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의 맛! 대관령 선자령 겨울 여행 추천
글&사진/산마루 231227
겨울 산행의 맛을 찾아 떠난 대관령 선자령, 겨울 여행 추천!
한바탕 대관령 선자령 산바람이 휘몰아친다.
그제 내린 눈들이 산바람에 화들짝 놀라 얼어붙은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그래! 이 맛이 바로 겨울 산행의 맛이지~
쌉싸름한 첫사랑의 맛처럼 가슴을 후벼파는 산바람을 헤치며 대관령 선자령 겨울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선자령 [仙子嶺]
높이 : 1,517m
선자령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산1-134
대관령 길이 지금처럼 나기 전에 영동 지역으로 가기 위해 나그네 들이 넘나들던 고갯길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과 강릉시 성산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산 이름에 재 령(嶺)자를 쓴 것이 특이한데 전해내려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 하늘에 살고 있던 선녀들이 아들을 데리고 내려와 목욕을 하며 놀다가 올라간 곳이라 선자령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며, 백두대간의 주능선이자 대관령 북쪽에 솟은 산이다.
★ 대관령 선자령 등산 코스 : 대관령마을 휴게소 주차장→ 대관령국사성황사→ kt 송신소→ 전망대→ 바람의 언덕→ 선자령 정상→ 대관령마을 휴게소 원점회귀
흰눈에 우뚝선 대관령 표지석은 언제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무언가 큰 산짐승을 만날 것만 같기도 하고 대관령 고개만 넘으면 과거에 급제해서 어사화를 쓰고 금의환영하는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어느새 함께 선자령 산행을 시작한 동료들은 앞서가기 시작하는데 나 혼자 헛된 꿈속을 헤메었나 봅니다.
대관령 표지석을 지나 3분만에 대관령국사성황당 입구 표지석에 도착을 했습니다.
대관령국사성황당은 강릉단오제가 시작되고 끝나는 곳으로 강원도기념물 제 54호입니다. 해마다 4월 15일이면 이곳 산신각에 제를 올린 다음, 국사성황제를 지내고 강릉으로 출발하면서 강릉단오제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산신을 모시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인지라 산신당 주변에는 제를 지낸 흔적도 남아 있습니다.
성황당을 찾은 사람들이 예를 올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실제 대관령 국사 성황사는 신라 말 선승인 범일 국사를 모신 서낭당으로 산신각 내부에는 신상이 걸려 있습니다.
강원도 강릉 출생인 범일 국사는 그의 어머니가 샘물에 뜬 해를 떠마시고 잉태하여 낳았다는 설화를 가지고 있으며, 수려한 설법으로 많은 신자들이 그를 따랐을뿐 아니라 나라에 난리가 났을 때에는 술법을 써서 적을 물리쳤다는 행적 등이 바탕이 되어 지역 사람들이 그의 사후 수호신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이곳까지는 평탄한 포장길이라 부츠를 신고 성황당을 찾은 참배객들을 볼 수 있습니다.
대관령의 명작, 소나무 코스에 발을 들입니다. 이제부터 대관령 숲길의 시작입니다.
한겨울임에도 푸른 잎새를 간직한 소나무 숲길 아래 수북이 쌓인 눈을 밟으며 임도를 따라 걷는 겨울 산행길이 상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맛에 겨울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관령 선자령 가는 겨울 산행길은 등산 마니어가 아니어도 겨울 여행지로 다녀올 수도 있는 코스입니다. 무성했던 나무잎들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이 선자령에서 불어대는 산바람을 견디는 것을 보면 강인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바람의 언덕에 접어들면 멀리서 윙윙 울어대는 풍력발전기 소리가 겨울 하늘을 가르고 언제 심은지 알 수 없는 어린 나무들은 이불도 없이 겨울 산바람과 당당히 맞서고 있습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대관령 목장 능선을 따라 매서운 겨울 바람에 맞선 풍력발전기들이 쉴새 없이 돌아가며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풍경은 이국적이기까지 합니다. 그 옛날의 무적 돈키호테가 있었다면 풍력발전기와 맞서 싸우려고 덤비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대관령 선자령 등산에 나선 용기있는 젊은이들,
눈에 반사되어 희뿌옇게 보이는 저멀리 백두대간 산행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온통 눈밭 천지입니다.
문득 눈밭에 고립된 한마리 고라니 신세인 것 같기도 하고, 날개만 있다면 훨 훨 날아 이산 저산을 날아보고도 싶습니다.
11시 50분, 하늘 아래 우뚝선 백두대간 선자령, 대관령 선자령 정상석을 만났습니다.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우뚝선 인자한 할부지 같은 모습의 백두대간 선자령 정상석에 얼굴을 비벼도 보고 안아도 봅니다.
대관령마을 휴게소 주차장을 출발한 지 1시간 50여 분만에 선자령 정상에 도착을 했습니다.
흰눈을 이불인양 깔고 우뚝선 백두대간 선자령 정상은 해발 1,570m, 정확한 지명은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산1-134번지입니다.
오후 13시 28분 대관령행복국민숲을 지나 하산하는 길에 이해인 수녀님의 시 사랑한다는 말이 적힌 글판을 만났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 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환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처럼 깨끗한 순백의 백두대간 산길을 걸어 대관령 선자령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도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총 산행시간 3시간 40분, 겨울 여행 추천 코스인 대관령마을 휴게소 주차장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