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연구개발(R&D) 영역은 전통 제약산업을 이끌었던 합성의약품은 지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바이오의약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크게 백신, 항체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바이오의약품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항체치료제는 인체가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 물질에 감염된 후 이에 대항해 만들어 낸 항체 중 특정 병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을 선별해 만든 치료제다. 표적에 대한 높은 결합력, 체내 안전성, 긴 반감기 등에 특화돼 있으며 자가면역질환, 류마티즘, 암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단일항체 치료제로는 현재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단일항체 중심에서 다중항체 치료제 개발로 발전하고 있다. 단일항체는 1개 항원에만 작용하지만 단일항체에 2~3개의 항체를 결합한 이중, 삼중항체는 다른 타깃(항원)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포크와 숟가락을 하나로 만든 일명 ‘포카락’인 셈이다.
다중항체 치료제는 암 분야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발병 기전이 복잡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중항체 항암제를 예로 들면 암세포를 타깃으로 공격하는 표적항체와 체내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면역항체를 1개의 항체에 붙여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토록 한다. 단일항체 대비 치료 효과를 월등히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단일항체는 198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첫 승인을 획득한 후 현재 100개가 넘는 치료제가 쏟아져 나왔다. 이중항체는 2014년 B세포 급성 림프아구성 백혈병 치료제인 암젠의 ‘블린사이토’가 첫 허가를 받은 이후 지난해까지 FDA 문턱을 넘은 건 9개 품목뿐이다.
국내에서 이중항체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으로는 에이비엘바이오와 파멥신, 레고켐바이오, 아이맵, 큐라클, 앱클론, 와이바이오로직스, 이뮨온시아 등이 있다.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인 셀트리온도 이중항체 신약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밖에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등 전통 제약사들도 바이오텍과 협업 또는 단독으로 이중항체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중항체 신약 개발 추세에 맞춰 안정성과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에스-듀얼(S-DUAL)’을 개발해 이중항체 CDMO 분야에서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삼중항체는 극초기 연구단계에 있다. 길리어드사이언스, MSD 등 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삼중항체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올해 초 사노피가 임상1단계에 있는 삼중항체 항암제 파이프라인 3개에 대한 개발을 포기하는 등 개발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일항체에 다수 항체를 결합할 경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항체여서 연결고리가 약하고 인체 면역반응(체내 물질이 외부 물질을 만났을 때 그 물질을 제거하려는 생체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중항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잘못 결합된 항체를 골라내야 하는데 안정성과 생산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극복과제로 꼽힌다.
개발이 어렵긴 하지만 이제 막 형성된 이중항체 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신약 트렌드는 앞으로 삼중, 사중항체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 조사기업 루츠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글로벌 이중항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7년 1억8000만달러(약 2500억원)에서 연평균 34% 성장해 2030년 90억달러(약 12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암제 분야에서 최근 두 가지 약물을 투여하는 병용요법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두 약물을 투여할 경우 가격도 비싸고 부작용 우려도 큰 것이 단점”이라며 “이중항체 의약품은 기존 병용투여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혀 신약 개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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