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막고 구매율 UP…넥슨, 외부 게임사에 AI 기술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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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인텔리전스랩스의 배준영 본부장, 윤상철 실장(왼쪽부터). /사진=넥슨
넥슨 인텔리전스랩스의 배준영 본부장, 윤상철 실장(왼쪽부터). /사진=넥슨

#. 게임 내 특정 구간에서 헤매는 이용자 A에겐 맵(map·지도) 공략법을 알려준다. 성취감을 중요시하는 B에겐 주행기록이 개선될 때마다 칭찬 메시지나 알림을 보낸다. 이런 개인 맞춤형 마케팅으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이탈 징조를 보이는 이용자의 40%를 붙잡았다. 넥슨의 게임 플랫폼·데이터 솔루션 ‘게임스케일’ 덕분이다.

게임스케일이란 △회원·결제·상점·쿠폰 등 게임 운영에 필수적인 플랫폼 솔루션 △데이터 기반 탐지·추천·보안·마케팅 솔루션을 한데 모은 서비스다. 지난 30년간 스테디셀러 게임을 운영하며 쌓은 넥슨의 노하우가 담겼다. 이를 활용하면 게임을 쉽게 구축할 뿐 아니라, 이용자 취향에 맞는 마케팅이나 콘텐츠 추천, 게임 내 어뷰징(오남용) 탐지, 데이터 분석 등이 가능하다. 실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지난해 출시 3시간 만에 ‘핵'(해킹 프로그램)을 발견·차단하고 ‘피파 온라인4’는 이용자의 게임패턴에 따라 선수를 추천, 구매율을 끌어올렸다.

넥슨은 오는 28일 게임스케일을 외부에 개방한다. 자체 개발작이나 퍼블리싱 게임에만 선보였던 ‘영업비밀’을 다른 게임사에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단순 솔루션 제공을 넘어 넥슨의 전문인력이 커스터마이징도 제공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개발 지원 플랫폼 ‘플레이팹’ 입점도 준비 중이다.

운영비법 전수하고 데이터 학습…게임스케일로 ‘동반성장’

배준영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 /사진=넥슨
배준영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 /사진=넥슨

게임스케일을 운영하는 인텔리전스랩스의 배준영 본부장과 윤상철 실장을 경기 성남이 넥슨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넥슨의 AI 총괄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는 연구인력만 600명으로, 국내 게임업계 최대 규모다.

배 본부장은 “‘GDC 2023’에서 게임스케일 공개 후 다양한 글로벌 게임사의 연락을 받고 있다”라며 “메이저 게임사 2곳과 논의 중이고 인디 게임사나 서드파티 솔루션업체서도 문의가 잇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도 게임 개발이 아닌 운영 시스템에 이 정도 인력과 투자를 하는 곳은 드물다”라며 “타사 입장에선 미증유의 서비스를 경험해 보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스케일의 모든 솔루션을 풀 패키지로 구독하거나 특정 기능만 이용하는 BM(수익모델)이 예상된다. 타 게임사에 운영비법을 전수하되 해당 게임의 데이터를 제공받아 게임스케일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배 본부장은 “구글·애플·스팀은 마켓과 이용자 풀(pool)만 제공할 뿐, 실제 퍼블리싱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게임사가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라며 “인적자원이나 경험이 부족한 게임사에 게임스케일과 전문인력을 지원해 동반 성장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 데이터가 쌓이면 게임스케일의 노하우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짜 축구해설처럼”…넥슨, 음성 AI에 꽂힌 이유

이용자 데이터 프로파일링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는 없을까. 윤상철 실장은 “이용자의 게임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동의를 받고 수집한 행동 기록을 분석·가공하는 것으로, 개인정보 자체를 활용하는 건 아니다”라며 “다른 게임사에서 게임스케일을 이용할 때도 가공 데이터를 모델링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라 개인정보 침해 이슈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게임스케일 이용 시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넥슨의 AI 학습용으로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넥슨은 ‘데이터 그 이상의 가치 있는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자신감을 나타낸다. 또 배 본부장은 “최근 현대카드·신한은행과 데이터 가명 결합을 하며 안전하게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기술을 검증했다”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IT업계 생성형 AI 전쟁이 뜨거운 가운데, 넥슨도 음성 생성형 AI에 도전장을 냈다. 성우가 녹음하지 않아도 NPC(이용자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게임 속 캐릭터)에 목소리를 입히거나, ‘피파 온라인4’의 실시간 경기 해설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정해진 시나리오를 벗어난 NPC나 이용자 간 커뮤니케이션 기능으로 생성형 AI 연구를 확대할 예정이다.

배 본부장은 “현존하는 생성형 AI 모델을 파인튜닝(미세조정) 해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챗GPT가 굉장히 이슈가 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서비스에 적용한 사례가 많지 않고 적용 후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도 봤다”라며 “넥슨은 가장 먼저 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단 고품질 버전을 출시하자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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