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가는 중앙아시아? 서울 동대문에 가면 몽골부터 스탄 국가까지 다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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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한국인이 외려 이방인이 되는 거리가 있다. 서울 지하철 2, 4,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번 출구와 7번 출구 사이에 위치한 ‘중앙아시아 거리’다. 중앙아시아 거리는 1980년 무렵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에서 온 보따리상들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에 모여들며 생겨난 거리다. 동대문시장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 하룻밤을 머물기에 딱 좋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과 고국을 자주 오가던 보따리꾼들이 하나둘씩 한국에 정착했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에 상점과 식당을 열면서 지금의 중앙아시아 거리가 탄생했다.


중앙아시아 거리 안내 표지판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중앙아시아 거리 입구의 이정표(왼쪽), 중앙아시아 거리 안내 표지판(오른쪽)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중앙아시아 거리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중앙아시아 거리에는 식료품점, 환전소, 음식점 등 150여 개의 상점이 밀집해 있다. 골목 사이사이 한글과 몽골어, 러시아어 등이 뒤섞여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중앙아시아 거리를 지나가는 한 행인을 붙잡고 어떤 계기로 이곳을 찾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생각보다 이 거리에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다”라며 점심을 먹으러 방문했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중앙아시아 거리에는 어떤 맛집들이 있을까. 기자가 찾아간 중앙아시아 거리 맛집 3곳을 소개한다.

1. 몽골 전통 양고기 요리 ‘허르헉’을 맛볼 수 있는 유목민 몽골


유목민 몽골 매장 외부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가장 먼저 몽골 전통 음식점 ‘유목민 몽골’을 찾았다. 가게 내부로 들어가면 몽골과 관련한 다양한 소품들을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게르’ 모양의 테이블이었다. 유목민 몽골은 몽골인들이 거주하는 가옥인 게르를 가게 내부에 그대로 재현했다. 게르 테이블에 있는 몽골 전통의상을 직접 입어볼 수도 있다.


유목민 몽골 매장 내부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게르 테이블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유목민 몽골의 대표 메뉴는 ‘허르헉’이다. 허르헉은 양고기와 채소를 달궈진 돌과 함께 찌듯이 익혀내는 몽골의 전통 양고기 요리다. 몽골 사람들은 예부터 귀한 손님에게 양고기를 활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풍습을 따라왔다. 손님을 대접하는 여러 음식 중 가장 대표적인 요리가 바로 이 허르헉이다.


허르헉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높게 쌓아져 나온 허르헉을 한입 맛봤다. 고기가 부드러워 씹기 편했고 고기 양념이 과하지 않아 담백했다. 특히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잘 느껴지지 않아서 신기했다. 돼지고기보다는 조금 더 기름져 먹다 보면 살짝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럴 때 허르헉과 같이 나온 만두피, 양파 등을 함께 곁들여 먹으면 느끼함을 없앨 수 있다.


허르헉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만두피와 허르헉(왼쪽), 허르헉과 함께 나오는 반찬들(오른쪽)

허르헉을 다 먹어 갈 때쯤 아래에 깔린 까만색 돌을 발견했다. 몽골에서는 허르헉 요리에 사용하는 돌과 관련한 재밌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음식을 다 먹고 이 까만색 돌을 꺼내 왼손 오른손 번갈아 가며 만지면 건강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유목민 몽골에서 허르헉을 맛보게 된다면 이 돌멩이를 꺼내 손으로 만지며 건강을 기원해 보자.


허르헉 요리에 사용하는 돌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이어서 ‘나담 호쇼르’와 ‘호이차’를 맛봤다. 나담 호쇼르는 몽골 사람들이 몽골의 전통축제인 ‘나담’ 기간 동안 즐겨 먹는 몽골식 튀김만두다. 나담 호쇼르를 반으로 잘라보면 촘촘하게 채워진 양고기가 보인다. 한입 맛보면 쫄깃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군만두와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맛본 호이차는 당근, 감자, 양고기 등을 넣고 끓인 몽골식 탕 요리다. 우리나라의 갈비탕에 약간의 향신료가 첨가된 맛이 났다. 특히 스튜처럼 모든 재료가 부드러워 편하게 먹기 좋았다.


나담 호쇼르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호이차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몽골 전통 음식들을 맛보고 싶다면 유목민 몽골에 방문해 보자. 유목민 몽골의 영업시간은 오후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휴무일 없이 매일 운영 중이니 편하게 방문해도 좋다. 게르 테이블에 앉아 몽골 음식을 먹으며 진짜 몽골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보자.

2. 나폴레옹 케이크부터 꿀 케이크까지… 디저트 맛집 ‘러시아 케익’


러시아 케익 외부 모습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두 번째로 찾은 곳은 러시아 정통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는 ‘러시아 케익’이다. 러시아 케익은 어릴 때부터 디저트를 만들어온 러시아인 모로즈 이리나 씨가 운영하는 베이커리다. 가게 오픈 시간인 오후 12시에 맞추어 베이커리를 방문했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가게 내부가 손님으로 가득 찼다. 가장 먼저 가게 내부에 착석한 손님은 “오픈런을 하지 않으면 보통 자리가 없어 웨이팅을 해야 한다”며 러시아 케익 가게가 얼마나 인기 있는 곳인지 설명했다.


