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상장 김치코인 폭락…거래소만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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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거래소들이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됐다며 제멋대로 판단해 재상장한 김치코인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손실이 커지고 있다. 반면 거래소들은 재상장 이슈몰이로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이득을 톡톡히 챙겼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코빗에 재상장된 페이코인(PCI)은 보름만에 가격이 50% 가까이 급락했다. 재상장 당일 시가는 420원이었으나 이날 오전 가격은 200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며칠 늦게 상장한 코인원에서도 페이코인은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말 업비트를 제외한 대부분 거래소에 재상장된 위믹스(WEMIX)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빗썸 상장 당시 위믹스는 5000원대였으나 지금은 2100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조정장에서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상당수 알트코인이 고점대비 20~40% 가량 가격 조정을 받고 있지만 이들 재상장 김치코인의 하락폭은 훨씬 크다.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됐다는 거래소 발표와 다른 대형거래소의 릴레이 상장 기대감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손실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달리 거래소들은 거래량 증가로 큰 이득을 보고 있다.

페이코인을 재상장한 코빗과 코인원에서는 페이코인이 비트코인을 제치고 거래금액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코인원에서 페이코인 거래대금은 800억원을 넘겨 비트코인 거래대금의 4배에 달했다. 코빗에서도 지난달 17일 100억원 이상이 거래됐다. 가격 등락과 관계없이 거래가 늘면 수수로 수입이 증가하는 거래소들은 이번에도 짭짤한 수익을 봤다.

“거래소·재단만 이득…당국 감독 필요”

재상장한 김치코인의 가격 하락폭이 크고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상장 폐지 사유가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기존 보유자들의 매도 물량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위믹스를 재상장한 거래소들은 유통량 이슈 등이 해결됐다고 공언했지만, 사법당국의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고 가상자산사업자(VASP) 미신고 등 또 다른 사법이슈가 불거지면서 위믹스 가격은 점점 더 추락하고 있다.

페이코인도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미확보로 국내 결제사업 중단 이후 다음 사업행보에 대한 명확한 발표나 새로운 로드맵이 없어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지원이 종료된 코인의 재상장으로 득을 보는 곳은 수수료 수입을 노리는 거래소와 처치 곤란이던 물량을 처분하려는 재단과 개인 등 기존 홀더들 밖에 없다”며 “사법 이슈를 완전히 털어내거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새로운 사업 계획을 내놓고 투자자들을 모아야 하는데 상폐 1년만 지나면 마구잡이로 재상장해 투자자들을 꾀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상장폐지와 재상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업계 자율규제는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한다. 투자자 보호와 직결되는 사안은 거래소들에만 맡기지 말고 금융감독원 등 기관의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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