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책] 낯선 곳을 여행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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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그야말로 여행 열풍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간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며 많은 사람은 곳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물론 즐거움을 찾아 떠난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여행이 무조건 쉽고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가득한 낯선 장소로 향하는 것은 누군가에겐 새로운 도전일 수 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서는 이들을 위해, 의미 있는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 3권을 소개한다.

당신 덕분, 호주

이경혜 / 하모니북


‘당신 덕분, 호주’ 표지 / 사진=하모니북

여행은 낯선 것 천지다. 물론 궁금한 것도 있긴 하다. 만나보지 못한 사람과 맡아보지 못한 냄새, 가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이 뭘까 싶기도 하지만 이내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호기심을 덮어버릴 때가 많다. 저자도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서 겪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특히 저자는 여행보다 내 방을 좋아하는 사람, 한 마디로 ‘집순이’다. 직접 여행을 떠나는 대신 방에서 여행 잡지 보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이러한 성향의 저자가 생전 하지 않던 해외여행을 즐겁게 다녀왔다. ‘당신 덕분, 호주’는 저자가 남편과 함께 떠난 호주 패키지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당신 덕분, 호주’ 내용 / 사진=하모니북

20년 전, 우리가 결혼을 약속했을 때 내가 건 조건은 신혼여행이었다. 내가 원하는 신혼여행은 국내 일주였다. 해외는 싫다고 했다. 남편이 될 이 사람이 나에게 그 이유를 물었고, 나는 비행기가 너무 무섭다고 대답을 했다. 그는 알았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따지지도 않았고, 노력해 보자고 설득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했고 강릉부터 대천까지 해안선을 따라 일주일간 여행했다. 신혼으로.

– ‘출발과 도착을 이어주는 중매쟁이 공항’ 중에서


호주 시드니 / 사진=언스플래쉬

저자가 제목에서 명시한 당신은 그의 남편이다. 호주 여행이 장기 근속자를 위한 부부 동반 패키지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낯선 것이 무섭고 어려웠던 저자는 누구보다 호주 여행을 제대로 즐긴다. 여행을 넘어 인생도 배운다. 도로 위 다양한 표지판을 보며 인생에서도 갈 길을 찾고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여행이 마냥 두려운 사람이라면 ‘당신 덕분, 호주’를 읽어보자. 누구보다 낯선 여행이 어려웠던 저자가 경험을 전하며 그 두려움을 없애줄 것이다.

여권이란 건 참 신기하다. 손에 드는 순간 떠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떠난 것만 같다. 짐도 싸지 않았는데 이미 비행기 앞에 있는 것만 같다.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허가증이라도 손에 쥔 듯 그 빳빳한 질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 ‘예약 1명’ 중에서

발칸 반도로의 도피

석지호 / 하모니북


‘발칸 반도로의 도피’ 표지 / 사진=하모니북

다른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 않았고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시기엔 심지어 한국어에 지쳤다는 마음도 들곤 한다. 긴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내던져진 20대 후반의 저자가 그랬다. 이에 미지의 땅인 발칸 반도로 도망치듯 떠났다. 그렇게 도착한 발칸 반도에서 저자가 직접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발칸 반도로의 도피’다.

책은 일반 여행객이 잘 방문하지 않는 지역 위주의 여행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여행 계획을 짜며 정보가 잘 나오지 않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을 먹고 막 탄생한 나라를 구경한다. 호스텔 로비에서 새 언어를 배우기도 하며 이곳저곳을 탐색한 그는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며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소개한다. 이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이 읽어보길 추천한다.


코소보 / 사진=언스플래쉬

국경이 점선으로 되어 있는 나라였다. 인터넷 연결이 이상한가 해서 앱을 두 번 껐다가 켜 보아도 결과는 그대로였다. 이상한 나라의 이름은 코소보였다. 2008년에 세르비아에서 독립을 선언했지만, 그들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도 많은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 원래대로라면 호수가 유명하다는 마케도니아 남부 쪽으로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목적지를 바꾸게 됐다. 코소보 입국 도장이 찍히는 순간 세르비아 쪽은 갈 수 없는 것이 뻔했지만 신생 국가를 보게 된다는 것이 더 설렜다.

– ‘지도에서 이상한 나라를 발견했다’ 중에서

그렇다고 마냥 여행지에 관한 정보만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타인이 시선이 두려워 한국어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야만 했다고 고백했다. 나이는 들어가고 있지만 번듯한 직장도 벌어놓은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렇게 향한 발칸 반도에서 걱정을 마주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책에 잘 녹여냈다.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에서 볼 수 있는 야경 / 사진=언스플래쉬

그는 책 속에서 마케도니아 강 옆에 걸터앉아 발치의 강가는 주름이 졌다며 사람들의 슬픔을 말하고 알바니아의 산에서 내려오며 정상에 있을 때에는 잊었던 고민이 다시 차오른다고 말한다. 저자가 여정 중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를 읽으며 저자와 함께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용기를 나눌 수 있다.

길 위에서 나를 찾다

이종찬 / 북랩


‘길 위에서 나를 찾다’ 표지 / 사진=북랩

‘길 위에서 나를 찾다’는 스페인, 프랑스, 튀르키예를 여행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미국 식품법 전문가로 숨차게 달려온 작가는 어느덧 인생 후반전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계기는 단 하나다. 그간 바쁘게 지나온 시간 속, 놓쳐버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기 위해서다. 다 큰 자녀의 자립을 앞둔 때, 작가는 유럽으로 향했다.

작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에서 가우디의 건축물을 감상하고 까미노 순례길에선 각기 다른 여정을 향해 가는 사람을 만난다. 프랑스 파리에서 몽마르트르 언덕을 올라 영감을 얻었다면, 튀르키예에선 그간 여행은 유럽이라고 생각했던 편견을 깨뜨린다. 여정 중 타인과의 교류, 낯선 곳을 향한 도전은 견고하게 자리하던 틀을 지우고 저자가 진정한 ‘나’를 찾아갈 수 있게 돕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 / 사진=언스플래쉬

이 글은 단지 여행 정보를 정리한 책이 아니다. 여행을 하면서 나의 뇌와 감정을 자극한 영감들을 기록한 책이다. … 인생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나는 아직도 버킷리스트들을 작성하며 하나씩 지우고 있다. 5번의 여행을 통해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방황하는 여러분들을 응원하며 나의 방황기가 여러분들에게도 희망과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프롤로그


튀르키예 이스탄불 / 사진=언스플래쉬

책이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자.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 만큼, 책에서 저자는 지난 세월과 미래에 관한 고찰을 이어간다. 특히 저자의 여정을 따라 길 위에서 걸음을 옮기며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만이 품은 묘미다. 급변하는 시대에 나아갈 방향성과 후회하지 않을 삶에 대해 고민한 적 있다면, ‘길 위에서 나를 찾다’를 읽으며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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