자 이면의 싱가포르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머물렀던 싱가포르에서의 일주일은 마치 사계절을 압축시킨 듯 했다.
이곳에선 어디든 봄…시세이도 포레스트 밸리
이방인을 마주하는 주얼 창이 공항은 싱그러운 봄을 내뿜고 있었다. 공항 밖은 한 여름인데, 공항 안은 따사로운 봄, 그 자체였다. 그 중심에는 인공숲 시세이도 포레스트 밸리가 자리했다.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에서 자주 접했던 정중앙이 뻥 뚫린 둥그런 폭포가 있는 그곳이다. 채광이 잘 드는 유리천장 아래 장쾌한 폭포수와 셀 수 없을 만큼 촘촘한 숲이 잘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서 만큼은 깊은 숨을 들이셔도 좋다. 미세먼지도, 황사도, 매연도 잊게 한다. 웬만한 삼림욕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공기에 밀도가 느껴진다.
최근에는 명상과 요가 등을 결합한 포레스트 테라피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개별 헤드셋을 쓰고 머리가 맑아지는 음악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이드의 목소리를 들으며 숲의 이곳저곳을 거닐다 보면 내 안의 찌듦이 사라지는 듯 하다. 마치 잠들어 있던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마저 든다. 2시간이 금세 흘러간다.
일 년 내내 여름이지만 좀 더 특별한 여름은…센토사
적도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 싱가포르다. 불과 137km 떨어져 있다. 일 년 내내 한낮 기온이 30℃를 넘나드니 말 다했다. 6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나라답게 더위를 날려버릴 ‘휴양’ 기질의 스폿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인공섬 센토사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정남쪽에 자리한다. 이곳엔 리조트 월드 센토사를 중심으로 샹그릴라, 더블유(W), 카펠라 등 유명 호텔과 리조트가 두루 들어서 있다.
주로 팔라완 비치와 실로소 비치 두 곳이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가족 여행 중이라면 팔라완 비치 쪽에 있는 ‘더 팔라완’의 18홀 미니 골프 코스를 꼭 즐겨보길 바란다. 퍼팅으로만 코스를 돌 수 있다 보니 남녀노소 부담없이 즐기기 좋다. 기자가 속한 팀에서 홀인원이 두 차례나 나와 환호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해변에서 해수욕도 좋지만 좀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비치 칵테일바 트웰브의 인피니티풀은 한층 매력적이다. 오션뷰 인증샷을 안남기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아름답다.
울긋불긋 단풍융단 저리가라…만다이 버드 파라다이스
새들의 천국이라 불리던 ‘주롱 새 공원’이 52년만에 폐장하고 지난해 5월 만다이 버드 파라다이스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무려 3000여 마리의 새가 집단 이주했다고 하니 상상을 초월한다. 필리핀 독수리, 검은 날개 구관조 등 다양한 세계 멸종 위기종을 멀지 않은 곳에서 눈에 담을 수 있다. 완만한 나무데크길을 따라 총 13개 구역으로 나뉘는 만큼 곳곳을 누비려면 두 다리 힘은 필수다. 하지만 고되기보다는 행복한 기운이 압도한다.
하이라이트인 붉은 깃털을 뽐내는 홍학(Flamingo)의 자태를 보면 모든 게 무장해제 당한다. 백여 마리에 가까운 홍학의 군무는 웬만한 걸그룹의 춤사위보다 인상적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있어 더 그렇다. 이 찰나를 놓칠 새라 홍학을 가운데 두고 사방에서 카메라 셔터 세례를 퍼붓는다. 실제로 이곳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남겼을 정도다. 이런 화려함은 울긋불긋 단풍융단을 펼치는 우리 가을을 쏙 빼닮았다.
겨울 온탕의 개운함에 달달함 얹으면…미스터 버킷 쇼콜라테리
몸이 피곤하면 당이 당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곳이 싱가포르라면 색다르게 피로를 날려버릴 곳이 있다. 내 손으로 만드는 초콜릿 공장을 찾아보는 것이다.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서 영감을 받아 운영 중인 ‘미스터 버킷 쇼콜라테리’다. 카페와 체험시설을 함께 갖춘 곳답게 기계들이 즐비하지는 않다. 더구나 싱가포르의 가로수길이라는 뎀시힐에 자리를 잡은 만큼 외관부터 내부 시설 등 하나하나가 예쁘다. 이곳을 찾는다면 무조건 수제 초콜릿 만들기에 도전해봐야 한다. 망설이면 후회할 만큼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건조 딸기부터 마카다미아, 소금 팝콘, 감자칩, 매운 건새우 등 과연 이 조합은 어떤 맛을 가져올까란 재미만으로 도전 성공이다. 15가지 이상의 토핑 중 3가지 토핑을 고른 뒤 다크 또는 밀크 초콜릿 베이스만 선택하면 끝이다. 개성에 맞는 달달한 초콜릿과 함께 따끈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면 어깨 위 곰 두 마리는 금세 사라진다. 한 겨울 온탕에 몸을 담근 뒤 나왔을 때의 개운함 그 느낌 저리가라다.
▶▶▶ 싱가포르 여행 100배 즐기는 법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리다. 대한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직항편이 매일 오가고 6시간 남짓 걸린다. 물가는 우리와 비슷한 편이지만 호커센터 등에선 가성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곳곳에 역이나 노선이 잘 갖춰 있어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수월하다.
싱가포르 관광청은 최근 글로벌 캠페인 ‘메이드 인 싱가포르(Made in Singapore)’를 론칭했다. 싱가포르로 여행을 떠난 이들에게 매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주된 목표다. 싱가포르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싱가포르 관광청 홈페이지를 꼭 둘러보길 추천한다.
도시 곳곳에 녹지가 우거진 공원이 많은 싱가포르는 심지어 건물의 발코니나 옥상 등도 작은 숲으로 꾸밀 정도다.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차이나타운 인근의 파크로열 컬렉션 피커링 호텔은 좋은 대안이다. 혹자는 영화 ‘아바타’가 떠오른다고 극찬했다.
싱가포르 / 장주영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