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사업을 본격화할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구축 등 대규모 시설투자와 함께 조직을 AI 사업 맞춤형으로 새롭게 꾸리고 외부 사업자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관련 사업 준비에 분주한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난해 시설투자 규모 합계는 1조4145억원으로 전년대비 1.1% 증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설투자는 지난해 각각 6923억원, 7222억원으로 AI와 빅데이터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IDC 건립에 상당 부분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같은 투자를 통해 사회 전반에 걸쳐 급증하고 있는 디지털·AI 전환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의 시설투자 항목에서 “현재 세종, 춘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업무공간 추가 확보 등을 위한 토지, 건물과 서버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도 “미래 IT 수요 데이터 증가에 대응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리 운영을 강화하기 위해 IDC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카카오는 오는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 구축과 서버 및 네트워크 장치의 확보 등의 목적으로 4249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사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초까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AI 시대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현재 5개인 CIC(사내기업)조직을 12개 전문조직으로 세분화하면서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전사 차원으로 대응하고자 지난 9년간 네이버를 성장시켜온 CIC 중심의 체계 또한 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지난달 말 정식 취임 직후 AI 전담 조직 신설을 발표했다. 전사에 흩어져 있던 관련 팀들을 모아 AI 통합 조직을 꾸렸다는 것이다. 해당 조직 산하에 다양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실험하는 다수의 조직을 만들어 빠른 실행과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양한 외부 사업자들과 협력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인공지능콜센터(AICC)인 ‘센터플로우’ 구축을 완료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되는 AICC 솔루션을 전국 규모의 유통기업에 구축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회사 측은 고무적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센터플로우에는 자연어처리(NLU), 음성인식(STT), 지능형 검색 및 추천 솔루션 등 수준 높은 AI 기술이 적용됐다.
카카오는 또한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AI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글로벌 오픈 소스 커뮤니티 ‘AI 얼라이언스’에 국내 최초로 가입했다. AI 얼라이언스는 IBM, 메타, 인텔 등 기업을 비롯해 산업계, 스타트업, 학계, 연구기관, 정부 등이 참여한 단체로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네이버는 최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국민건강보험공단, HD현대 등 국내 대기업·공공기관의 디지털전환에 AI 기술을 지원하는 협력 사례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공신력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 시작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네이버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을 더욱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지난 4일 공개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의 테크니컬 리포트에 따르면 이 모델의 성능은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보다 높은 종합 점수를 획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술 기반의 수출은 서비스 직접 진출과는 다른 차원으로 글로벌 시장 곳곳에 나아갈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