러시아 케익 내부 모습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러시아 케익에서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는 ‘메도빅’이다. 메도빅은 19세기 러시아 제국 황제 알렉산드르 1세의 아내 ‘엘리자베타’의 한 일화로 유명해진 러시아 케이크다. 엘리자베타 황후는 꿀을 싫어했는데 그 사실을 몰랐던 신입 요리사가 꿀로 메도빅을 만들었다. 꿀을 싫어하는 엘리자베타 황후였지만 놀랍게도 메도빅의 부드럽고 깊은 맛에 빠지게 되었고 메도빅을 만든 요리사에게 큰 상을 내렸다. 그 후 메도빅은 유명해져 러시아의 대표 디저트로 자리매김했다.


러시아 케익에서 판매 중인 메도빅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러시아 케익 베이커리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메도빅을 맛볼 수 있다. 달콤한 크림이 들어간 메도빅과 사워크림이 들어간 메도빅이다. 이날 기자는 달콤한 크림이 들어간 메도빅을 맛봤다. 꿀 케이크임에도 꿀맛이 거의 나지 않아 신기했다. 빵이 폭신폭신하고 적당한 단맛이 느껴져 엘리자베타 황후가 극찬한 이유를 알 것 같은 맛이었다.


메도빅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메도빅만큼 유명하다는 ‘나폴레옹 케이크’도 맛봤다. 나폴레옹 케이크는 러시아의 조국전쟁 승리 100주년을 기념해 한 파티시에가 창작해 낸 케이크다. 당시 케이크를 삼각형 모양으로 잘랐는데 그 모양이 꼭 나폴레옹 모자 같다고 해 나폴레옹 케이크로 이름 붙여졌다. 나폴레옹 케이크는 프랑스 파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케이크로 바삭한 페이스트리 사이사이에 크림이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폴레옹 케이크 역시 메도빅처럼 많이 달지 않고 바삭바삭하면서도 촉촉해 맛있었다.


나폴레옹 케이크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나폴레옹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러시아 케익은 메도빅과 나폴레옹 케이크와 같은 러시아 디저트 이외에도 에끌레어, 파블로바와 같은 다양한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후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늦은 저녁을 제외하고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적 여유를 갖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3. 중앙아시아 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스타사마르칸트’


스타사마르칸트 외부 모습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마지막으로 ‘스타사마르칸트’를 찾았다. 2003년에 문을 연 스타사마르칸트는 중앙아시아 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이다. 우즈베키스탄 중동부 도시의 이름 중 하나인 ‘사마르칸트’의 도시 지명을 따와 식당 이름을 정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먹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로 가게 내부가 붐볐다.


스타사마르칸트 내부 모습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가장 먼저 ‘라그만’을 맛봤다. 라그만은 우즈베키스탄식 짬뽕이라고 불리는 음식이다. 유명 여행유튜버 ‘곽튜브’가 중앙아시아 음식 중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음식이 바로 이 라그만이다. 실제로 곽튜브가 라그만을 먹으러 이곳 스타사마르칸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라그만의 새콤하면서도 칼칼한 국물 맛이 인상적이었으며 굵고 쫄깃쫄깃한 면발이 맛있었다. 우리나라의 소고기뭇국을 살짝 새콤하게 만든 버전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라그만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우즈베키스탄의 쌀요리인 ‘플로프’는 우즈베키스탄어로 오쉬(osh)라고 불린다. 실제로 필라프와 조리 방법이 비슷하다고 해 중앙아시아식 필라프로 일컫는다. 고기와 밥을 수저로 떠 플로프를 한입 맛봤다. 우리가 흔히 먹는 볶음밥에 기름진 맛이 살짝 더해진 느낌이 났다.


플로프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플로프를 먹다 느끼해질 때쯤 ‘당근 김치’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좋다. 당근 김치는 고려인들이 구소련 시기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하면서 김치의 재료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당근으로 김치를 만들면서 생겨난 음식이다. 당근 김치를 한입 맛보면 전혀 당근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새콤달콤한 무생채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당근 김치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마지막으로는 양고기 ‘샤슬릭’과 ‘쌈사’를 맛봤다. 샤슬릭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구소련권 국가에서 많이 먹는 고기 꼬치구이다. 고기 종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양고기 샤슬릭을 가장 즐겨 먹는다 해 양고기로 선택했다. 빵 속에 고기가 들어가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빵 쌈사도 양고기가 들어가 있는 메뉴다. 샤슬릭과 쌈사 둘 다 양고기 특유의 향이 살짝 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고기 샤슬릭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쌈사 / 사진=정세윤 여행+ 기자

중앙아시아 거리에서는 ‘사마르칸트’ 도시 이름을 활용한 상호를 가진 식당을 여럿 볼 수 있다. 전부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파는 식당이지만 가장 오래된 전통 있는 식당을 찾고 있다면 ‘스타사마르칸트’를 추천한다. 스타사마르칸트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격주 화요일은 매장 휴무 날이니 참고하자.

정세윤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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