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두드리는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들…법·규제는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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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제도 정비를 앞두고 다수의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거래소뿐 아니라 커스터디와 스테이블코인 발행·결제, 마켓메이커(MM)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글로벌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에 앞서야 할 법적 제도는 공회전 중이다.
문페이도 VASP 도전…비트고코리아 이어 두번째
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문페이의 한국 법인 문페이코리아는 내년 중 국내 VASP 신고를 추진한다. 지난 3월 설립된 문페이코리아는 이부건 공동창업자 겸 아시아 대표가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한국 시장 진출에 앞서 최한결 전 스트리미(고팍스) 부대표를 전략총괄이사로 영입했다.
문페이는 가상자산 결제와 맞교환,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 세계 180개국에서 32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다. KB금융그룹,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 국내 주요 금융권과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국경 간 결제·송금 등을 위한 협력을 추진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 대행을 지낸 캐롤라인 D. 팜 인스티튜셔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금융 및 디지털 서비스를 연결해 사용자가 직접 수행하는 거래와 인공지능(AI)이 실행하는 거래를 모두 지원하겠다”고 자신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이 국내에 신규 법인을 설립해 VASP 자격 취득에 도전하는 것은 비트고코리아에 이어 문페이코리아가 두 번째다.

과거 글로벌 사업자들은 주로 VASP 신고를 마친 국내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크립토닷컴은 오케이비트를 인수해 포리스닥스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하고, 바이낸스 역시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을 인수해 한국 시장에 우회 진출했다. 오케이엑스 또한 코인원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물꼬를 텄다.
반면 글로벌 커스터디(수탁) 기업 비트고는 국내 VASP를 인수하는 대신 지난 2024년 국내 법인 비트고코리아를 설립했다. 당시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전략적 주주로 참여했으며, 약 2년 만인 올해 8월 VASP 신고 수리를 마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비트고코리아의 사례로 (외국계 기업의 VASP 취득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면서 “사례가 생긴 만큼 제2, 제3의 사례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MM까지 눈독…법은 아직 제자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 서클 등도 국내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테더의 운영사인 ‘테더 오퍼레이션 리미티드’는 올해 한국 인력을 채용하고, ‘KRWT’, ‘USAT’ 등 다수의 상표를 출원하면서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클 역시 제레미 알레어 CEO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와 금융권과 만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성자(MM) 등 유동성 사업자들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다수의 MM이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접촉을 타진해 왔으나, 지난해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이 공개된 후로 빈도가 부쩍 늘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의 진입을 뒷받침할 법적 토대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VASP 제도는 특정금융정보법을 기반으로 신고와 자금세탁방지, 이용자 보호 등을 규율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VASP 등록 요건과 AML 의무를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도 시행됐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발행·유통, 사업자 규율과 산업 육성 등을 포괄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공청회가 무산되면서 연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사업자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한 가운데 사업의 구체적인 규율 체계를 담은 법안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접촉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관계 맺기에 주력하는 단계”라면서 “규제가 불확실하다 보니 사업에 진전이 없다. 빈 수레만 요란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