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영국으로 가는 워킹홀리데이가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영 수교 140년을 맞은 양국은 한해 1000명에게만 내어주던 청년교류제도(Youth Mobility Scheme) 비자를 대폭 늘리는 데 합의했다. 참가자 연령도 30세에서 35세로 상향하고 추첨 과정 없이 최대 5000명에게 YMS 비자를 발급할 예정이다.
2월 26일 주한 영국 대사관저 1층 행사장에서 영국 청년교류제도 설명회가 열렸다. 제도가 변하는 첫해인 만큼 설명회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영국 관광청과 재외동포청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청년 30여 명이 참가했다. 여행플러스도 현장을 찾아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한-영 수교 140주년이 만든 변화
우리나라는 2012년 영국의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인 청년교류제도에 가입했다. 최초 협약에 따라 연간 만 18~30세 청년 1000명이 영국으로 떠나 최대 2년 동안 일을 하면서 현지 문화를 체험했다. 영국에 대한 관심도와 선호도에 비해 1000명은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매년 넘치는 지원자 중 영국 국경청이 무작위 전산 추첨을 진행해 1000명을 뽑아 비자를 내줬다.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 건 지난해 11월. 양국 정부는 한-영 수교 140년을 맞아 ‘한영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연령 상한을 30세에서 35세로 올리고 대상 인원도 500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설명회에는 개러스 위어(Gareth Weir) 주한영국 부대사, 윤상인 유로자전거나라 영국지사장, 봉장종 재외동포청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 과장 그리고 워킹홀리데이 참여자 이유진씨가 발표자로 나섰다.
개러스 위어 부대사는 환영사를 통해 “다양한 기회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제도를 통해 영국을 탐험하고 즐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러스 부대사는 이어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에 영국에 대해 알아야 할 것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했다.
문화 예술의 나라 영국. 긴 설명 필요 없이, 셰익스피어와 해리포터의 나라다. (말 다 했음) 음악도 유명하다. 비틀즈의 고향 리버풀이 대표적이다. 곳곳에서 음악 축제가 열리는데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은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개러스 위어 주한영국 부대사
스포츠와 자연. 다양한 아웃도어 체험이 가능하다. 골프의 본거지 스코틀랜드에서 꼭 한번 골프를 쳐보시라. ‘3픽스 챌린지’를 아는지. 영국 최고봉 3곳을 24시간 안에 등정하는 것을 말한다.
개러스 위어 주한영국 부대사
음식과 술을 빼놓을 수 없다. 펍 문화가 발달했고 맥주, 사이더, 위스키 등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다. 물론 피쉬앤 칩스도 좋지만 영국에서는 다양한 국적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인디언 커리’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국적 사람들이 사는 만큼 음식도 다채롭다. 요즘 영국에서는 한국식 바비큐, 치킨과 소주가 유명하다.
개러스 위어 주한영국 부대사
환영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영국에 대한 소개와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첫 연사로는 윤상인 유로자전거나라 영국지사장이 나섰다. 1999년부터 런던에 살고 있다는 윤 지사장은 “영국은 이상한 나라”라고 말했다. 대세를 따르지 않고 외려 반대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바로 영국인이다. 윤 지사장은 영국인들의 이러한 반골 기질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런던은 세계의 수도다.” 이스라엘 여행에서 만난 남미 친구의 말 한마디에 런던에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이주를 결심했다. 윤 지사장은 2003년부터 가이드 일을 해오고 있다. 그는 “영국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게 해준 것”이라고 말한다. 6년 전 런던대학교에 들어가 미술사를 공부한 윤 지사장은 ‘아르츠 콘서트 인 런던’ 강연도 하고 ‘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 책도 썼다.
