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카카오의 조직문화를 ‘개XX 같다’고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연락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대신 김 총괄은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카카오 혁신에 앞장서다 외부와 소통을 멈춘 김 총괄의 심경을 듣기 위해 지난 5일 아침 일찍 서울 성동구에 있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 앞을 찾았다. 김 총괄은 카카오의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 내 유일한 카카오 내부 위원이자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의 대표다.
이날 김 총괄은 베어베터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베어베터 관계자는 “김 대표(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는 여기 계시지도 않고, 인터뷰는 따로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카카오 내부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낸 뒤 김 총괄의 베어베터 출근 빈도가 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오래 몸을 담았던 사람들을 통해 김 총괄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를 한마디로 ‘쾌남형’으로 정의했다. 그는 “김 총괄은 불의를 못 참는 성격에 화통하고 추진력 있는 모습을 갖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NHN 재직 시절 그를 따르는 직원도 많았고 회사 내부에서도 평이 정말 좋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불합리한 지시를 내리는 부분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골프 회원권, 제주도 프로젝트 공사업체 선정 등 카카오의 내부문제를 폭로했던 그는 지난 5일 돌연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카르텔은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직원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순수한 사람들을 이용만 한다”고 걸었던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도 사라졌다. 침묵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앞서 김 총괄은 지난 3일 카카오 사내 전산망을 통해 윤리위원회에 자신을 대상으로 징계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100대 0’ 원칙 위반이 그 이유다. 100대 0 원칙은 회사 사정을 구성원과 모두(100%) 공유하지만 외부에는 절대(0%) 발설하지 않는다는 카카오의 문화를 뜻한다. 김 총괄은 “저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공식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결과에 따르겠다”고 했다.
김 총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삼고초려 끝에 지난 9월 영입한 인물이다. 김 창업자와 30년 지기로 잘 알려져 있다. 처음엔 카카오 합류를 고사했지만, 김 창업자가 김 총괄을 세번째 만나 8시간이나 술을 마시며 설득한 끝에 합류를 결정했다고 한다. 김 총괄 스스로 무거운 부담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김 총괄이 경거망동할 사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 내부에 얼마나 문제가 많았으면 김 총괄이 그랬겠나 싶은 대목이기도 하다”며 “(이번 폭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고 했을 것이다. 그런 움직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총괄은 카카오에 빚이 없는 사람이다. 카카오에서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그는 페이스북 게시글에 ‘밤길 조심’, ‘조광조’라는 해시태그(#)를 붙일 정도로 카카오 개혁에 적극적이었다. 조광조는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개혁가 중 한 명인데, 스스로의 행보를 조광조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 반발도 거세다. 오지훈 카카오 자산개발실 부사장을 비롯한 11명은 내부 전산망에 공동 입장문을 올리며 김 총괄의 글을 반박했다.
일반 직원들 사이에는 김 총괄의 행보를 납득할 만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카카오 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진 김 총괄의 행동에 대한 찬반 투표에 따르면, 90% 넘는 참여자가 ‘브랜든(김 총괄의 영어 이름) 잘했다. 썩은 거 싹 다 개혁하라’에 표를 던졌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국민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높였는데, 최근 사적 이익 추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서의 신뢰를 잃었다”며 “카카오가 다시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개선안과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