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 계좌 열기 무섭네…부자들은 ‘이 상품’ 갈아탔다는데
비즈워치 조회수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우려에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15일까지 7거래일간 20% 넘게 급락했다. 고금리 상황을 활용해 채권이나 현금성 자산으로 눈을 돌려야 할까. 불안 심리는 여전하지만 저가매수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생긴다.
이른바 ‘프로 선수’들은 어떤 선택을 권할까. 시중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6명에게 증시 급락기 투자 전략을 물었다. 대체로 현금성 자산과 채권 등으로 위험을 줄이면서 투자 기회를 기다리라는 조언이 많았다. 다만 일부는 주식 분할매수를 통한 저가매수에 무게를 뒀다.

부자들도 주식은 망설인다
증시가 급락하자 고액자산가들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 PB는 “부자들도 고점에 물린 건 똑같다”고 귀띔했다. 일부 고객은 머니마켓펀드(MMF)와 머니마켓트러스트(MMT), 초단기채권 등에 돈을 넣어두고 있다. 수익률은 연 2%대 후반~3%대 초반 수준이다.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고 매수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돈을 모두 현금으로 들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유진 KB국민은행 서울숲PB센터 PB팀장은 안전자산과 투자상품을 함께 담는 분산투자를 강조했다. 투자금 3억원을 가정해 단기채권펀드에 1억3500만원, 삼성 EMP 주식혼합펀드에 1억500만원, 하나 리레이팅 코리아50 펀드에 6000만원을 배분했다.

주식 대신 달러보험…높은 금리 오래 확보
PB들이 주목한 상품 중 하나는 달러연금보험이다. 높은 확정금리를 장기간 확보하면서 달러 자산도 늘릴 수 있어서다. 달러예금 이자에는 통상 15.4%의 세금이 붙지만 달러연금보험은 상품에 따라 과세를 늦출 수 있다. 납입금액과 유지기간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보험차익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혜영 하나은행 Club1 도곡PB센터 부장은 “10년 확정금리가 연 6.4% 수준이고 10년 뒤 환급률이 약 180~184%에 이르는 달러보험 상품도 있다”며 “주식시장 변동성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상품에 고액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매월 달러를 지급받는 ‘쿠폰형’ 연금보험도 인기다. 이형기 신한PWM 서초센터 PB팀장은 “달러연금보험 쿠폰형 계약 비중이 90% 수준”이라며 “매월 지급받는 달러 쿠폰을 다른 상품에 투자하거나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민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도 “높은 확정금리와 향후 환차익 가능성이 투자 매력”이라고 했다.

주가 오르기만 기다릴 순 없다…ELB·롱숏펀드 주목
미국 국채와 원금지급형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롱숏펀드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증시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주가 상승에만 기대지 않는 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리라는 조언이다.
ELB는 발행사가 만기에 원금 지급을 약정하고 코스피200 등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혜영 부장은 “3년 만기에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있는 ELB도 있다”며 “코스피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은 연 5%대 이상의 쿠폰수익률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형기 팀장도 신용등급이 높은 금융사가 발행한 ELB를 원금 보전을 중시하는 투자자에게 추천했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롱숏펀드도 대안으로 꼽혔다.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은 사고,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은 빌려서 파는 전략을 동시에 활용하는 상품이다.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일정한 수익을 추구해 횡보장이나 조정장에서 활용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롱숏펀드도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ELB 역시 발행사 부실이나 만기 전 매도 시 원금을 잃을 수 있다.
미국 국채는 환전과 실제 투자 시기를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윤향미 유안타증권 골드센터 반포 상무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반으로 내려오면 달러를 먼저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고 봤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국채 금리가 단기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매수 시점은 11월 말~12월 초로 잡았다. 투자 대상으로는 잔존만기가 5~6년 정도 남은 미국 국채를 꼽았다.

폭락장도 기회라지만…주식은 40%만
반면 주가 급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보는 PB들도 있다. 반도체 슈퍼싸이클(초호황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고액자산가들은 주식을 나눠 사고 있다. 다만 한 PB는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 중 실제 추가 매수에 나선 비중을 10~20% 정도로 봤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 지점장은 주식 매수를 권하면서도 추가 하락에 대비할 돈은 남겨두라고 조언했다. 그는 “바닥이 확인된 건 아니지만 주가가 많이 떨어진 만큼 지금 투자를 시작한다면 주식 관련 상품에 40% 정도를 배분하겠다”고 말했다.
투자금 10억원 중 주식 관련 상품에 4억원, 정기예금에 2억원, 단기채권 등에 4억원을 배분하는 전략이다. 저가매수를 노리면서도 투자금의 60%는 예금과 채권으로 남겨 추가 하락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