봉장종 재외동포청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 과장은 영국 현지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했다. 워킹홀리데이 유경험자들이 뽑은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의사소통’이었다. 봉 과장은 영국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영어 공부를 하라고 조언했다.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 홈페이지에는 유용한 정보가 많다. 봉 과장은 “‘국가 및 지역별 정보’는 꼭 보고 가길 바란다. 초기 정착할 때 필요한 정보를 업로드 해두었다. 온라인 채널(네이버 카페/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도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고용계약서와 주거계약서를 특히 주의해서 볼 것. 유급 휴가인지 무급 휴가인지를 확인하고 주당 몇 시간을 일하는 지도 체크해야한다. 일주일에 얼마를 벌어야 생활이 되는지 계산을 한 다음 그 조건에 맞는 직업을 구해야 한다.”
“주거계약서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최소거주기간’이다. 최소거주기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집주인과 함께 사는지 아닌지도 확인해야 한다.”
“마약은 절대 안 된다. 혹시 누가 일자리를 판다고 하면 피하시길. 무조건 사기다.”
봉장종 재외동포청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 과장
막 영국에서 귀국한 유경험자 이유진님이 주는 꿀팁
이유진씨는 2주 전 런던에서 2년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귀국했다. 대학 졸업 후 영국으로 떠나 카페에서 바리스타 일을 11개월 하고 특급호텔로 옮겨 라운지에서 11개월 일했다. 이유진님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 몇 가지 팁을 전한다.
“초반 3개월은 어학연수를 받았다. 영어 공부는 약 2달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서비스업은 항상 일자리가 부족하다. 카페나 레스토랑 취업은 쉬운 편이다.”
“한국에서 미리 살집을 구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집은 실물로 보고 계약해야한다.”
“영국 현지에서 집 구할 때 유용한 앱은 ‘Spare room’과 ‘Right move’가 있다. 스패어 룸은 셰어하우스 구하는 앱이고 라이트 무브는 원룸이나 아파트 등 매물이 올라온다.”
“친구 추천으로 일 구하는 경우가 많다. 인맥, 관계가 중요하다. 스타벅스 같은 경우도 지인을 통한 구인이 많다.”
“한식당보다는 현지 식당, 현지 펍 등에서 일하는 것이 영어 실력 높이는데 더 좋다.”
“코스타 카페와 하얏트 리젠시 처칠 호텔에서 일했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구직이 쉽다. 마감 시간이 빠른 것도 장점, 단점은 월급이 적다는 것. 호텔에서 일할 때 업무 중 하나가 손님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영어가 많이 늘었다. 하얏트 호텔은 대기업이라서 월급도 높고 복지도 좋았다. 하얏트 호텔 무료 숙박권이 1년에 12박 나왔다. 일이 힘들고 늦게 끝나는 것이 단점이다.
“서비스업은 여행 다니기 좋은 직종이다.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나는 2년 동안 11개국 20여개 도시를 여행했다.”
“워홀 2년 기준, 이직은 한 번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워홀 기간이 1년인 경우는 이직안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일을 바꾸면 또 적응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삶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부모님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영어 공부는 ‘BBC learning English’ 팟캐스트를 추천한다.” *BBC learning English 앱은 2023년 12월로 종료된 상태. 2024년 새로운 콘텐츠를 런칭할 예정이라고.
질의 응답
Q 영국에서도 1년 일하면 퇴직금을 주는지?
A 서비스직은 없었다. 사무직의 경우는 모르겠다. 1년 일한다고 퇴직금을 주지는 않는다. 취업비자, 나이에 따라 최저임금 다르다. 일반 서비스직에서는 퇴직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
Q 한 군데에서 오래 일하는 게 왜 좋은지?
A 관련 분야에서 스펙을 쌓을 수 있다. 대학생의 경우와 졸업한 경우에 따라 다르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갈 거면 취업에 대한 부담이 적지만 직장인으로서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한 직종에 오래 일하면서 경력을 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비자 받을 수 있는 인원이 5000명으로 늘었는데 절차상 바뀌는 것이 있는지?
A 예전에는 추첨을 통해 합격 통지서가 나오면 비자를 신청했지만 2024년부터는 추첨 과정이 없어진다. 영국 국경청은 5000명 정원이 다 찰 때까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큰 결격 사유가 없으면 비자를 주겠다는 의미다. 5000명 정원이 다 차면 영국 국경청에서 메시지를 줄 거다.
홍지연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