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POP도 뉴트로가 대세? Y2K 게임 스타일 앨범들을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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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아이돌 가수 ‘뉴진스(New Jeans)’가 공식 SNS를 통해 신보 소식을 알렸다. 공개한 앨범의 콘셉트는 마치 고전 횡스크롤 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듯 하다. 1998년부터 30년이 넘도록 사랑받고 있는 미국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Power Puff Girl)’과의 협업을 예정하고 있어, 더욱 레트로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뉴진스의 신규 앨범 ‘Get Up’은 다양한 음원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 구매가 가능하다.

출처 : 뉴진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 : 뉴진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요즘 다양한 업계에서 80, 90년대를 연상케하는 분위기의 장르를 ‘Y2K’라고 칭하고 있다. ‘Y2K’는 사전적 용어로 ‘2000년을 1900년으로 인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이지만, 2000년대 이전,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이제 막 디지털화된 분위기를 뜻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첨단 기술로 디지털화된 현재 시점에서 아날로그 시절을 추억으로 생각하는 3040세대부터 레트로한 분위기를 신기해하면서도 동경하는 1020세대까지, ‘Y2K’ 장르는 전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고 있다. 비슷한 용어로는 ‘세기말 감성’이 있다.

앞서 설명한 ‘Y2K’ 콘셉트는 근래에 들어 ‘케이팝(이하 K-POP)’ 그룹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에 발매한 아이돌 그룹 ‘Kep1er’의 ‘trouble shooter’ 앨범은 앨범 패키지부터 프로모션 영상, 그리고 뮤직비디오까지 90년대 비디오게임을 연상케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동명의 비디오 게임이 지난 2020년 4월에 스팀에서 발매되었다.

앨범 표지를 살펴보면 브라운관 모니터 + 도트 + 그리고 아날로그 컨트롤러까지 자세하게 구현되어 있다. 앨범에 함께 동봉된 스티커에는 요즘 10대들은 들은 구경해 보지 않았을법한 전자수첩, 삐삐 등의 이미지가 그려져있다.

출처 : 음반사 홈페이지
출처 : 음반사 판매 페이지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KEY’의 최근 앨범들도 Y2K 콘셉트로 발매됐다. 90년대까지 주로 사용되었던 플로피 디스크와 비디오테이프(VCR) 콘셉트에 이어 올해 새롭게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킬러(KILLER)’는 패밀리 컴퓨터(이하 패미컴) 게임 팩 콘셉트로 제작되었다. 8090(현 3040) 세대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구성이다.

출처 : SM 엔터테인먼트 공식 트위터
출처 : SM 엔터테인먼트 공식 트위터

특히 ‘KILLER’ 앨범은 브라운관 모니터에 콘솔이 필요한 패미컴 게임을 즐겼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가수의 얼굴로 제작한 ‘포토카드’ 역시 그 시절 도트 콘셉트로 제작되었고 가수의 화보집은 게임팩처럼 작은 사이즈로 제작되었다. 2008년에 데뷔한 그룹 ‘샤이니’의 주 팬층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콘셉트는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앨범뿐만 아니라 여러 아이돌 그룹의 프로모션 사이트 역시 90년대 Y2K 풍의 게임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 앨범을 발매하기 한 달 전 선주문 기간 동안 앨범의 콘셉트를 미리 확인 해볼 수 있는 프로모션 영상과 프로모션 사이트를 제작한다. 영상과 사이트 내에서 미리 미공개곡을 확인하거나 힌트를 찾을 수 있어 신보를 기다리는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아이돌 그룹 ‘에스파(aespa)’의 미니 앨범  ‘MY WORLD’의 프로모션 사이트는 90년대 화면 보호기를 연상케 하는 콘셉트를 사용했다. 버튼과 등장하는 아이템까지 모두 레트로한 3D로 구현되어 있다. 그리고 증강현실처럼 보일 수 있도록 카메라 기능을 활용한다. 내가 있는 곳에 여러 사물이 떠다니는 것을 연출할 수 있는데, 이는 앨범에서 강조하는 ‘이상 현상’의 콘셉트와 잘 어우러진다.

출처 : 에스파 공식 프로모션 사이트
출처 : aespa 공식 프로모션 사이트

곧 발매 예정인 아이돌 그룹 ‘엔시티 드림(NCT DREAM)’의 정규 앨범 ‘ISTJ’의 프로모션 영상과 프로모션 사이트도 Y2K 감성을 활용했다. 프로모션 영상에서 흐릿한 화질의 로고가 돋보인다.

출처 : NCT DREAM 공식 트위터
출처 : NCT DREAM 공식 트위터

프로모션 사이트에서 원하는 이미지의 캔을 누르면 직접 자판기를 뽑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를 확인한 팬들은 뽑은 음료 이미지에 신곡에 대한 단서들이 담겨있다는 반응이다. 이렇게 실사 이미지와 간단한 클릭으로 체험할 수 있는 사이트는 컴퓨터 사양이 좋지 않았던 90년대에 니켈로디언(Nickelodeon)이나 바비(Barbie)와 같은 어린이 콘텐츠 회사에서 많이 활용했던 방식이다.

출처 : NCT DREAM 공식 프로모션 사이트
출처 : NCT DREAM 공식 프로모션 사이트

2019년 트랜드 키워드였던 ‘뉴트로(Newtro)’는 이제 신조어 ‘Y2K’로써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드라마, 게임, 패션, 음식 그리고 음악 산업까지 점령하고 있다. ‘Y2K’ 장르의 인기 비결에는 여러가지 분석들이 있지만, K-POP의 소비자층이 기존의 10대에서 20대, 그리고 30대 이상으로 넘어가면서 구매력이 있는 세대에게 프로모션이 집중되고 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들의 향수를 자극할만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이 구매력을 이끌기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뉴트로 중에서도 ‘게임’ 콘셉트가 주를 이루는 이유는, 지금의 8090년생은 유년기 시절 윈도우 95로 도스(DOS) 게임을 플레이하고 게임보이, 패미컴 등을 출시와 동시에 만져본 추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나간 추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추억을 다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고, 이제 그들은 그것을 구매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

10년, 20년 후의 ‘뉴트로’는 어떤 콘셉트로 발현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20년 후에는 지금의 스마트폰이 하나의 레트로 장르가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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