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개발한 가상자산 ‘월드코인(WLD)’이 국내 서비스를 재개했다. 홍채정보 인식 기기 오브(orb)를 통한 신규 가입자 유치를 중단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된 지 약 두 달 만이다. 개보위는 월드코인의 민감정보 수집·처리, 개인정보 국외 이전 여부와 관련해 조사 중이다.
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월드코인재단은 지난달 말 국내서 오브를 통한 홍채 등록을 재개했다. 지난 2월 말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홍채 등록과 신규 월드코인 지급을 중단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현재 여의도, 역삼, 용산, 코엑스를 비롯한 6곳의 매장과 카페에 홍채정보 인식 기기인 오브가 설치돼 있다.
앞서 월드코인재단은 올해 국내 공식 파트너사인 ‘체인파트너스’와 손잡고 오브를 배치하며 홍채 등록을 통한 신규 월드코인 지급에 적극 나섰다. 가상자산 지갑 ‘월드 앱’을 사용해 가상자산을 지급 받으려면 AI(인공지능)가 아니라는 증명이 필요한데, 오브는 이때 홍채정보를 스캔하는 기기다. 홍채를 인식하면 즉시 10월드코인(WLD), 2주마다 3WLD이 지급된다.
당시 오픈AI의 생성형 AI 서비스 ‘소라’ 공개 후 월드코인 가격은 3000원대에서 1만2000원대로 급등했고, ‘과열’ 조짐까지 보이면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재단은 지난 2월 29일자로 홍채 등록과 신규 월드코인 지급을 잠정 중단했다. 재단이 홍채인증 작업을 중단하기 직전인 2월 말 기준으로 오브가 설치된 장소는 10곳에 달했는데, 이들도 전량 회수됐다. 본사 정책에 따라 휴지기를 가진다고 밝힐 뿐 정확한 이유는 알리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월드코인 재단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하면서 부담감을 느껴 홍채정보 등록을 중단한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개인정보위는 홍채정보를 비롯한 개인정보 수집‧처리에 대한 민원 신고에 따라 지난 2월말 월드코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 수집‧처리 전반과 개인정보를 국외로 넘기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가 이뤄졌는지 조사 중이다.
월드코인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는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월드코인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으며 규제 문제로 미국에서는 아예 발행하고 있지 않다. 월드코인은 저장된 개인정보를 영지식증명(ZKP·Zero-Knowledge Proofs) 기술을 활용하므로 추적하거나 타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할 수 없다며 반박한 바 있다.
개인정보위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참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기업의 특성상 길게는 조사에 수 개월에서 수 년이 소요될 수 있는데다, 위반 행위가 확인돼 따로 위원회를 열어 처분 수위를 의결하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월드코인과 관련된 조사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며, 서비스가 재개됐다면 위반되는 행위가 있는지 함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월드코인은 이날 오전 10시 45분 기준 8255원에 거래되고 있다. 월드코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람의 홍채임을 인식한 뒤 가상자산을 순차적으로 지급받고 있는 월드코인의 가입자 수는 519만5500여 명이며, 6개 대륙 36개 국가에서 월드코인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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