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느슨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산간서로356번길 42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 1월 제주도 여행의 목적은 한라산행이었는데 그거 못 가고 망연자실.
그러다 방문한 곳이 이곳 서귀포 카페 느슨이다.
그런데 이곳도 오늘 휴무라고 ㅜㅜ
그냥 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가까운 서귀포 카페를 찾아 네이버 검색의 힘을 빌렸다.
유명한 프렌차이즈 카페 아니고 유명한 대형 카페 아니고 그냥 분위기 좋은 카페 어디 없을까 하여 검색을 했는데 평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 보여 무작정 방문을 했다.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오늘 휴무라네.
도대체 이게…
그런데 안에 인기척이 있어 일단 들어가 보기로.
일행들이 카페로 들어서는 순간 난 터널을 발견한다.
긴 터널은 아니지만 마치 또 다른 세상으로 연결된 듯한 느낌.
터널을 나와 뒤돌아보니 커다란 동백나무가 한 그루.
초록 잎 사이로 점점이 박혀 있는 빨강 동백꽃.
조금 전까지의 우울한 마음을 까먹고 마냥 좋아짐.
아우~ 이거 보시게.
목가적인 이런 풍경 너무 좋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도톰하게 흐드러져 있고 햇살은 따사로우며 초록의 감귤밭에 서 있는 나.
감귤밭 사이에 전망대?
의외롭다.
노란빛을 띈 키 작은 감귤나무들 너머로 보이는 ‘A’자형 주택 지붕이 서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불현듯 생각난 한라산행 불가. 청룡의 해 1월 제주도 여행은 잔잔하고 평화롭게 보내란 의미일까?
그렇게 천천히 걷다 보니 일행들이 나오질 않는다.
휴무라면서?
오우~ 이 잔디밭은 뭐래?
감귤밭 너머로 등장하는 잔디밭은 드라마틱한 변화의 감동을 전달하려고 만든 것일까? 딱 좋구먼.
1월 제주도 여행을 하며 방문하게 된 서귀포 카페 느슨은 농사를 지으며 전원생활과 상업활동이 효율적으로 어우러진 퓨전 라이프라는 단어가 떠어르게 만든다. 더불어 프리덤 ~
아따 높다!
이 녀석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지상에 붙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바람의 세기를 알려주려는 듯.
와우 이것 보소!
문의 손잡이가 참 독특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카페를 오가면서도 못 봤던 손잡이를 이곳 서귀포 카페 느슨에서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도대체 이런 생각은 누가 한 것일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여자 주인장께서 커피 머신을 작동하고 계신다.
설마 휴무인데 커피를 만들어 주시는 걸까?
일행들에게 눈짓을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봐도 긍정의 고갯짓.
이거 괜한 민폐를 끼쳤구나 싶은 불안감.
하지만 주인장께서는 미소만 지으실 뿐 별말씀 없이 커피 머신만을 작동하고 계신다.
그 짬이라도 좋으니 일단 둘러봤다.
길쭉한 공간에 안으로 테이블 4개.
왼쪽으로도 테이블을 더 넣을 수 있었을 텐데 카운터 맞은편으로만 테이블을 배치한 것이 전부다.
그리고 테이블 앞으로는 이런저런 수공예품들.
혹시 주인장께서 직접 만들어 판매하시는 것일까?
궁금증이 자꾸 증폭된다.
그런데 만들어 판매하신다기에는 품목이 다양하다.
그렇다면 지역 공방에서 작가들이 만든 수제품을 이곳에서 판매해 주시는 것일까? 아무래도 그쪽이 더 가까울 듯.
끝내 참지 못하고 물어보니 복합적이라고 하신다.
이것은 그네를 타라는 게 아니고 포토존.
흥미롭다.
이곳은 테이블일까 포토존일까? 아리송함을 못 참고 여쭤보니 상황에 맞춰 사용하는 곳이라고.
모든 것이 정해진 것과 정해지지 않은 것, 딱 그 용도인 것과 유연하게 사용되는 것이라 표현해야 할까?
그 유연성을 느끼며 왜 자유롭게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 테이블 좋다.
개인적으로 원목 테이블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목재를 자르는 것인지 건물을 자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스테인드글라스로 보기엔 조금 아리송한 그림이다.
제주스런…
이것도 수제품.
이런 것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물어볼 이유가 없겠단 생각.
보이는 그대로 생각하고 더 이상의 확장을 하지 않는 것이 이곳 서귀포 카페 느슨에서의 방법인 듯. 1월 제주도 여행을 하며 처음 방문한 서귀포 카페 느슨에서 모호함, 아리송함, 목가적인,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낀다.
이곳 역시 유연하게 활용되는 테이블과 좌석.
하지만 포토존이라 생각하는 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화목난로.
내년 동계 캠핑에는 아무래도 펠릿보다 화목난로 하나 들여놓는 것이 좋겠단 결심을 해본다.
갑진년 1월 제주도 여행에서 찾은 서귀포 카페 느슨은 정말로 사람의 심신을 느슨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느슨’이란 타이틀로 명명된 것이라 생각되는 곳
커피를 공짜로 주셨다.
“우리 집에 온 손님인데 주변 정리를 하느라 맞이하지 못하니 이해해 달라”라고 말씀하신다.
무작정 들이댄 건 우리인데 주인장께서 이리 대접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야길 들어보니 주인장 내외께서 뭔가를 자꾸 꾸미는 걸 좋아하시고 사람을 좋아한다 하신다.
하지만 그리하면 돈은 언제 버시나!
여하튼 후에 다시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되면 이곳 카페 느슨을 다시 찾아가 봐야겠다.
무엇보다 사람 좋은 주인장 내외에 감동이어서.
쿠니는 그냥 ‘홀랑’ 하기가 죄송스러워 이렇게 그날의 감정과 느낌을 정리해 둔다.
다시 가려면 기록을 남겨둬야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