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간 협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논의하는데 2년이나 걸렸지만 우리는 결국 국산 36호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대웅제약 박준석 신약센터장은 1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관으로 열린 ‘2023 오픈 이노베이션 플라자’에서 GC녹십자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국산 신약 36호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를 개발한 과정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엔블로의 초기 개발사는 녹십자로, 대웅제약은 녹십자와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엔블로의 초기 후보물질 기술도입 협의를 진행한 끝에 지난 2016년 전용실시권을 넘겨받았다. 당시 대웅은 한국MSD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 판권이 회수되면서 1000억원대 매출액 공백을 메우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전까지 국내 제약사 간의 대규모 기술이전 거래가 진행된 적이 없었고,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작용 기전인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 억제제가 비교적 최근 개발돼 정보가 제한적이었던 탓에 기술도입 과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고 박 센터장은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장기간에 걸친 내부 연구와 검토 끝에 SGLT-2 억제제가 갖는 독특한 기전에 주목했고 2016년 기술 도입을 결정했다. SGLT-2 억제제가 포도당뿐만 아니라 나트륨의 인체 흡수를 억제해 당뇨병 치료 외에도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으로 적응증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웅제약은 물질 도입 7년 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으며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다섯 번째, 해외에서 여덟 번째로 출시된 SGLT-2 억제제 신약으로 시장 진출이 비교적 늦었으나 적은 용량으로 경쟁약과 동일한 혈당강하 효과를 내는 등 우수한 임상결과로 현재 국내외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진행한 첫 대규모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배경으로 파트너사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그는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결정한 자신감의 원천은 결국 파트너사와 자사의 연구진 그리고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었다”며 “엔블로는 GC녹십자와 협력해서 만든 신약이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부끄럽지 않게 자랑스러운 제품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